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애덤 S. 맥휴 | 강신덕 역 | IVP | 324쪽 | 19,000원

성격유형(MBTI 혹은 DISC)를 강의할 때 I형의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성격유형이 바뀔 수 있냐는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소극적인 모습으로 신앙 성장에 열의가 없는 사람 취급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분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찬양할 때 뛰면서 큰소리로 해야 하고 기도는 방언이나 통성으로 해야 은혜(?)받은 성도의 모습 같고, 모든 모임에 참여해야 열정적인 신앙으로 인정받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한국교회 안의 문화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가 곧 신앙 성숙의 척도로 자리 잡았다.

목회도 비슷하다. 사역 전반에 걸쳐 밤낮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외향적 리더십을 갖춘 사역자가 성공적인 목회자 상이다.

그렇다. 한국 교계와 사회는 성과 중심 조직문화이기에, 내향적인 사람은 공동체나 조직에 그림자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어쩌면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현실이 불편하다. 마음은 원이로되 성격이 연약한(?) 관계로, 나서지 못하고 그저 기도만(?) 한다.

자! 그런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에게 복된 소식이 담긴 한 권의 지침서가 도착했다. 바로 애덤 맥휴의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다.

필자 역시 이런 책을 무척 기다렸다. 아내가 가끔 말한다. “당신은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은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교하고 강의 하는거 보면 신기해.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도 잘하고 어울리기도 잘해….” 필자처럼 내향적인 사람이 목사로서 교회 사역과 일반 학교에서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줄 정말 몰랐다.

애덤은 책 곳곳에서 MBTI 성향을 적용한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성격 유형이기에 독자들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I형 독자들은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도구를 익힐 수 있고, E형의 독자들은 내향성의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적합하다.

저자는 먼저 외향성이 내향성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북미 문화의 환상을 깨뜨린다. 실용주의 바탕에서 자라난 교회 문화는 외향성을 더 가치 있게 여기지만, 진정한 교회는 내향적 자질과 외향적 자질이 결합하여 유동적으로 함께 해야 한다.

오히려 내향성과 외향성은 ‘선호’이기 때문에 각자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살피고 적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임을 설명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각자의 독특한 성격 가운데서 일하시면 그들마다 고유의 개별적 은사를 사용하신다(81쪽).

그렇다. 몸을 이루는 지체는 다 모양과 기능이 다르다. 어느 하나 불필요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의 다양한 성격도 공동체를 이루는데 쓸모가 있다. 그래서 외향적인 성향이 기준처럼 되어 있는 시대에 내향적인 사람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내향성의 이해는 자기 발견과 성장뿐 아니라 하나님과 타인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100쪽).

저자는 내향성과 외향성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각자의 특징들을 비교해 준다. 둘은 사람을 나누는 범주가 아닌 사람의 내면에 작용하는 두 개의 구별된 힘이다(62쪽).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학습 스타일 그리고 특히 힘을 얻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외향성과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준다.

한마디로 내향성은 은둔이나 개인주의가 아닌,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향하는 성향을 지녔음을 저자는 말한다(62쪽). 사회생활도 인간관계도 열심히 하지만 힘을 얻거나 안식을 누리는 성향이 내면적이다.

왜 그렇게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님이 그렇게 창조하셨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공동체 안에서 각자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복을 나누기 원하시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역사가 내향성을 극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사람의 내향성을 통해 펼쳐질 것이다(85쪽).

그렇다면 내향성을 통해 펼쳐질 하나님의 역사를 위해, 내향성을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고독의 중요성을 말한다. 고독은 절대자 하나님의 음성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길이며(118쪽), 영적 갱신을 일으키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향하여 움직이며 그 만남의 결과는 변화다(119쪽).

그 변화의 방법을 위해 저자는 리듬을(성찰-행동-성찰 패턴) 타라고 권한다.(124쪽) 리듬을 타는 방법으로는 삶의 내향적 규칙을 만들어서-중보,공부와 성찰적 독서,글쓰기,침묵과 관상기도,안식-리듬을 수용하기를 권한다(131-134쪽).

저자가 말하는 이 부분이 내향적 그리스도인들이 경건 생활과 신앙 성장에 유익한 도구가 될 것이다. 마치 수도원의 일상 같아 보이지만 내향적 성도에게는 내용을 보자마자 ‘그래 이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 할 것 같아’라는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내향성 신자에게는 힙합보다는 아무래도 왈츠 같은 이런 방법이 더 편안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내향성 그리스도인들의 규칙은 자기 만족이 아니라 결국 공동체를 위한 부르심의 출발임을 말한다. 공동체 안에서 내향성의 그리스도인들이 재능을 발휘 할 수 있는 영역을 제시한다. 긍휼과 통찰 그리고 경청과 창의성, 충성과 봉사를 통해 공동체를 섬길 것을 제안한다(148-156쪽).

이때 자신들만의 보폭으로 계속 공동체를 섬기면서 공동체에 참여하고 관계 맺기를 조언한다. 그렇다. 내향성의 기질은 존중하면서도 충분히 공동체를 섬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한국 사회와 교회는 내향성 신자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옷을 입고 섬기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제안을 기초 삼아 조금씩 교회 문화를 가지고 바꾸어 나가면 좋겠다.

