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탈북민들 자기정체성 형성 위한 공동체 제공해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북사목, 2022 통일선교 열린포럼 ‘탈북민 마음통합’

일방적 교육에서 쌍방 이해·소통 통합교육으로
탈북 가족, 세대 간 신앙적 갈등 일어날 수 있어
北 갈 수 없기에, 우리에게 탈북민 보내 주신 것

▲기념촬영 모습. ⓒ북사목

▲기념촬영 모습. ⓒ북사목

범교단적 북한 사역 목회자 모임인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회장 정베드로 목사, 이하 북사목)가 ‘탈북민 마음통합과 통일선교’라는 주제로 2022 통일선교 열린포럼을 15일 서울 강일교회(담임 정규재 목사)에서 개최했다.

개회예배에서는 김성태 총신대 명예교수가 ‘파수꾼의 사명(겔 3:16-21)’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하고, 이후 포럼에서는 ‘남북 주민의 통합과 통일: 사회통합 관점에서’ 제1세션 신효숙 교수(북한대학원대), ‘탈북민 상담의 실제와 이해’ 제2세션 오은경 교수(공군사관학교)가 각각 발표했다. 좌장에는 하충엽 교수(숭실대)와 윤현기 교수, 토론에는 임재환 교수(숭실사이버대)와 허남일 목사(그날교회)가 각각 나섰다.

앞서 개회사를 전한 정베드로 목사는 “저희는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초교파적으로 통일·북한선교 사역자 간 교류와 연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 현재 매월 정기 교류와 모임을 가지면서, 한국교회 통일선교의 올바른 방향성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북한선교와 통일목회를 위해 섬기는 자세로 작은 통로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탈북민 정착과 남북주민 통합

신효숙 교수는 “통일한국의 우선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남북한 주민의 심리정서적 통합은 국민통합에서 가장 어렵고 장기적 과제”라며 “이를 위한 통일교육은 남북한 체제와 문화를 이해하고 이질성을 극복하며,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통일국가 이념과 올바른 역사관·국가관을 내면화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신효숙 교수는 “지금까지의 남북한 주민 통합교육이 탈북민들을 사회에 적응·편입시키려는 교육이었다면, 일반 국민들이 이들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통합교육은 현재 사회에 내재한 남남갈등 문제와 통일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 대상만의 변화를 요구하고 교육하는 일방적 교육에서, 쌍방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통합교육으로 발상 전환을 통해 사회통합의 새 방향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탈북민 정착지원 방향은 사회에서 자립·자활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이들이 지역 주민들과 원활하게 통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탈북민을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남북 주민들의 인식 격차가 커지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탈북민들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탈북민 정착지원 체계의 특징은 과거 정착금 위주에서 자립자활 능력 배양으로 중심이 이동했다. 지원에 있어 젠더 관점도 반영돼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탈북민 가족 안정화를 위한 가족 단위 정착지원으로 변화를 모색 중”이라며 “사회통합 관점에서 일부만 지원을 받고 있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도 정착지원법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효숙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북사목

