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의학과 전문의 임수현
▲비뇨의학과 전문의 임수현(한국성과학연구협회).

2021년 UNAIDS 발표에 의하면 HIV 감염 위험도는 다음 각각의 그룹에 해당하지 않는 인구보다 게이 또는 남성 간 성행위자는 28배, 트랜스젠더 여성은 14배, 마약주사 사용자는 35배, 성매매 종사자는 30배 높다. 이들은 HIV 감염의 고위험군으로서 전 세계 인구의 5% 미만밖에 되지 않지만 이들과 이들의 성 파트너가 2021년 전 세계 HIV 신규 진단의 70%를 차지한다. HIV가 만연한 일부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하면 고위험군과 그들의 성 파트너가 94%를 차지하고, 게이 및 남성 간 성행위자가 41%로 가장 많다.

가장 흔한 HIV 감염경로이자 위험한 행동은 항문성교가 특징인 남성 간 성행위이다. HIV 감염인과 한 번의 수용항문성교(남성 간 성행위 시 여성 역할)를 했을 때 감염될 확률은 1.38%로 알려져 있고, 이는 수용질성교(이성 간 성행위 시 여성)의 0.08%와 비교하면 17.4배 높다. 미국 CDC(질병예방관리센터) 홈페이지는 급성기 상태의 HIV 감염인과 수용항문성교를 한다면 동반 성병과 콘돔 착용 여부에 따라 전염 확률이 2.8%에서 70.3%까지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HIV 감염 예방 전략은 앞에서 언급한 정보를 사실대로 정확히 알려서 HIV/AIDS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위험한 행동을 삼가도록 홍보, 교육하는 것보다 HIV/AIDS라는 질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지원하고, 콘돔 사용률을 높이는데 치중하고 있다. 이는 질병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해로운 환경 요인이나 습관을 조절하는 1차 예방은 뒤로하고, 이미 발생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2차 예방과 적극적인 치료로 질병이 끼칠 해악을 최소화하는 3차 예방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파트너가 많은 문란한 성생활과 신체 장기의 기능과 목적을 무시한 위험한 성행위는 각종 성병과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예방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쉽고 효과 있는 방법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콘돔 사용이고 질병의 1차 예방법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콘돔의 성병 예방 효과는 불확실하며 실제 사용률도 낮다. 남성 HIV 감염인과 항문성교를 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항상 바르게 콘돔을 사용했을 경우 HIV 감염이 70% 예방된다고 하였다. 이 연구에서 남성 간 성행위자 중에 16%만이 일관되게 콘돔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간 성행위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48.8%, 63%, 91%의 콘돔 예방 효과를 보고했으며 역시 모든 성관계 시 항상 콘돔을 바르게 사용한 경우이다. HIV 불일치 이성 커플 연구에서는 항상 콘돔을 사용할 경우 전염이 70% 감소하였다.

또한 콘돔으로 매독,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HSV(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사면발니 등의 일부 성병은 막기 어렵다. 이러한 성병은 콘돔으로 덮이지 않는 항문 주위나 생식기 주변 피부에도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독, HPV, HSV 감염은 피부에 궤양, 수포, 종물 등의 병변을 일으키고 HIV/AIDS와 잘 동반되는 성병이다. 동반된 성병이 있는 HIV 감염인과 성교 시 HIV 전염의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콘돔 사용이 가장 효과가 좋은 예방법인 것처럼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HIV 예방 정책이고 성교육의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인 미국의 CDC는 성병에 걸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과 한 사람과만 관계를 맺는 것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콘돔 사용과 백신 접종, 검진 등의 방법을 열거한다. 금욕이나 절제같이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방법을 왜 빠뜨리지 않고 첫 번째로 이야기하겠는가?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와 국가는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자유와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 올바르게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증명된 사실과 정보들을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HIV/AIDS는 여전히 위험하고 감염의 주된 경로이자 가장 위험한 행동은 남성 간 성행위, 특히 항문성교이며 콘돔의 예방 효과는 불확실하다.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고, 책임이 동반된 자유로운 행위로 정서적 안정과 행복까지 얻을 수 있는 가장 고상한 성생활은 결혼 안에서 서로 신의를 지키고 존중하고 배려하며 누리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연합이다. 이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진리이며 건강한 인류 사회가 지속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임수현(한국성과학연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