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빈곤,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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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대표 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이 경제적 소외계층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교회가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요청했다.

샬롬나비는 28일 발표한 논평에서 “11월 25일 서울 신촌에서 복지사각지대에서 생활고를 겪은 30대 딸과 어머니의 극단적 선택이 또 발생했다”며 “이들은 월세와 전기요금이 수개월째 밀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복지사각지대 생활고 극단 선택 사건은 2022년 8월 21일 수원에서 발생했던 세 모녀의 극단적 선택이 일어난 지 3개월 만”이라며 “정부는 우선 이념적, 정치적 판단을 떠나 휴머니즘에 입각한 사회복지제도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눈에 띄고, 당장 환호하는 젊은 층의 빚을 갚거나, 사회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구시대의 제도를 폐기하고, 사회복지사가 발로 뛰어 파악한 실제적 경제소외자를 중심으로 과감한 재정투입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사회복지사 및 현장 담당자들의 의견을 신뢰하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 인원의 신속한 의견을 받아들여서 복지혜택의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임시적으로 완화하고, 선조치 후등록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빠른 구제 활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샬롬나비는 “한국사회는 자기만의 행복을 중시하는 삶이 아닌 타인과 더불어 행복을 나누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하나의 운명공동체에 속한 자들이며, 따라서 나와 내 가족의 안전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헌금의 4분의 1을 교회 내 어려운 자들, 4분의 1을 교회 밖 어려운 자들에게 사용해야 한다”며 “칼빈은 교회 헌금 중 25%는 교회 내 어려운 자들을 위해, 25%는 교회 밖의 어려운 자들을 위해 사용할 것을 권면했다. 종교개혁의 혜택을 받은 한국교회는 개혁교회 전통을 받아들여 교회 내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이를 어려운 자들을 위한 구제에 사용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교회는 복지의 관점에서 가난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인 숙식, 개인공간의 확보, 그리고 건강 문제의 해결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며 “복지의 적극적 수행을 대한민국 정부, 사회단체, 한국교회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할 때 우리가 작금에 경험하고 있는 소외된 자들의 불행은 점차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해당 논평 전문.

정부는 정치적 이념경쟁이나 경제 논리를 떠나, 최우선적으로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한 확고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자기만의 행복을 중시하는 삶이 아닌 타인과 더불어 행복을 나누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김영한 박사
▲샬롬나비 대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며칠전 2022년 11월 25일 서울 신촌에서 복지사각 지대에서 생활고 겪은 30대 딸과 어머니의 극단적 선택이 또 발생했다. 이들은 월세와 전기요금이 수개월째 밀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자체 관계자는 "전 거주지 담당자가 상담차 방문했지만, 그곳에 살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현 거주지는 전입 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복지 사각지대 생활고 극단 선택 사건은 2022년 8월 21일 수원에서 발생했던 세 모녀의 극단적 선택이 일어난지 3개월 만에 다시 일어났다. 지난 8월에는 병원비와 월세가 밀리는 등 생활고를 겪고 있으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 도움을 받지 못했던 60대 어머니와 40대 두딸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이들은 12평 남짓한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2만원의 주택에 거주해왔고, 60대 어머니는 난소암 투병, 40대 큰딸은 경련을 동반한 희소병과 정신질환, 그리고 40대 둘째 딸은 난치병 및 정신질환에 시달려왔다. 이미 집안의 장남도 병으로 2019년에 세상을 떠났고, 60대 어머니의 남편 역시 숨진 상황이었다. 가장의 사업실패로 졌던 빚에 쫓기면서 세 모녀는 거주지를 옮겼던 탓에 거주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하며, 이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금 전 세계는 전례 없던 코로나19사태 및 전쟁과 경제불황의 여파에 의해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고스란히 사회적 소외자들에게 전가되어왔고, 이번 사건 외에도 이미 경제적 어려움에 의한 사회적 소외자들의 극단선택이 빈번히 발생해왔다. 2014년 2월 송파구에서는 성실히 살던 세 모녀가 복지시스템으로부터 누락되어 고생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2019년에는 성북구 모녀가 빚과 생활고에 허덕이다가 운명을 달리한 일이 발생했었다. 또한, 양주시의 경우 아버지가 어린 아들 둘과 함께 생을 마감한 것이 보고되었고 이 외에도 거의 일 년에 몇 번씩 생활고에 따른 일가족 극단선택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은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즉, 우리는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사회복지체계가 여전히 결핍을 노출시키고 있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는 엄청난 세금, 많은 공무원과 사회복지요원의 고용에도 불구하고,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이유가 정부의 실책에만 있지 않고, 한국사회 및 한국교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시민의식의 부재와 이기주의 안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샬롬나비는 수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경제적 소외자들의 불행을 막기 위한 보다 확고한 안정망을 정부에게 요구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요구가 정부를 넘어,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사항임을 천명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는 대한민국 사회 및 한국교회가 경제적 소외자를 위해 적극적인 구제노력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자 한다.

