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선도 감독의 흉상, 존 웨슬리의 데스마스크(death mask)
▲웨슬리채플의 담임인 영국 상원의원 레슬리 그리피스 목사와 함께한 김 감독(오른쪽 사진). 왼쪽은 웨슬리채플이 광림교회에 기증한 존 웨슬리의 ‘데스마스크’(death mask). ⓒ광림교회 제공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 감리교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 故 김선도 감독(광림교회 원로,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이 지난 28일 소천받았다. 이 소식에 국내외 기독교 지도자들이 애도를 표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세계 감리교회의 모교회이자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1703∼1791)가 세우고 직접 목회했던 영국 런던 웨슬리채플(Wesley’s Chapel)에 고인의 흉상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이 다시 관심을 모았다. 더불어 전 세계 단 3개뿐인 웨슬리의 ‘데스마스크’(death mask)가 광림교회에 전시돼 있는 사실도 주목받았다. 데스마스크란 사람이 죽은 직후에 밀랍이나 석고로 얼굴을 본떠 만든 안면상이다. 

지난 2013년 5월 24일, 당시 존 웨슬리 회심 기념 275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500여 명의 감리교 지도자들이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이븐송(Evensong) 예배를 드렸다. 이날 특별히 故 김 감독과 웨슬리채플의 담임인 영국 상원의원 레슬리 그리피스 목사가 함께 예배를 인도했다.

이 자리에서 웨슬리채플은 김 감독의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 그리피스 목사는 “존 웨슬리 목사의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말이 한국 감리교회의 부흥을 통해 이루어졌다”며 “그가 광림교회를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세계 선교를 위해 공헌한 것을 기념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의 웨슬리채플은 흉상 제막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였다. 당시 교계는 “감리교의 가장 역사적 현장에 한국 목회자의 흉상이 제막된 것은 한국교회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故 김 감독의 세계선교 공헌·협력에 감사 의미로

존 웨슬리의 데스마스크 기증은 이듬해인 2014년 1월 27일 이뤄졌다. 유럽에서는 사진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인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죽음 직후 데스마스크를 만들었다.

교회 측은 “당시 웨슬리의 조각상이나 초상화는 많은 감리교인들에게 가보처럼 여겨지며 감리교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됐다. 이는 우상숭배와는 다른, 웨슬리의 신앙과 삶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겠다는 신앙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웨슬리에 대한 많은 기념물들이 있지만, 감리교인들이 가장 아끼는 것 중 하나가 데스마스크다. 원본은 영국 웨슬리채플의 감리교회 박물관에, 세계에 단 두 개밖에 없는 복사본은 미국의 드류대학과 광림교회 헤리티지&비전홀에 있다.

교회 측에 따르면, 웨슬리채플은 공식적으로 세계에 존 웨슬리 목사의 데스마스크는 단 세 개이며, 더 이상의 복사본은 존재하지 않고 더 이상 제작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웨슬리채플은 이를 광림교회에 기증하며 세계 선교에 대한 공헌과 웨슬리채플과의 협력에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故 김 감독은 1974년 영국의 엡솜감리교회(Epsom Methodist Church) 교환목회 이후 영국 감리교회와 꾸준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웨슬리채플 내 감리교회 박물관이 재개관하는 데도 힘을 모았다. 웨슬리채플 측은 이에 교육관을 광림룸(The Kwanglim Room)으로 명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