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에서 구하옵소서
다만 일에서 구하옵소서

벤저민 T. 퀸, 월터 R. 스트릭랜드 | 오현미 역 | 좋은씨앗 | 192쪽 | 12,000원

전임으로 사역에 종사하는 이들을 제외하고(‘성직자’라고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은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중세 신학은 일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오직 성직으로 분류된 일에만 의미와 가치를 부과하여, 일터에서 그리스도인이 소명에 충성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종교개혁 신학은 ‘보카티오(vocátĭo)’가 성직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명’에 해당한다는 성경의 바른 가르침을 되찾았다.

안타깝게도 5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많은 그리스도인이 어떤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노동은 죄의 결과가 아닌가?’, ‘일터는 결국 그리스도인이 복음을 전해야 하는 장소가 아닌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 외에 일을 소명으로 삼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많은 그리스도인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의 의미를 분명히 알지 못한 채 주말을 맞이하고, 주말에 하나님 말씀으로 감화된 새 마음과 성령이 주시는 능력을 주중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해한다.

그래서 최근에도 일과 신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일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는지 도움을 주는 책이 많이 저술되었다. 가령 팀 켈러의 <일과 영성>(두란노, 2013), 웨인 그루뎀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비즈니스>(CUP, 2017) 등은 일에 관한 여러 질문에 성경적인 해답을 충분히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일’에 관한 또 다른 동기부여, 그것도 우리를 교훈하고 책망하고 바르게 하고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한 성경적 가르침을 담은 목소리가 계속 필요하다. 벤저민 T. 퀸과 월터 R. 스트릭랜드가 쓴 <다만 일에서 구하옵소서>는 바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낸 책이다.

두 저자는 모두 사우스이스턴 침례 신학교에서 각각 신학 그리고 조직신학 및 상황신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TGC 기고자이기도 하다). 퀸과 스트릭랜드는 그 전공을 살려 성경이 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구약과 신약을 통해 살펴보고(성경신학적으로), ‘일’이란 주제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일반적으로 개관한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일이 어떻게 사명이 되는지, 제자도를 따르는 것과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사명이 어떻게 일로써 실천되는지 설명한다. 단순히 직장에서 선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수준을 넘어 성경이 일반적으로 묘사하는 하나님의 지혜를 일터에서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지 신선한 교훈을 제공한다.

세 가지 부록은 모두 유익한데, 첫 번째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할까? 협력의 틀 짜기’에서는 편협적인 사고가 아니라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함께 기독교 교단이 협력하여 일할 것을 권면한다(하지만 가톨릭과 개신교를 중심이 같은 기독교로 보는 관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두 번째 ‘소명에 관한 질문들’은 기본 직무와 공동체 속의 직무, 신학적 통합 등 단계별로 소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을 제공한다. 마지막 ‘추천 도서’에선 생각보다 많은 범위와 종류의 자료를 소개한다.

일 업무 월요병 스트레스 아이디어 작가 절망 상상력 창의적 생각 고갈 창작 고통
▲ⓒ픽사베이
하나님은 일을 창조하신 분이시다. 타락의 결과는 일이 아니라 일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수고가 아니라 쓸데없는 수고가 타락 후 발생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는 우리를 새로운 마음으로 일하게 한다.

해 아래 헛되고 헛된 모든 일이 이제는 예수님을 통해 해 위에 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로 영원히 가치 있고 의미 있고 보상이 따르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한다.

쓸데없는 수고가 사라진 것은 아니고 눈물과 고생이 따르지만, 하나님은 아들 안에 있는 자들의 눈물을 모두 닦아주시고 수고에 모두 보상하신다고 약속하셨다. 그리고 영원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은 쓸데없는 수고와 고생이 모두 사라진 ‘순수한’ 일을 하나님 영광을 위해 영원히 기쁨으로 하게 될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구원은 우리가 하는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매일 직장에서 우리가 하는 크고 작은 일에 관하여 성경이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구원은 오직 영적인 것을, 나의 직업이나 하고 있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일에 관한 성경이 놀랍고 영광스러운 가르침과 무관한 삶을 세상 사람과 똑같이 살아가게 된다. 항상 주말과 월급날만 기다리면서 그만두지 못해 일하고, 마치 자신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노예인 것처럼 하나님의 소명을 값싸게 여기며 살게 된다.

어떤 면에서 <다만 일에서 구하옵소서>는 우리가 벗어나야 할 것이 일 자체가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세속적 관점이라는 걸 고발한다. 성경의 렌즈로 일을 바라보면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를 일에서 해방하여 거룩한 소명으로 불러주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계속 우리의 소명을 일깨우는 성경적인 책이 우리로 하여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우리가 따르고 있는 하나님의 소명을 기뻐하게 해주기를 바라며, <다만 일에서 구하옵소서>가 모든 독자의 월요병을 치료하고 사명감을 느끼게 하기를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