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한민국 대법원. 24일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1년 판례를 일부 뒤집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배우자와 이혼한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성으로 기재된 것을 여성으로 정정해 달라며 제기한 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2011년 9월 미성년 자녀가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했던 판례를 11년 만에 일부 뒤집은 것이다.

보편적 윤리관, 시대와 문화 영향 받아선 안 돼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보편적 가정관을 허무는 것이 진보이고 발전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국민의 권리와 사회의 질서를 도모해야 할 사법관들이 자신들의 취향대로 판결하는 것에 우려스럽다”며 “보편적 윤리관, 가정관은 시대나 문화의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 자신과 자녀를 보호해야 할 울타리를 스스로 허물면서 자신은 보호받으려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미국에서 아빠와 엄마가 성전환한 아이들이 받는 심리적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미워하고 불이익을 줄까 봐 떨면서 말하지도 못하고 무언의 압박과 공포 속에 살 고 있다”며 “최근 대법원의 판결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많아졌다. 무책임한 이번 판결은 시간이 지나면 부당성이 드러나고 부끄럽게 생각될 것”이라며 말했다.

주요셉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반동연) 대표는 “현재 대법원장과 판사들은 대부분 사법적극주의(판결에 있어 법문언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목표와 사회정의 실현을 염두하는 태도)를 보인다. 기존의 헌법과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고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주의에 물들어 이념에 치우친 편향된 판결이다. 대법원 판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미성년 자녀의 ‘동의’ 단정 말고 성인까지 기다려야

“미성년 자녀 둔 부모 성별정정, 서구의 잘못된 인권 좇지 말라”
▲진평연,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복음법률가회, 복음언론인회 등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애스 대표)는 “인간의 권리 행사는 어디까지나 그와 관계하는 타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미성년 자녀의 인권은 사회적·법률적으로 두텁게 보호되어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가 겪게 될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률적 근거 없는 성전환자인 아빠의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였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성전환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 다양한 상황을 살펴 성별 정정을 허가하라는 것은 궤변에 가깝다. 법률적으로 미성년 자녀는 합리적 의사 판단 능력이 없으므로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변 상황만을 가지고 섣불리 미성년 자녀가 성전환자인 부모의 성별 정정에 동의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 자녀들이 아빠를 고모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들 주변에서 미성년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빠의 성전환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상현 숭실대 법대교수(복음법률가회)는 “부모의 성전환과 성별 정정이 자녀에게 미치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크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있다. 그 경험은 일생을 지배한다. 이를 도외시했다”며 “가족법에는 양육권 등을 다툴 때 자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다. 이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성의 문제에 관해 계속해서 대법원이 실정법이나 종전의 타당한 법률을 완전히 변경하는 입법 판결하는 것은 사법독재로 가는 길이다.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명 대법관 중 1명만 반대 의견

지난 2011년 전원합의체 결정은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반면 이번 판결의 쟁점은 그 중 후자에 한한 것으로, “현재 혼인 중에 있지 아니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였다. 12명의 대법관 중 1명만이 2011년도의 판결을 지지했다.

재판부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서 성전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으로 확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별정정으로 인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있어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하여 공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 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 자녀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선 “그 자체로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복리에 현저하게 반한다거나 미성년 자녀를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이동원 대법관만이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앞서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부모의 성별 정정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미성년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고, 미성년 자녀가 학교에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제출하는 등의 과정에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이성과 혼인하고 자녀를 출생해 가족을 이룬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요청”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