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낙태권에 제동 건 미국, 낙태 천국이 되버린 한국”
▲한국교회법학회 제30회 학술세미나가 ‘생명윤리와 기독교: 낙태와 존엄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서초동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송경호 기자
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소강석 목사, 회장 서헌제 교수) 제30회 학술세미나가 ‘생명윤리와 기독교: 낙태와 존엄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시무)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1부 예배에서는 황영복 목사(학회 상임이사, 미스바교회)의 사회로 소강석 목사(한교총 직전회장)가 말씀을 전하고 서헌제 교수가 인사말을 전했다.

서 교수는 “천하보다 귀한 인간의 생명은 그 주제가 각 개인인지 창조주인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며 “특히 생명의 시작과 종말에 관련된 낙태와 존엄사에서 인간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할 것인지, 인정한다면 어떤 조건, 어느 범위에서 존중할 것인지가 그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낙태 천국이 된 반면,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낙태 처벌 합헌 판결로 50년간 유지되던 낙태 자유에 제동을 걸었다”며 “회생 불가능한 환자의 고통 속 연명을 인위적으로 중단하는 존엄사를 합법화한 나라가 있고, 우리 국회에도 존엄사 합법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조배숙 변호사(복음법률가회 대표)가 격려사를, 신평식 목사(한교총 사무총장)가 축사를, 주연종 목사(사랑의교회, 학회 이사)가 환영사를 전했다.

과학기술의 진보, 자제력 통제한 채 연구범위 확산

‘기독교신앙과 실정법에서 본 낙태와 안락사’를 주제로 발제한 송삼용 목사(하늘양식교회, 교회법신문 대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생명과 관련한 문제는 자살에 대한 절망적 통계만이 아니다. 생명윤리의 쟁점인 낙태와 안락사 역시 천하보다 귀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치명적으로 해(害)하는 주제들”이라고 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진보는 자제력을 통제하는 자율성을 잃은 채 무제한적으로 연구 분야 및 그 범위를 확산해가고 있다”며 “현대 생명과학의 주제들이 그 정황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배아복제, 유전자 조작 및 치료, 연명치료, 인간대상 및 인체 유래물 연구, 장기 이식 뇌사 등이 그 사례들”이라고 했다.

“근거 없는 낙태권에 제동 건 미국, 낙태 천국이 되버린 한국”
▲‘기독교신앙과 실정법에서 본 낙태와 안락사’를 주제로 발제한 송삼용 목사(하늘양식교회, 교회법신문 대표). ⓒ송경호 기자
그러면서 “낙태와 안락사는 윤리적 측면이나 종교적인 측면,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낙태 합법화 판례를 폐기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비교법적 함의’를 주제로 발제한 전윤성 미국변호사(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연구소)는 “연방대법원은 연방 헌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낙태권은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지 않고, 따라서 연방 수정헌법 제14조의 ‘자유’에 포함될 수 있는 본질적인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출생하지 않은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권은 심오한 도덕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 결정권에서 도출된 타 권리들과 구별되며, 자기결정권에 포함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자기결정권의 한계가 없다면 성매매와 마약 사용도 합법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연방 헌법과 동일하게 우리 헌법에도 낙태권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100년이 넘게 유지되어 온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2019년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돕스 판결에서 비춰볼 때 헌재의 결정은 낙태권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구체적 근거가 없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 공백 상태 지속, 낙태 합법화된 것처럼 호도

‘국회 발의 중인 낙태죄 법안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주제로 발제한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 대표)는 “(낙태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인한) 입법 불비 상태를 이용해, 대한민국 한쪽에서는 이미 낙태가 합법화된 것이라며 임신 중지·재생산권의 제도화를 위한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격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연 현행 국회에서 발의된 6개의 법률안이 낙태죄의 위헌성을 제거하면서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충실히 감당할 수 있는 입법안인지 의문”이라며 “대한민국 체제의 기본법에 해당하는 형법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국가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형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낙태권에 제동 건 미국, 낙태 천국이 되버린 한국”
▲‘낙태 합법화 판례를 폐기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비교법적 함의’를 주제로 발제한 전윤성 미국변호사(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연구소). ⓒ송경호 기자
천주교 “‘품위 있는 죽음’ 미화한 존엄사, 실제는 살인”

‘가톨릭 신앙에서 보는 안락사 문제’를 주제로 발제한 정종휴 교수(전남대 로스쿨)는 올해 발표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명을 통해 안락사(존엄사)에 대한 천주교의 입장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천주교주교회 생명윤리위원회는 6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의사 조력 존엄사’에 대해 “이른바 ‘죽을 권리’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라며 “오늘날 ‘존엄사’라는 용어는 ‘환자가 고통 없이 존엄과 품위를 지니고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미화된 이미지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자살과 이에 가담하는 살인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의사 조력 자살’에는 환자가 자살하도록 도와주는 의사의 개입이 들어있다. 의사가 환자의 목숨을 끊도록 돕는 것은 ‘생명의 봉사자’라는 의사의 고귀한 본분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조력 자살은 의료와 의료인의 모습의 왜곡”이라고 했다.

또 “교회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균형을 넘어서는 과도한 의학적 치료, 죽음의 시간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대해 양심 안에서 거부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며 “그러나 말기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돌봄 행위들, 곧 수분 공급, 영양 공급, 일상적인 투약 등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존엄하고 품위 있는 임종에 필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경청과 돌봄이지 죽이는 행위가 아니다. 이른바 ‘의사 조력 자살’은 언뜻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깊이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심한 살인행위에 불과하다”며 “인간의 생명 앞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

발제에 이어 종합 토론은 박요셉 목사(학회 이사)의 사회로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 신대원 부총장 겸 대학원장), 명재진 교수(충남대 로스쿨)이 참여했다.

“근거 없는 낙태권에 제동 건 미국, 낙태 천국이 되버린 한국”
▲학술 세미나 직후 기념촬영을 하는 주요 순서자 및 참석자들. ⓒ송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