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싱포골드’에 출연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인피니스 제공
최근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헤리티지 매스콰이어(Heritage Mass Choir)에 대한 인터뷰가 멜론매거진에 실렸다.

대한민국 블랙가스펠의 역사이자 자부심인 헤리티지 매스콰이어(Heritage Mass Choir)는 1998년 ‘믿음의 유산’으로 시작해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헤리티지’로 이름을 바꾸고, 보컬그룹 헤리티지, 합창단인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헤리티지 밴드 등과 함께 싱글, 정규 앨범과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 찬송가 앨범 등을 발매해 왔다. 불후의 명곡(KBS), 나는가수다, 무한도전(MBC), 더콜(TVN)등에 출연해 국내 최고 보컬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보여 줬고, 특히 한국대중음악상 ‘최고의 알앤비 소울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블랙가스펠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더해 퍼포먼스 합창단 서바이벌 프로그램 SBS ‘싱포골드’에서 우승하고,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합창 월드컵’(The World Choral Cup 2022)에 출전해 팝&재즈&가스펠 부문 2위를 차지하고 왕중왕전까지 진출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방송 후 공식 SNS를 통해 싱포골드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며 다음과 같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2022년을 싱포골드로 가득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함께 모여 찬양하자, 힘써 모이자’ 라는 아주 작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사용하셔서 저희를 스페인까지 이끄실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모든 과정 속에서 만난 많은 일들,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안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음에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희에게 있을 여정 역시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믿음으로 계속 나아가려 합니다.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Praise the Lord!!”

이후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인피니스와 인터뷰하며 ‘싱포골드’와 ‘세계 합창 월드컵’의 의미, 앞으로의 비전을 전했다. 다음은 그 전문.

Q. ‘싱포골드’와 ‘세계 합창 월드컵’이 헤리티지 매스콰이어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A.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일이 너무 한꺼번에 일어나서 지금도 저희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곰곰이 돌아보고 생각해 볼 때 마다 믿기지 않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많이 행복했고, 또 가슴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딱 한 마디로 말하면 “행복” 이죠.

돌아보니 아름다운 기억만 남긴 했는데…… 사실 싱포골드라는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하는 시작부터 촬영을 마치는 6개월 간의 시간은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일상을 완전히 싱포골드에 집중해야만 했던 폭풍 같은 일정이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는 촬영 스케쥴과 연습일정, 무엇보다 매 경연마다 주어지는 편곡과 연습의 완성도를 높이는 준비는 다시 한번 더 하라면 솔직히…… 자신이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세계합창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있는 줄도 잘 몰랐습니다. 저희는 합창이라는 형태를 취했을 뿐 사실 조금 독특한 형태의 장르(?)라고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대회에 최적화될 수 있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보컬로서의 합창뿐 아니라 악기와의 편곡과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성과 대회 혹은 오디션은 전혀 다릅니다. 대회가 추구하는 정통성, 그리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소와 기술적 탁월함 등 애초에 기준 자체가 저희 팀에게 걸맞은 대회는 아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회 출전까지 한달 정도에 불과했으니 이건 그냥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잘할 수 있는 것, 이미 잘해 왔던 것, 그리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그야말로 전통 합창과 합창대회가 가진 기준을 흔드는 무모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가 잘하는 소울가스펠 사운드와 심사위원 박진영님과 안무가 리아킴님의 퍼포먼스가 만난다면 적어도 관객들에게 어필해볼 수는 있겠다 싶었고, 그것이 심사위원들의 점수에도 무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물론… 대회를 본 시청자들의 소감은 매우 달랐지만…).