1. 정부는 정치적 이념경쟁이나 경제 논리를 떠나, 최우선적으로 경제적 소외계층을 위한 확고한 생계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근 20년 동안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정부를 운영하면서 이념에 따른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를 실험하고 구성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제도의 다변화 안에서도 여전히 사회복지제도의 허점은 계속 노출되어왔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복지의 문제가 결코 이념에 따라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학습하게 되었다. 오히려 정치적 이념에 따른 복지제도는 자신들 편에 유리한 쪽으로만 개편되고 수정됨으로써 진보정권일 때는 진보사회단체 지원금 및 청년복지에 열중하고, 보수일 때는 보수사회단체 지원금 및 노인복지에 열중하는 모습만을 보여왔다. 사회단체, 청년층, 노인층 모두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노출될 수 있는 대상이며, 이들에 대한 복지혜택이 결코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상 정치적 이득을 위해 복지정책이 구성됨을 통해서 정작 복지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소외자들의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우선 이념적, 정치적 판단을 떠나 휴머니즘에 입각한 사회복지제도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눈에 띄고, 당장 환호하는 젊은 층의 빚을 갚거나, 사회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구시대의 제도를 폐기하고, 사회복지사가 발로 뛰어 파악한 실제적 경제소외자를 중심으로 과감한 재정투입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는 사회복지사 및 현장 담당자들의 의견을 신뢰하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 인원의 신속한 의견을 받아들여서 복지혜택의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임시적으로 완화하고, 선조치 후등록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빠른 구제 활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서류의 미비 등으로 인한 자격시비의 문제는 분명 나타나겠지만, 이렇게 해서 단 한 명의 불행한 사건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다른 서류가 잘 갖춰진 지원금 사용에 비해 분명 더 효과적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2. 한국사회는 자기만의 행복을 중시하는 삶이 아닌 타인과 더불어 행복을 나누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한국사회는 자기와 자기 가족만의 행복을 향유하고 중요시하는 삶이 아닌 타인 배려의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기중심적으로, 자기만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가장 상식으로 여긴다. 따라서 이제 안면 없는 타자(다른 이)를 진정으로 환대하거나 돕는 이들을 발견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삶의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또한 경제적 소외자의 불행을 방치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하나의 운명공동체에 속한 자들이며, 따라서 나와 내 가족의 안전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제도가 없고, 또한 경제적으로 소외된 자들이 어려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나 역시도, 그리고 우리 가족과 친구들 역시도 그러한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최소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는 내 주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행한 일들이 결코 당하는 이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언제든지, 그 누구에게라도 벌어질 수 있는 구조적 사건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한 지금 당장 문제의 원인을 뿌리뽑지 않으면, 그 문제는 어느 곳에서든 일어나서 우리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넣고 만다. 최소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한 안전망 확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타인들의 어려움에 함께 대항하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3. 한국교회는 헌금의 1/4을 교회내 어려운 자들. 1/4을 교회밖 어려운 자들에게 사용해야한다.
한국교회는 가장 친숙한 종교 개혁자 칼빈의 가난 구제의 제안을 따를 필요가 있다. 칼빈은 교회 헌금 중 25%는 교회 내 어려운 자들을 위해, 25%는 교회 밖의 어려운 자들을 위해 사용할 것을 권면했다. 따라서 종교개혁의 혜택을 받은 한국교회는 개혁교회 전통을 받아들여 교회 내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이를 어려운 자들을 위한 구제에 사용하도록 힘써야 한다.

