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뒤 이스라엘 국가 세우려 유럽 떠난
유대인 5만 명 항해 중 英에 붙잡혀 사이프러스 구금
배 타고 섬 탈출해 팔레스타인 가서 이스라엘 건국해
영화화한 <영광의 탈출> 속 사이프러스 호텔 방문해

사이프러스 구브로
▲돔 호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에 가서 이스라엘 국가를 세우려는 유대인들 가운데 5만 명이 항해 도중 영국 해군에 붙잡혀 사이프러스(구브로) 섬에 있는 수용소들에 구금되어 있었다.

이 수용소 가운데 가장 큰 수용소는 사도 바울이 안디옥을 떠나 실루기아에서 배타고 도착한 구브로 섬의 살라미 항구와 파마구스타 항구 사이에 있었다.

영화 ‘영광의 탈출(Exodus)’은 사이프러스 섬에 갇혀 있던 유대인들이 배를 타고 섬을 탈출하여 팔레스타인으로 가서, 유대인들의 나라인 이스라엘을 건국하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이 영화는 소설을 근거로 만들었는데, 소설 속에서 유대인들이 탄 배가 떠나는 항구는 사이프러스 섬의 남부 해안에 있는 파마구스타 항구이나 영화는 키레니아 항구에서 촬영하였다.

소설 속에는 주인공들이 키레니아 항구에 있는 돔(Dome)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오고, 이 호텔은 소설 속에서 여러 차례 나온다.

사이프러스 구브로
▲돔 호텔 수영장에서 필자.
혹시나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호텔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필자는 놀랐다. 아마 그 책의 작가 레온 우리스(유대계 미국인)도 책을 쓰기 위해 사이프러스 섬을 방문하고 이 호텔을 방문하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필자는 키레니아 시내를 구경하고 그날 밤에 떠나는 페리선 티켓도 사놓고 이 호텔을 찾아갔다. 도착해 보니 이 호텔은 키레니아에서 가장 좋은 호텔인 것처럼 보였다.

필자는 마침 여행 중에 읽느라 Exodus 영어 소설책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호텔에서 만난 지배인에게 돔 호텔이 나오는 그 책의 페이지를 펴 보이자 지배인은 가능하면 그 책을 자기에게 줬으면 감사하겠다고 한다. 책을 호텔 선전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1968년 발행된 그 책은 필자가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의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으로, 필자에게도 귀중한 책이므로 줄 수는 없으나 호텔 관련 필요한 페이지는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하였더니 그는 페이지 여러 장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호텔의 중요한 직원들 서너 명을 부르더니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를 원하므로, 사진을 여러 장 함께 찍었다.

지배인은 필자를 호텔 건물 밖으로 안내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군이 키레니아에 주둔할 때 영국군 사령관이 사용하던 호텔 방도 가르쳐 주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사이프러스 구브로
▲필자가 사용한 사우나 방. 침대 위에 있는 것은 필자의 군용배낭과 군용 옆구리 가방.
그때 필자는 여행 가방을 페리선 티켓을 구입한 선박회사 사무실에 맡겨두고 있었는데, 사무실을 닫는 오후 5시 전에 가서 찾아와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므로 지배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필자의 여행 가방을 오후 9시까지 이 호텔 짐 보관소에 보관하고, 필자는 호텔 수영장 풀 사이드에 있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니 사람 좋게 생긴 지배인은 직원에게 뭐라고 말하였다.

그는 직원이 가져 온 방 열쇠를 필자에게 주면서 밤 9시까지 이 방을 사용하라고 한다. 방값은 무료이고 나중에 가족을 데리고 오면 무료로 호텔에 숙박시켜 주겠다고 한다.

몇 시간 머무는데 편하게 침대에 누워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보를 흩트려 놓기가 미안하므로 이유를 말하고 사양하였더니, 다른 열쇠를 주면서 이 방은 개인 사우나 방이고 이곳에는 마시지용 침대도 있으니 그러면 이 방을 사용하라고 하므로 필자는 그 방을 사용하였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는 7월 한여름이었으므로 낮이 길었는데, 동부 지중해의 낮은 우리나라 여름 낮보다 엄청나게 길어서 오후 7시가 넘었는데도 마치 대낮 같았다.

사이프러스 구브로
▲호텔 간부들과 함께. 필자 왼편이 지배인. 필자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은 ‘Exodus’.
넓고 잘 정리된 수영장에는 필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므로 필자는 느긋하게 수영을 즐기다 풀 사이드에서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종업원을 불러서 음료를 주문하였더니, 종업원은 음료와 함께 볶은 알몬드 등 스낵도 가져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것은 지배인이 돈을 받지 말라고 하였다며, 무료라고 한다.

밤 9시가 되어 필자는 사도 바울의 고향인 다소에 가려고 호텔을 나와, 페리선이 출발하는 곳으로 갔다. 돔 호텔 지배인과 직원들의 친절에 너무 감사하다.

이런 것은 필자가 1979년 초부터 약 40년 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필자는 이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감사! 감사! 감사!

이제 사도 바울의 구브로 섬 전도 여행지를 떠나, 다음 회에는 튀르키예 본토로 건너간다.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