전 이 대회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아이디어,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해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결과를 얻어냈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기적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 대회의 결과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어떤 작품보다도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목표를 가졌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계를 극복”하고야 말았다는 서사의 진짜 “하모니”를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좋으신 하나님(you are good)’을 찬양하고 있는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인피니스 제공
Q. 추구하시는 ‘블랙 가스펠(Black Gospel)’이란 음악 장르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A. 블랙 가스펠은 음악 장르로 보자면, 미국에 거주하는 African-american 들의 주일예배에 불리는 흑인음악적(Black music) 찬양(Church Gospel music)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블랙 가스펠은 이렇게 정의하기엔 대단히 복잡 미묘한 역사적, 신앙적, 정치적, 종교사적, 음악적 배경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지면에서 그걸 다 설명할 수는 없고 형태로서의 블랙 가스펠은 그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사실 블랙 가스펠은 단순한 음악 장르로만 설명하기엔 그 안에 아주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프리카로부터 온 노예 신분인 이들로부터 불린 노동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고통을 노래하던 “흑인영가”가 블랙 가스펠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고요, 복음과 교회를 만난 이들에게 흑인영가는 가스펠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흑인영가는 한을 담은 슬픔과 울적함이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가스펠은 “복음” 메시지의 핵심인 “기쁨” 과 ”소망”을 주로 표현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이 넘치고 축제와도 같은 노래가 주를 이룹니다.

Q. 힘든 시간들을 보내셨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셨는데,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A. 결국은 ‘사람들’과 ‘약속’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느새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끈끈한 동료애를 넘어 마치 가족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된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노래는 못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은 남아 있거든요. 노래를 좀 할 수 없다고 훅 털고 떠날 수는 없었던 거죠. 사실 버텼다고 말했지만 나름대로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삶에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맺어져 있었기 때문에 버텼다기보단 함께 기다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게다가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이어주는 명분은 무엇보다 ‘하나님을 위해 노래하고 싶은’ 뚜렷한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계의 기쁨과 뚜렷한 목적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코로나라는 역대 미문의 시간도, 싱포골드 라는 만만치 않은 과정도 모두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Q. 많은 앨범들을 발표하셨는데 꼭 들어봤으면 하는 앨범과 추천 곡이 있다면?

A. 기왕이면, 가장 최근에 발매된 (코로나와 함께 발매된 역사를 가진) 앨범인 [The Gospel 4]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헤리티지와 매스콰이어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담아낸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앨범입니다. 찬송가를 블랙 가스펠적 요소들로 편곡하고 재해석한 앨범인데, 이 컨셉은 아마도 10년도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위시리스트였어요. 멤버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불러오던 찬송가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똑같은 찬송가를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무드로 부르는 흑인교회예배를 드리면서 너무 신기했어요. 음악적으로도 감동이 컸고요. 그래서 10여년동안 멤버들이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찬송가 가스펠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이라는 곡은 저희가 부르면서 제일 은혜 받는 찬양입니다. 늘 가스펠의 매력과 한국인의 정서 가운데서 고민을 많이 해요. 한국적인 가스펠음악이라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희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 낸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께도 같은 마음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Q. 헤리티지 콰이어스쿨 29기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던데 콰이어 스쿨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A. 코로나 이후로 쭉 콰이어스쿨을 열지 못했어요. 잠깐 괜찮아졌다가 수시로 바뀌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도저히 지속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서야 정식으로 다시 콰이어스쿨을 준비했습니다. 장소의 한계와 시간 특성상 많은 분들을 모시진 못해 아쉽지만, 이번 기수에 오시는 분들은 참 오래 기다리셨거나 싱포골드 라는 방송을 통해 콰이어 합창의 매력을 알게 되신 분들일 것 같아서 또 새롭게 기대가 됩니다. 29기는 2월초에 시작해서 7월초까지 20주간 진행될 예정이에요.

Q. 정말 많은 요청들이 이미 들어왔고 앞으로 들어올 거라 예상되는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계획과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정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가 꿈꾸는 정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구체적인 일정이라면 오는 2월 말에 “2023 싱포골드 콘서트”란 이름으로 방송에 함께 했던 다른 합창단들과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현재 열심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늘 대단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대로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저희가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는 일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귀찮아서 가 아니라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시는지 경험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감격스럽다는 걸 잘 알게 돼서라고 할까요?

대신 이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는 앞으로도 계속 끊임없이 도전하는 팀이 될 겁니다. 그 도전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도 마음껏 할 것이고요. 도전을 통해 일하시고 영광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을 변함없이, 꾸준하게, 하지만 늘 새롭게 찬양할 것이라는 건 분명히 얘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