한국교회는 사회복지 사각지대 극복에 동참해야 하며, 이를 위해 원칙적으로 개혁교회 전통에 따라 헌금의 25%는 교회 내의 어려운 이웃을, 25%는 교회 밖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기독교가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자기중심적 세상의 상식과 전적으로 다른 것, 즉 자신을 버리고 타자를 살리는 ‘십자가의 도(고전 1:18)’를 말하며, 이것은 곧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은 소외된 자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성경은 하나님이 소외된 자를 사랑하시고 불쌍히 여기시며,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는 것이 곧 하나님께 하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교회는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소외된 자들에 대한 전적으로 다른 방식의 책무를 가진다.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님을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해야 하는 교회는 이제 자기 자신보다, 소외된 자들을 더 사랑해야 하며 더 섬겨야 하는 책무 앞에 서게 된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강도만난 자를 도운 자는 그와는 아무런 면식이 없고 사회에서는 냉대받은 사마리아인이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우리 사회를 향하여 특히 복지사각 지대에 있는 불우한 소외된 우리 이웃에 대한 선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복지의 관점에서 가난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인 숙식, 개인공간의 확보, 그리고 건강 문제의 해결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4. 한국의 대형교회는 특히 경제적으로 소외계층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물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대한 구제는 자립하기 어려운 작은 교회보다는 대형교회에 더 많이 해당되는 권면이다. 구제와 나눔보다는 자기 만족과 성장에만 치중하는 대형교회들은 많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 권력과 돈에 따라 아첨하는 교회, 오직 돈과 성공을 바라면서 기도하는 것을 방임하고 조장했던 교회, 헌금 내는 것에 따라 교인들을 차별하고 더 많은 헌금을 종용했던 교회 등은 교회로 불릴 자격이 없다는 점을 우리는 반성해야만 한다.

초대교회는 모든 이들이 자기 것을 내놓아 서로 섬겼던 것처럼, 그렇게 교회와 교인들은 자신의 것을 내어놓아 가난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의무를 깨닫고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그리고 특별히 대형교회는 이러한 의무를 위해 자신들의 외적 치장이 아닌 경제적 소외자들을 위해, 개혁교회 전통을 따라, 헌금 중 25%를 교회 내 어려운 자들에게, 25%를 교회 밖 어려운 자들에게 구제로 사용해야 한다.

5. 우리사회의 복지는 정부, 사회, 교회가 함께 노력할 때 효과를 발할 수 있다.
복지의 적극적 수행을 대한민국 정부, 사회단체, 한국교회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할 때 우리가 작금에 경험하고 있는 소외된 자들의 불행은 점차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사항은 이러한 복지의 수행이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된 것, 혹은 자기 자신의 처세를 위한 어떤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것은 자기의 이득을 넘어 우리 모두가 중심이 되고, 또한 내가 아닌 타인의 행복이 기준이 되는 것, 나아가 경제적으로 소외된 자가 삶의 희망을 획득하도록 하는 사건이 되어야 하며, 바로 이러할 때 현 정부는 국민에게 칭송받는 정부가 될 것이며, 대한민국은 보다 행복한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게 될 것이다.

 2022년 11월 28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