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기독교의 죽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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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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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된 만큼만 삶

‘죽음’이란 인간의 삶이 무제한적으로 영위될 수 없으며, 하나님이 그에게 허락하신 만큼만 살고 인생 여정(人生 旅程)을 끝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이 자기 생명의 주권자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성경은 “주께서 나의 날을 손 넓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의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시 39:5)”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수한이 주권자이신 하나님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죽음’이 ‘하나님의 주권아래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영혼이 불멸(immortal, 不滅)’일진대, ‘사후(死後)’에 이어질 그의 ‘내세의 여정(itinerary of next life)’도 그의 주권 아래 있게 될 것이니, 미래 그의 운명의 불확실성에 대한 자각에서 오는 두려움에서 우리를 건진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마지막 운명하실 때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가라사대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눅 23:46)”라고 하신 것이나, 스데반이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라고 한 것은 사후(死後) 그의 여정(itinerary, 旅程)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권아래 있음을 믿고 그에게 자신의 영혼을 의탁한 것이다.

만일 죽음에 대한 ‘하나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진화론자들(evolution theory)’이나 ‘자연주의자들(naturalism)’ 주장처럼 인간이 그냥 우연히 태어나 살다가 자연의 순리를 따라 노쇠해 소멸된다면 인간에게 이보다 허무한 일이 없다.

또 ‘죽음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이 죽음을 ‘하나님이 그의 생명을 취하는 것’으로 단순화시켜, 그것(죽음)에 대한 온갖 철학적·형이상학적 추정과 모호함, 그로 인해 파생된 막연한 두려움들 제거해 준다.

“저희 호흡을 취하신즉 저희가 죽어 본 흙으로 돌아가나이다(시 104:29)”. 곧 ‘죽음’이란 별게 아니라 하나님이 일정 기간 허락하신 ‘생명’을 인간이 향유하다가 하나님이 ‘그것을 도로 취하시는 것’이란 뜻이다. ‘죽음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이 이렇게 죽음을 단순 명료화시켜줌으로 거기에 잡다한 개념들이 기생하지 못하게 해 준다.

◈소망이 채색된 죽음

죽음의 비참함은 단지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터전을 삼고 살아왔던 현세와의 모든 관계가 단절되고 그가 무(nonexistence, nothing)로 돌려진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성경이 인생을 ‘그림자’, ‘있다가 쉬 사라지는 아침 안개’에 비유한 것은 그들의 ‘존재(existence)’가 어느 날 갑자기 ‘무(nonexistence, nothing)’가 돼 버린다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주 앞에서는 우리가 우리 열조와 다름이 없이 나그네와 우거한 자라 세상에 있는 날이 그림자 같아서 머무름이 없나이다(대하 29:15)”,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시 144:1).”“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 4:14)”.

이렇게 ‘존재(existence)’를 ‘무(nonexistence, nothing)’로 돌리는 비현실적 ‘죽음’은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을 안겨주지만,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슬픔이 어느 정도 상쇄되기도 하고, 극한 슬픔과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홀연한 ‘죽음의 부존재성(nonexistence of death)’이 ‘영혼의 불멸(immortality of the soul)’을 믿지 않는 유물론자들에겐 모든 것을 끝장내는 소멸로 느끼게 하며, 그(죽음) 앞에서 오직 허무와 절망만 느끼게 할 뿐이다.

반면 ‘죽음’을 ‘하나님의 부르심’과 ‘부활을 기다리는 잠’으로 이해하는 이들에겐 ‘슬픔’에도 소망이 채색돼 있다. 장례식장마다의 독특한 분위기는 그런 ‘죽음’에 대한 상이한 이해 때문이다.

“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 너희가 알지 못함을 우리가 원치 아니하노니 이는 소망 없는 다른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예수의 죽었다가 다시 사심을 믿을찐대 이와 같이 예수 안에서 자는 자들도 하나님이 저와 함께 데리고 오시리라(살전 4:13-14)”.

“주께서… 친히 하늘로 좇아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살전 4:16).”“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는 그것이라(고후 5:8)”.

◈죽음을 두려워 아니함

‘죽음’을 ‘소멸’이 아닌, 금생의 연장선상인 내세(천국)에의 진입로(進入路)로 보는 그리스도인들은 ‘사후’에 대한 소망스러운 기대감이 있다. 그곳엔 [아골 골짝 같은] 금생(今生)의 ‘힘겨운 삶’과는 달리 ‘안식’과 ‘삼위일체 하나님의 완전한 임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지 않는다. 그들이 순교의 위협 앞에서도 의연(毅然)함을 가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이들은 더 좋은 부활을 얻고자 하여 악형을 받되 구차히 면하지 아니하였으며(히 11:35)”.

실제 초대교회의 많은 성도들은 순교의 기회가 왔을 때 경쟁적으로 서로 먼저 나섰다고 한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위해 자기의 목숨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행 20:23-24) 사투(死鬪)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범인처럼 에베소에서 맹수로 더불어 싸웠으면 내게 무슨 유익이 있느뇨 죽은 자가 다시 살지 못할 것이면 내일 죽을터이니 먹고 마시자 하리라(고전 15:32)”.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거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24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3-24)”.

또한 ‘사후(死後)’에 받게 될 ‘금생에 대한 보상’이 ‘죽음’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성경은 ‘금생(今生)’을 파종기로, ‘내세(來世)’를 추수기에 비유했다. ‘유대인의 3대 절기’ 중 마지막에 해당되는 ‘수장절’은 ‘궁극적 구원’ 혹은 ‘내생에서의 수확’을 예표한다.

사도 바울 역시 지상 생애를 마감할 즈음, 내세에서 받을 상급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관제와 같이 벌써 내가 부음이 되고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웠도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딤후 4:6-8)”.

예수님이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마 6:20)”고 하신 말씀도 “‘사후’에 천국에서 취할 상급을 위해 ‘금생’에서 부지런히 쌓는 일을 하라”는 뜻이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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