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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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자리는 존경받던 이종윤 박사님을 앞서 보내는 석별의 자리입니다. 가족들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자, 자상한 아버지이셨고, 다정한 할아버지셨습니다. 교회로는 충성스런 목회자이자 설교가이셨고 일생을 한결같이 주님 섬기셨던 선한 목자이셨습니다. 학계에서는 신뢰받는 학자이자 스승이셨고, 개혁주의 신학을 천착하고 광포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하신 교회의 교사이셨습니다. 우리 후학들과 제자들은 이 박사님의 그늘에서 안식을 얻고 이 박사님께 기대어 개혁주의자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 박사님이 계셨던 지난 세월은 우리들에게는 축복의 날들이었습니다. 교수님의 설교와 강의와 대화를 통해 바깥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고, 미지의 세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박사님은 ‘정중와부지대해(井中蛙不知大海)라고 하셨지요. 우물 안의 개구리는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한다며 한계단 한계단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세계를 보라하셨지요! 교수님을 통해 개혁주의 그리고 복음주의 신앙으로 더욱 무장하게 되었고 한국교회 갱신과 부흥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길송(吉松) 이종윤 목사의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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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건실한 발전, 특히 자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도 노년의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노력은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를 위한 봉사였고, 이를 위해 등섭지로(登涉之勞)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이 박사님이 직조(織造)하신 83년의 세월을 우리가 다 파악하지 못하지만 이 박사님이 남기신 신앙과 학문, 목회와 선교, 봉사와 섬김의 날들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앞서 걸어가시면서 우리를 인도하신 여정이셨습니다.
저희들은 이 박사님께서 더 오래 사시면서 가르침을 주시기를 기대했지만 하나님의 시간은 우리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어거스틴이 말했다고 하던가요? “하나님의 때는 늦지도 않고 이르지도 않다.” 천국을 향한 영혼의 그리움으로 사셨던 이 박사님을 가장 적절한 때에 데려가셨겠지요, 이 박사님은 얽히고 설킨 분요(紛)한 일상은 뒤로하고, 명경지수(明鏡止水) 같은 맑은 영혼으로 주님께로 가셨습니다. 이 박사님은 부르심 마다않고 주님 곁으로 가셨으나 우리는 돌아서서 눈물 뿌리며 남겨주신 유업 생각합니다.
우리도 어느 날 스치는 바람처럼 이 땅을 떠나겠지요. 그날 우리 주님 면전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우리 또한 이 박사님 뒤를 따라 믿음으로 살겠습니다.
2023년 1월 21일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