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교회를 부검하다
죽은 교회를 부검하다

톰 레이너 | 정성묵 역 | 두란노 | 156쪽 | 11,000원

필자는 목회의 길을 들어서기 전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 했었다. 직장생활 기간 대부분을 첫 직장에서 보냈고, 그곳에서 나의 반쪽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30대 재벌에 속하기도 했고 모회사였던 내 직장은 꽤 중량감 있는 건설회사였다. 그런 직장이 IMF 시기에 거의 무너지고 말았다. IMF 때 치명상을 입긴 했지만 IMF와는 별개로 이미 위기는 닥쳐왔고, IMF로 인해 그 타격을 더 크게 받았을 뿐이었다. IMF가 아니었어도 회사는 언제든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위기를 말하는 이들은 있었어도, 그것을 고치려는 이들은 없었다. 당시 건설회사라는 상당히 보수적인 특성에 오랜 역사로 인해 회사는 기존 체제를 지키려는 의식이 강했다.

그래도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영층도 알았기에, IMF 전 해 대대적인 컨설팅도 있었고 그것을 위한 논문 공모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쓴 소논문이 당선되어 해외여행 티켓을 부상으로 받았을뿐더러 TF팀에 들어가 잠시 일도 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컨설팅을 통해 나온 진단과 솔루션이 있었지만 그것이 1년 동안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았고, 사실 그 컨설팅 솔루션은 몇 년 전 회사 한 임원이 제시했던 것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 솔루션을 몇 년 전 앞서 제시했던 임원은 그것을 내놓고 얼마 못가 면직됐다(필자의 논문도 요약본만 회사회보에 실렸을 뿐이다. 논문 전체를 읽은 사람은 극소수다).

이번 톰 레이너의 책 <죽은 교회를 부검하다>를 읽으며 오래전 다녔던 기업이 떠오른 것은 교회나 기업이나 이상신호를 느끼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상당히 강하기에(원서도 그렇다) 조금은 읽기 꺼려졌다. 교회 이슈에 대해 일종의 선정적 접근과 글쓰기 아닐까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교회의 아픈 현실과 상황을 직시하도록 하기 위해 책을 써내려갔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제목이 과장이나 지나친 부각이 아니라, 제목처럼 죽은 교회를 직시하고 분석함으로써 사망 직전에 있는 교회들을 살리기 위해 일말의 도움이라도 주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죽어가는 교회가 살아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음을 보게 된다. 교회의 정체성과 목적을 잊고 그저 자신들의 리그를 유지하려는 이들의 눈과 귀를 여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망 원인들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직시하지 않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병은 급성보다는 만성이 고치기 힘들다. 오랫동안 이미 병들어 와서, 치료하고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가 갑자기 사망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서히 병들어가고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저자의 표현처럼 그것을 깨닫고 위기를 느끼는 것은 결코 그 교회 교인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설혹 그것을 느낀다 해도 실제로 소생의 길을 택하는 교회도 많지 않다. 마치 심한 중병이 걸린 이가 의사가 권하는 치료방법과 처방전을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하는 것과 일반이다. 어리석지만 그런 일은 부지기수인 듯 싶다.

작은 교회 죽어가는 부검
▲ⓒchurchanswers.com
저자는 사망 요인만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책 말미에 사망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이 한 방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요, 쉬운 일도 아님을 강조한다. 마치 만성질병에 걸린 이가 온전한 몸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한 번의 약 투여로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고, 필자의 목회뿐 아니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여러 교회들을 떠올리며 많은 상념이 들었다. 이 책은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의 교인들뿐 아니라 자신의 교회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교회들도 읽을 필요가 있다. 문제없다는 것은 자신들만의 착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얇지만 강렬한 이 책을 읽고 자기성찰을 할 수 있기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마 사망의 위기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교회는 절대 이 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자신들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회사의 빌딩은 아직도 시내 중심에 우뚝 서서 존재한다. 그 회사가 지은 아파트와 토건의 결과물은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죽었다. 저자의 말처럼 교회는 죽어도 건물은 남을 수 있다.

P.S. 이 책의 말미에는 죽은 교회를 아름답게 정리하는 비결도 나온다. 아프지만 믿는 이로서 지역 교회의 죽음이 조금이나마 하나님 나라에 도움이 되는 마지막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