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 속 믿음 버렸던 北 여성, 불현듯 들린 말씀에 회복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오빠의 옥사 소식에 ‘하나님 없다’ 생각했는데… 아버지께 죄송”

▲2000년대 초에 순교자의소리가 입수한 사진. 두만강 인근에 위치한 이 시설은 북한의 처형장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에 순교자의소리가 입수한 사진. 두만강 인근에 위치한 이 시설은 북한의 처형장으로 보인다.

김일성 집권 초기에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버렸던 한 탈북 여성이, 오묘한 음성으로 자신의 귀에만 전해진 성경 말씀 한 구절을 듣고 회복한 사연이 최근 공개됐다.

순교자의소리(VOM Korea)에 따르면, 탈북민 이순자(가명) 선생은 어린 시절 자신과 언니 오빠에게 성경을 읽어 주던 아버지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선생은 지금 여든이 넘었지만, 북한에서 살던 집 벽에 걸려 있던 “그리스도는 이 집의 주인이다”라는 글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 선생은 “부모님은 저를 하나님의 종으로 써 달라고 기도하셨고, 저도 전도자가 되는 것을 꿈꾸며 자랐다”고 했다. 그때는 남북으로 분열되기 전, 북쪽에 기독교가 부흥하던 시절이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 선생은 “그 당시에는 북한에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매 주일마다 모든 성도들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선생이 어렸을 때 그녀의 가족은 다른 많은 기독교 가정과 마찬가지로 김일성 치하에서 처음으로 핍박을 겪었다. 광산 노동자인 이 선생의 아버지는 기독교인으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오히려 너무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친척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그들은 이 선생의 아버지가 너무 담대하게 복음을 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선생의 아버지는 핍박이 단지 예수님을 따르는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성경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선생은 “아버지는 핍박이 심해질수록 주님을 더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우리를 가르쳤다”고 했다.

2차대전 종전 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북쪽에는 공산주의가 득세하면서 많은 목회자가 남한으로 피난했다.

이 선생은 “공산주의자들의 세력이 더 강해지자 아버지도 불안해 하셨다. 아버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빠 몇 명을 남한으로 보내셨지만, 정작 당신은 북한을 떠나지 않으셨다. 그리고 우리 교회 목사님이 피난을 가자, 목사님 대신 교회를 맡아 계속 섬기셨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산주의자들이 교회 건물들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이 선생은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이 선생이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라고 밝힌 사실을 알고 원서 접수를 거부했고, 이 선생의 아버지는 딸이 다닐 다른 학교를 찾아야 했다.

이렇게 교묘한 방식으로 핍박하던 당국자들은, 곧 이를 드러내놓고 하기 시작했고, 이 선생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아무리 핍박이 심해도 견뎌내야 한다.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도 핍박을 감당해야 한다’고 종종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 선생의 가족은 계속 지하에서 가정 예배를 드렸다. 그들은 발각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960년대 중반, 이 선생의 오빠가 집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김일성 초상화를 집에 걸어 두는 것이 북한 주민의 의무였으나, 이 선생의 오빠는 그런 행위가 우상숭배라고 판단했다.

기도회가 끝난 뒤, 그는 김일성 초상화를 불태웠다. 기도회에 참석했던 어떤 사람이 이를 당국에 신고했고, 이 선생의 오빠는 체포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 선생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 선생의 부모는 시골로 보내져 힘든 노동수용소에서 일했다.

당시 이 선생은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공산당 고위 관리들을 친척으로 둔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이가 있었다. 이 선생은 눈물을 흘리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남편은 저더러 집을 나가라고 했다. 세 살짜리 아이가 제 다리에 매달려 아무 데도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아이들은 ‘엄마, 언제 돌아올 거야?’라고 계속 물었고, 저는 아이들을 달래려고 ‘몇 밤만 자면 올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

기독교 신앙 때문에 남편과 자식과 가정을 잃은 이 선생은, 모든 희망을 잃고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선생의 오빠는 결국 교도소에서 죽고 말았다. 가족 한 명이 감옥에서 오빠를 딱 한 번 보았는데, 분명 영양실조에 걸리고 심하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전해 줬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교도관들은 면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오빠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하나님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고 이 선생을 걱정하던 가족 한 사람이, 중국에서 이 선생의 결혼을 주선해 줬다. 남편이 된 중국 남자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지만, 이 선생의 믿음에 더 이상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몇 년 후, 가족과 함께 중국의 한 거리를 걷던 이 선생은 누군가가 요한복음 3장 16절을 암송하는 것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외우고 있던 말씀이라 이 선생은 바로 기억이 났다. 누가 그 말씀을 암송하고 있는 것인지 보려고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 선생은 무슨 소리 못 들었느냐고 남편에게 물었지만, 남편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선생은 “오빠를 잃은 뒤로 기도를 중단했었다. 예배도 그만뒀었고, 하나님에 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교회에 가야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녀는 곧 중국에서 만난 목회자와 열정적으로 성경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남편은 거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선생이 중국에서 결혼하여 낳은 자녀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자 한국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이 선생과 남편도 결국 자녀들을 따라 한국에 왔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바로 가정부 일을 시작해야 했는데, 다행히 교회 집사인 좋은 집주인을 만나게 됐다고.

중국으로 돌아간 남편은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이 선생은 계속 한국에서 지내며 어린 시절의 믿음을 회복했다. 이 선생은 순교자의소리가 운영하는 탈북민 양육 학교인 유유학교(UU. Underground University)를 졸업했다. 이 유유학교는 북한 지하교회의 방식을 따라 탈북민을 양육하는데, 이 선생은 북한에 살던 시절, 지하교인 가정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양육 방식을 직접 경험한 바가 있었다.

유유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선생은 탈북하여 중국인 남편과 결혼한 북한 여성들을 전도하기 위해 중국 선교 여행에 참여했다. 이 선생은 “천국에서 부모님을 만나면, 북한에서 좋은 기독교인으로 살지 못한 것에 대해 아버지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전도자가 되라고 아버지께서 계속 부탁하셨는데도 제가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교자의소리는 “이 선생의 아버지가 딸의 믿음이 계속 성장하길 소망하며 기도했던 것에 비춰 보면 이 선생의 후회는 서서히 사라진다. 왜냐하면 이 선생이 말한 대로 ‘하나님께서 지금 이 선생과 이 선생의 꿈을 사용하고 계시고, 이 선생이 전도자로 살고 있으며, 이 선생이 이를 부모님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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