여자 벽 창문 내향성 초목 무성 초록 내향 MBTI I 히든 숨기 은밀 내성적 성격
▲ⓒ픽사베이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바로 리더십과 전도였다. 내향적 그리스도인들과 사역자들에게 아마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저자는 외향적 리더십을 이상으로 여기는 모든 문화 영역에서 새로운 연구와 성경적 리더십의 가치들을 말한다. 이때 리더십의 본질은 성격 유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성품과 진정성을 강조한다. 즉 훌륭한 리더는 하나님이 지으신 그들만의 고유한 모습과 조화를 이루는 자아 정체성을 기반으로 세워짐을 말이다(188쪽).

나아가 지도자의 모습과 역할을 지속하는 결정적 요소는 성격 유형이 아니라 부르심임을 주장한.(209쪽).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 일하는 사람이 리더이며, 주님의 지혜와 성령의 능력 안에서 리더십이 나옴을 기억해야 한다(210-211쪽).

그럼에도 내향성 리더들에게 저자는 내향성을 더 잘 살리면서 리더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팀리더십을 추천한다. 팀 리더십은 내향성 리더들이 자신의 열정과 강점에 집중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을 권한다(237쪽). 어찌보면 그동안 한국교회가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상하관계의 리더십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점점 팀 사역과 팀 리더십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저자의 말대로 팀 리더십이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한국교회는 더 성숙하리라 믿는다. 주변에서 내향성 리더들이 마지못해 외향적 리더십을 발휘하느라고 갈등하고 번아웃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물론 교회마다 적용하기 쉽지 않겠지만, 이 부분은 교회 조직문화가 서서히 변화되리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사역자건 성도건 이 책에서 가장 복된 소식(?)을 꼽으라면 8장의 ‘내향적인 사람의 복음전도’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유행했던 총동원주일이나 전도축제 혹은 노방전도나 친구초청의 밤은 인기가 줄었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이런 행사가 가장 고민된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어려운데, 불신자를 전도하거나 데리고 와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관계전도 역시 관계의 폭이 넓지 않은 내향성 신자에게는 어렵다.

저자는 그런 내향성 성도들에게 죄책감(?)을 덜어주며,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여준다. 내향성 성도들도 전도를 잘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방법은 자신들의 모습대로 전도하기를 권한다. 특히 내향성의 성향을 잘 살리면서 하나님의 신비를 함께 탐험하는 방법을 제안한다(256쪽).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이거나 교리를 방어하는 목적이 아닌, 하나님의 신비를 함께 질문하며 살펴보는 방법은 내향성 성도에게 안성맞춤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일대일 친구 관계에서 ‘경청의 복음 전도’라는 방식이다(265쪽).

저자가 사용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 대화 방식은 설교보다는 영적 우정에 가깝다. 시간과 과정과 인내 속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고 하나님의 선물을 기뻐하며 나아갈 때, 하나님이 일하심을 신뢰하게 된다고 저자의 경험담을 간증한다(267쪽).

이후 저자는 몇 가지 복음전도의 실천 단계를 제시하는데 결국 편안한 사람에게 편안한 환경과 시간을 내어 신비를 질문하고, 토론보다 공동체를 통해 전도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보여주라고 한다(269-270쪽).

저자는 가장 훌륭한 전도는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흔히 한국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가정교회 시스템에서 말하는 전도 방법과 비슷하다. 내향성 성도들에게는 좋은 전도 팁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전도방법이 아닌 전도 역시 할 수 있으면 팀으로 하라는 저자의 권면은 좋은 실행방법이다.

나아가 내향적 그리스도인들이 내향적 구도자에게 더 복음전도를 어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음전도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보다 긴 여정에 가깝기 때문이고, 내향성인 사람이 내향적 그리스도인을 보았을 때 자신의 신앙을 그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음전도를 꼭 같은 성향의 사람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은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고 편안한 교회를 찾을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 내향성인 성도들은 내향성이라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하나님 나라 사역에 참여하고 섬길 수 있는 신자들의 모임을 찾고 있음을 힘주어 말한다. 즉 내향성을 축복하면서도 십자가의 길을 걷는 제자가 되라고 부르는 교회를 원한다(287쪽).

그렇다. 내향성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은사를 통해 공동체를 섬기고 자신의 본 모습대로(성향)의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자녀가 되라고 부르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결국 외향성이건 내향성이건 각자의 특성과 고유한 성향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은사와 방식을 통해 공동체를 섬기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를 향한 소명이다. 주 안에서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아가면서 우리가 되는 곳이 교회가 아니겠는가?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보는 도구로,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지체를 이해하는 도구로 안성맞춤인 책이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함이 바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는 말씀을 경험하게 되는 길이라 생각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책 뒷부분에 자리한 성찰과 토론을 위한 질문은 독서모임이나 혼자 정리하며 사색할 때 좋은 도구다. 아마 독서모임을 함께 한다면 서로가 “너도 그래? 그랬구나?”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다만 토론을 위한 질문은 각 장이 끝난 자리에 있었다면 더 좋았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민철
크리스찬북뉴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