▲신효숙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북사목

신효숙 교수는 “남한 사회의 다양한 갈등 속에서 탈북민과 남한 주민들이 갈등 상황과 원인을 인식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나 교육 콘텐츠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며 “남북 주민들이 만나는 다양한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오해와 편견이 쌓이고, 여기서 비롯된 갈등이 관계를 단절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남북 주민들이 어떤 점에서 이해와 입장이 다른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남북 주민통합에는 구성원 간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탈북민의 한국사회 정착이 과거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적응, 동화’였다면, 이제 한국과 북한의 사회문화 간 ‘상호 작용과 통합’이어야 한다”며 “남북통합에 있어 이분법적 프레이밍의 한계를 이해하고,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남북한의 제도적 차이에도 생활에서 공통적 경험을 발견하고, 기존 연구에서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으로 지배하는 남한 우위 관점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북주민 통합 방향에 대해선 “기존 사회통합은 일방적 접근 방식이자 국가와 제도에 의한 일방적 적응·동화의 의미가 강했다면, 상호 공존과 변화를 내포하는 통합 개념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상호문화 이해교육(Intercultural Education)을 기반으로 남북주민의 접촉 경험을 통한 상호 이해를 증진시켜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정착 현장에서 남북주민 간 갈등 이해와 관계 개선을 위해, 갈등 전환 관점에서 ①갈등 사례와 상황에 대한 분석에 기초한 통합 프로그램 ②다회적·장기적 접촉과 통합 프로그램 ③접촉과 갈등 지점에 개입하고 이를 해석해 냄으로써 갈등 해결을 통한 사회구조적 전환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며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편견과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경험을 함께 해석해내야 한다. 탈북민들의 심리적·집단적 특성에 매이지 않는 새로운 갈등 분석과 적용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탈북민들의 신앙유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들이 찾는 하나님을 통합적으로 이해시켜야 한다. 남한 기독교인들은 탈북민들이 신앙을 잘 모른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가르치는 자’의 입장에 서기보다, 이들이 삶의 여정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만날 준비가 되고 있는지 들어야 한다”며 “지하교회 후손 또는 생사를 건 탈북 과정에서 신앙을 갖게 된 탈북 1세대 후손인지, 부모·친척을 통해 신앙을 갖게 됐는지 등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또 “탈북 1세대 신앙인들은 거쳐온 신앙적 자산이 큼을 이해해야 한다. 성인기까지 유물론적·유사종교적 우상화 체제에 살다가 이를 뒤집을 만큼 강렬한 신앙 경험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믿음의 본질을 깨달았기에, 이들은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품고 있다”며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중국에서 실제로 광야의 훈련을 받고 성령으로 소통하는 사도행전 말씀을 몸으로 터득하는 경험도 있다. 이들은 신앙 안에서 통합적 관점을 가질 때, 엄청난 잠재력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앙 2세대에 대해선 “탈북 과정은 1세대에 비해 조금 수월했을 수 있지만, 다른 여러 갈등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1세대 신앙인들은 북한 체제 영향을 많이 받아 신앙 색채가 율법적·강요적으로, 북한에서처럼 세뇌에 가까운 믿음을 갖는 이들도 있다”며 “따라서 2세대는 탈북 1세대 가족의 신앙생활 방식 등에 반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신앙생활을 못마땅해 하고 비난하며 심지어 죄인 취급을 하는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대화를 단절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처럼 탈북민 가족의 세대 간 갈등이 신앙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탈북민들이 자기정체성을 형성하고 자기초월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북한 문화를 재현할 수 있는 상황과 남한 문화를 습득하고 배우고 소통할 환경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교회가 바로 이러한 공동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

신효숙 교수는 “오늘날 교회 현실은 탈북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있다. 탈북민을 포함한 타자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하고, 삶을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의 게토에 머무르는 개인들도 많다. ‘도움을 주는’ 남한 성도와 ‘도움을 받는’ 탈북민 성도의 관계로 굳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며 “교회 공동체는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모두 돌봄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깊이 체험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탈북민 성도와 남한 성도가 멘토와 멘티의 방식, 도움을 베푸는 자와 받는 자로 맺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탈북민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간으로서 교회 역할이 필요하다. 이들이 자기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공동체에 소속되고 고유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갈 때, 삶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 교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북한 문화를 재현하는 것은 그들에게 북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긍정할 뿐 아니라, 과거 고향의 전통과 연속성을 주고 정서적 안정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①거시적 상호문화 이해와 공감교육 ②소그룹 남북공동체 모임에서 서로 삶을 표현하고 문화를 성찰하고 분석하고 비판할 기회 등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은경 교수(가운데). ⓒ북사목

▲오은경 교수(가운데). ⓒ북사목

◈탈북민 상담의 이해와 실제

이어 오은경 교수는 탈북민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교회 역할을 짚었다. 그는 “기독교 박해 1위 국가가 북한이다. 같은 피를 나누며 함께 어울린 민족이 주체사상과 공산주의로, 가장 먼 나라가 됐다. 우리가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라며 “북한에 갈 수 없기에 우리에게 탈북민을 보내주셨고, 그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회 역할 첫째로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네트워크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지역사회 내 거주하는 탈북민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탈북민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 중 하나는 극심한 외로움과 고립, 단절”이라며 “지금 어디에선가 여전히 소외된 상태로 살고 있는 탈북민들을 찾아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적극적 교회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둘째로 “교회 내에서 북한 선교와 탈북민 사역을 위한 교육-아카데미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 사회와 주민, 탈북민에 대한 배경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라며 “기초 지식 습득은 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며, 복음과 선교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셋째로 “교회 안에서 남과 북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들을 구성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탈북민의 경우 북한 체제 내 생활총화 등의 경험으로 신뢰 있는 대인관계 경험이 부족하고 서툴다”며 “때문에 교회 안에서 서로 돕고, 배우고, 나누며 건강하고 진정한 만남이 이뤄지는 경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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