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동성결혼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안이 연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원들은 낙태합법화를 뒤집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결혼존중법이 필요한 단계라고 환영했지만, 이는 기독교 지도자와 종교 자유 지지자들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상원은 ‘결혼 존중 법안’에 대한 예비투표에서 찬성 62표, 반대 37표로 이를 가결했다.
이 법안은 동성결혼이 연방 차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인종이나 성별 등을 이유로 결혼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도 다른 주에서 이뤄진 동성 간 결혼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은 상하원 최종 표결 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야 발효된다. 일단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가능성이 차단되며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CNN은 전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된 만큼, 민주당 측이 진보적 의제를 선점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은 2015년 동성결혼을 보장한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보수 성향의 미 연방대법원은 올해 6월 50년 만에 낙태권 폐지 판결을 냈다. 따라서 동성결혼에 대한 판결도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이 니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1월 새 회기가 시작되기 전 민주당이 아직 양원을 장악하고 있을 때, 동성결혼이 낙태권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도록 재빠르게 성문화 법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많은 보수 의원들은 여전히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으나, 이번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50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12명의 찬성표가 나왔다.
보수적인 기독교 비영리 법률단체인 리버티 카운슬(Liberty Counsel)은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은 303 크리에이티브(303 Creative)의 기독교 웹사이트 디자이너와 같은 이들의 종교적 신념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위한 웹사이트 제작을 요구하는 콜로라도주 차별법에 반대하는 기독교인인 콜로라도 웹 디자이너 로리 스미스(Lorie Smith)의 사건에 대한 심리를 앞두고 있으며, 리버티카운슬은 그녀를 돕기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리버티카운슬은 “결혼존중법은 이 사건의 승소를 뒤집을 것이며, 그녀는 동성결혼을 축하하는 웹사이트 제작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기독교 보수 옹호 단체인 가족 연구 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의 토니 퍼킨스 회장 역시 성명을 내고 “상원 법안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권리’를 짓밟고 있다”며 비판했다.
퍼킨스 회장은 “법원이든 의회든 진실은 바뀔 수 없다. 의회의 결정에 관계없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결혼은 하나님이 정하신 것이며 남자와 여자는 그분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진리에 계속 헌신함으로써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