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존재 위협받는 실정… 정신 차리고 수습할 때
개혁주의 신학 체계화시키고 성도들에게 교육해야
분열은 지도자들 잘못… 빨리 하나돼 영향력 발휘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
▲본지는 최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취임한 정서영 목사를 11월 29일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송경호 기자
국내 최대의 교파인 장로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의 새 대표회장에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가 최근 취임하며 한국교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정 목사는 정기총회에서 전한 취임 인사에서 “지난 세월 한국교회는 부흥만을 위해 달려온 결과 외면은 증가했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며 “성장하고 물질이 풍부해지며 사명의식이 결여되고 세속화되면서 사회로부터 외면당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정 목사는 11월 29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이에 대해 절박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교회의 존재가 위협받는 실정인데도 많은 교회들이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한다”며 “이때 정신을 차리고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장총이 보수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하나돼서 대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우리 한장총의 회원교단들이 한기총·한교연·한교총 세 군데에 다 있으니, 다 같이 노력해서 하나됨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동안 장로교의 개혁주의와 종교개혁 신앙 정체성을 회복하고 교육해 제2의 부흥을 이끌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다음은 정 목사와의 일문일답.

-한장총 대표회장 취임 소감 한말씀 부탁드린다.

“한국교회에서 70~80% 장로교회이기에, 장로교가 잘 서야 한국교회가 바로 잘 선다고 늘 생각해 왔다. 이번에 출마했던 것도 그런 의미 때문이다. 한국 장로교회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많을 일을 해보려 노력할 것이다.”

-임기 동안 역점을 둘 사업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지.

“개혁주의와 종교개혁 사상을 제일 잘 고수하고 있는 것이 장로교단들이다. 우리가 개혁주의 신학 잘 가져야 자유주의나 해방신학이나 이단에 빠지지 않는다. 이런 신학 정체성을 잘 회복해서 신앙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평신도에게까지 잘 교육해서 제2의 부흥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최근 몇 년간 한장총의 위상과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

“한장총이 한국 교계에서 연합단체로서는 가장 오래된 기관이고, 한국 장로교에서 정통이라 하는 26개 교단들이 다 여기에 들어와 있다. 우리는 다른 연합기관들과 달리 한 신앙 한 신학을 고백하는 곳들만 모여 있기에 학문적·신학적 문제는 없는데, 너무 같은 사람끼리만 모여 있으니 그런 면에서는 너무 편안한 것 같다. 연합단체가 모여서 과감하게 신학 토론과 전수 등에 매진하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 한장총 회원교단들이 한기총·한교연·한교총에 다 있으니 힘 분산됐던 측면도 있는데, 올해는 결집해 보려 한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
▲정서영 목사는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연신 절박한 심정을 피력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송경호 기자
-지난 정기총회 당시 한국교회 세속화와 내적 부실을 지적하며 지도자들의 변화를 강하게 촉구하셨는데, 그런 메시지를 전하신 동기가 무엇인가.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성도들의 평균 연령이 무려 65세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10년 뒤면 75세가 되고, 교인 수는 기존의 교인들이 돌아가시면 그만큼 줄어든다. 심각한 문제다. 어린이들은 그래도 부모 따라 간혹 교회에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커서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진출하면 발길을 끊는다. 교회의 존재가 위협받는 실정인데도 많은 교회들이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따뜻한 물 속의 개구리’처럼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따뜻하다고 그것을 즐기는 시기인 것 같다.

이때 정신을 차리고 수습해야 한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중에 바닥까지 내려가서 엉망진창이 되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빨리 수습해서 극복할 것인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다 보면 옛날처럼 부흥회와 집회만 하면 될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때는 교회가 존경받던 시절이어서 그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전도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먼저 목회자들이 낮아져야 한다. 목회자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켜 줘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군림하려는 자세로 목회하려 하면 언제까지 갈 수 있겠는가.”

-그 같은 변화를 위해 한장총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실 계획인지.

“취임사에서도 말했듯이 신학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서 철저한 하나님 중심의 신앙, 종교개혁의 3대 원리인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의 신학과 신앙이 성도들에게까지 들어가면 이단도 다 분별된다. 개혁주의 신학을 체계화시켜서 성도들에게 신앙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우리가 이단은 다 이단인 줄 안다. 그런데 그보다 무서운 건 자유주의이다. 같은 기독교 신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신학이 더 무섭다. (자유주의 신학과 같이) 인간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너진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특히 보수 연합기관들이 분열된 상황에서 한장총이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보시나.

“한국교회 연합사업 자체가 굉장히 혼탁하고 춘추전국시대 같다. 진보 측에는 NCCK가 있고, 보수라고 주장하는 기관은 한기총·한교연·한교총 3군데 있다. 제가 볼 때 한교총은 보수가 아니고, 감리교가 들어와 있기에 중도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각각 하나씩 2군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둘이 전국 교회들을 상대로 할 때는 하나로 연합하기도 하고 서로 견제하기도 하면 되는데, 지금은 보수의 구심점이 없다. 한교총은 자신들의 소속 교단 교회수가 많으니 대표성을 주장하지만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중도라서 성명 하나 제대로 발표 못한다. 그래서 한기총·한교연·한교총이 빨리 하나돼야 한다.

솔직히 교회 지도자들이 밥그릇 싸움을 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 지도자들부터 잘못한 것이지 평신도가 쪼갠 것이 아니다. 자신들도 하나되지 못하면서 한국교회가 하나돼야 한다고 하는 것은 우습다. 빨리 하나돼서 대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옛날에 한기총에서 성명을 내면 영향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뿐이지 아무런 힘이 없다. 우리 한장총의 회원교단들이 한기총·한교연·한교총 세 군데에 다 있으니, 다 같이 노력해서 하나됨에 참여하게 할 생각이 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
▲정 목사는 특히 현 한국교회의 문제는 지도자들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

“사실 교인들에게는 부끄럽다. 왜냐하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지도자들이 개혁주의 정신을 잃고 신학과 신앙이 많이 바뀌었다. 자유주의와 기복주의와 신비주의가 뒤섞여서 굉장히 혼란스럽다. 그래서 장로교 신학 정체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려는 것이다. 기복주의와 신비주의는 올바른 신앙이 아니다. 그런 것들 때문에 혼란스럽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이단들이 그런 것을 이용한다. 신학 정체성을 정립하려 해도 성도들이 목사들을 존경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목회자들이 많이 반성해야 한다.”

한편 정서영 대표회장은 서울기독대학교대학원(Ph. D)을 졸업하고 총신중앙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현재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과 (사)한국신문방송협회 총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