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가족 대가족 사람들 함께 소년 많은
▲ⓒ픽사베이
우리 가족은 매주 월요일 저녁 이후 가족끼리 시간을 보낸다. 자녀가 6명이다 보니 서로 만나기 쉽지가 않을 때도 있고, 또 집안일을 함께 공유하려고 하면 의논이 필요해서 함께 모이는 시간이다.

함께 모이면 가끔은 게임도 하고 재미난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금 하고 있는 집안일에 대한 점검과 각자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나서 각자 고민을 나누면 서로를 위해 기도를 하고 마치게 되는데, 마무리는 매번 같은 노래다.

수년 전 한국에서 방문했던 외할아버지·외할머니가 오셔서 계시는 내내 거의 매일 가정 예배를 드렸는데, 그 때 불렀던 기독교 찬양을 아이들은 유일하게 한국말로 열심히 부른다. ‘완전하신 나의 주~’

어제는 한국을 방문 중인 아빠와 멀리 퍼스에 가 있는 셋째를 제외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째인 아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다른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친구 든 다 받아주고 어떤 친구의 생각이든 다 인정해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른 친구의 영향을 잘 받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타인을 대할 때 옳고 그름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모습은 있는 것 같아. 예를 들면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을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 그들과 가까이하는 것이 때로는 독이 되는 것 같아 그런 친구들과는 가까이하지 않고, 나에게 통찰과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좋은 사람들을 가까이해야겠어.

판단이라는 말이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서는 나쁜 말로 여겨지지만, 분별해서 바른 선택을 하는 의미에서 판단이라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판단이라는 말이 나는 좋아. 나는 개인의 성공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나누어 주면서 살고 싶고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 나는 엄마, 아빠가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멋진 것 같아.”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자신만의 세계관과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 같아 흐뭇했고, 많은 재산이나 넉넉함을 아들에게 제공하지 못했음에도 부모님이 살아가는 삶을 가치 있게 여겨주는 아들로 인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둘째 아들이 자신의 생각을 나눈 후 가족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다른 아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또 들었다. 첫째 아이는 “최근 취직을 했는데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약간의 있는 시간이 지루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안 하니 왠지 우울해지는 것 같다”고 하자, 다른 아이 하나가 그 마음을 먼저 공감해주었고, 이어서 다른 가족들은 듣고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주었다.

“이제 일을 시작하고 나면 쉬지 못할 테니 열심히 잘 놀아라”고 말해주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을 하면 어때? 나랑 같이 운동하자”는 아이,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잘 찾아봐. 종이에 삶의 장기 목표 중간 목표 단기 목표를 세워 보고 그것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 보면 어때?” 라는 말을 해주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자 큰 아이는 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해봐야겠네요. 말한 것 중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기분도 좋아질 것 같아”라고 응답했다.

넷째는 자신이 방학 때 하고 싶은 것들을 야심차게 설명했다. 운전면허도 취득하고 악기도 배우고 동생들 공부도 가르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이야기하는 넷째의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베리 굿”이라며 무엇인가 열심히 해보려는 넷째를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막내에게 나눌 기회를 주었는데, 막내가 한참이나 말을 하지 않았다. 언니 오빠가 늘 말을 잘 해서 그런지, 아니면 큰 아이들과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막내는 가족 간의 시간에 의견을 많이 내지 않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고 있는 식구들은 막내가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

한 바퀴 다른 사람들이 다 나누는 동안 생각할 기회를 주었고, 그러고 나서도 더 뜸을 들인 다음 막내는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데 잘 적응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가끔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는 막내를 위해 내가 대신 원하는 바를 설명해주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막내의 표현 능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힘들지만 기다려주면서 막내가 마음을 조금 더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모두 바랐다.

우리 가족의 시간이 항상 행복하고 평안하진 않다. 가끔은 가족끼리 이야기를 하다 서로 다툼을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예전에는 게임을 하다 다투어 게임을 그만둔 적도 있었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성향이 맞지 않는 아이끼리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가족끼리 시간을 잘 보내려면 각자 시간을 따로 떼놓아야 하고, 서로 조율해야 하며, 때로는 불편한 일들을 나누어야 한다. 그렇지만 매번 가족의 시간을 마무리할 때마다 우리 가족은 행복해한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더 친해짐을 느끼고, 서로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았기 때문이고,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속한 자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민 사회에 살다 보면 부모들이 영어를 잘 못할 경우 아이들이 클수록 소통이 어려워짐을 경험할 때가 많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보니, 세계관도 무척 다른 것을 보게 된다. 때문에 가족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마음을 들어주다 보면 오해가 풀어지고 이해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녀는 부모의 세계를 이해하고, 부모도 자녀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은 소통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그 소통은 일방적으로 될 수 없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소통하는 방식이 일방적이어서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의 것을 강요하거나 상대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일방적 소통으로 가족관계가 힘들어지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면, 소통을 통해 가족들이 위로와 기쁨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미진
▲서미진 박사.
서미진
기독교상담학 박사
호주기독교대학 부총장
호주한인생명의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