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 있는 실로암 못의 모습
▲예루살렘에 있는 실로암 못의 모습. ⓒ유튜브 영상 캡쳐
예수께서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시고 유대인 순례자들이 정결례를 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적인 유적지가 처음으로 온전히 발굴돼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대유물관리청(IAA), 이스라엘 국립공원관리청(INPA), ‘다윗의 도시 재단’(City of David Foundation)은 12월 25일(현지시각) 예루살렘의 실로암 연못의 발굴 작업을 곧 시작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모쉐 라이언 예루살렘 시장은 성명을 내고 “예루살렘의 다윗성 국립공원에 있는 실로암 연못은 역사적·국가적·국제적으로 중요한 장소다. 수 년 동안의 기대 끝에 우리는 이 중요한 장소를 발굴하게 됐고, 수백만 명의 방문객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은 유적지 발굴을 관람할 수 있으며, 몇 달 후에는 연못 전체에 접근할 수 있다. 성전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연못에서 자신을 정결케 한 순례자들의 발자취를 따를 수 있다. 관광 코스는 다윗성의 최남단 지점에서 시작해 통곡의 벽에서 끝이 난다.

이 연못은 2700년 전인 기원전 8세기, 열왕기하 20장 20절에서 ‘성읍에 물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히스기야 왕 때 건설됐다고 한다. 그리고 기혼샘의 물을 모으는 저수지로서 지하 터널을 통해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IAA는 “그 중요성 때문에 실로암 연못은 약 2000년 전인 제2성전 시대 후기에 개조 및 확장됐다”며 “이때 연못은 다윗의 도시를 거쳐 성전으로 오르기 전, 실로암 못에 모인 수천 명의 순례자들의 정결례에 사용된 욕조인 ‘미크바’ 역할을 했다고 추정된다”고 했다.

요한복음 9장 1-7절에는 예수께서 소경으로 태어난 사람을 고치시고 시력을 회복시켜 주신 장소로 실로암 연못이 언급돼 있다. 이때 예수께서는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사람의 눈에 바르신다.

예루살렘 실로암 연못의 렌더링 모습.
▲예루살렘 실로암 연못의 렌더링 모습. ⓒ다윗의 도시 재단

IAA의 발표에 따르면, 1890년대 영국계 미국인 고고학자 그룹이 연못의 계단 일부를, 1960년대 영국 고고학자 캐슬린 캐년이 실로암 연못을 발굴했다. 2004년에 예루살렘 기혼 물 회사도 기반 시설 공사를 하던 중 연못의 일부 계단을 발견했다.

고고학자 로니 리치(Ronny Reich) 교수와 엘리 슈크론(Eli Shukron) 교수의 지시에 따라 현장 발굴 작업이 시작됐으며, 후에 연못의 북쪽과 동쪽 일부를 발견해냈다. IAA의 최근 발굴은 연못 전체가 노출된 첫 번째 사례다.

CP가 보도한 바와 같이, 슈크론 박사는 또 다른 고고학적 발견과 히스기야 왕의 이름이 포함된 비문의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7년 슈크론 박사는 이스라엘 하이퍼대학의 성서연구 및 고대사 연구소 게르손 갈릴(Gershon Galil) 교수와 함께 이 비문을 해독했다.

슈크론 박사와 갈릴 교수는 실로암 터널의 인공 못 근처에서 오래된 비문 조각을 발견했으며, 이를 해독하는 데 10년을 보냈다. 이 비문에는 히스기야 왕의 통치 초기 17년과 지하 터널을 통해 도시에 물을 공급한 것 등 그의 업적이 요약돼 있다.

갈릴 교수는 “이것은 연구의 일부 기본 가정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다. 오늘날까지 이스라엘과 유다의 왕은 고대 중동의 왕과 달리 스스로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왕의 비문과 기념비를 만들지 않았다는 정설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비문은 열왕기 경전이 연대기와 왕실 비문에서 유래한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성경이 상상이 아닌 역사적 현실을 반영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