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학·탈신학 표방한 민중신학, 좌표에 어려움”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혜암신학연구소 가을 신학세미나 개최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교수)가 14일 동 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신학의 의의와 새로운 시대적 전망’을 주제로 가을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소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교수)가 14일 동 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신학의 의의와 새로운 시대적 전망’을 주제로 가을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소
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교수)가 14일 동 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신학의 의의와 새로운 시대적 전망’을 주제로 가을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균진 소장(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원돈 교수(한신대)가 주제발표하고, 이어 박경미 교수(이화여대)와 오성종 교수(칼빈대), 김영한 교수(숭실대)가 논찬과 토론자로 나섰다.

하나님 아닌 민중 중심에… 좌표 설정 어려움 겪어

강원돈 교수는 “민중신학은 세계 신학계에서 한국 고유의 신학으로 인정받았고, 민중신학의 태동과 발전은 한국 신학사를 민중신학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눌 만큼 큰 사건이었다. 민중신학 이전에 민중의 경험과 현실을 신학적 성찰의 중심에 놓았던 신학은 없었다”며 “민중신학은 그리스도 사건을 민중의 고난과 죽임 당함과 부활의 사건을 매개하여 성찰하는 신학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했으며, 탈신학(脫神學)과그 신학에 맞서는 반신학(反神學)을 구상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민중신학의 초기 형태는 1960년대 말 삼선개헌 반대 운동, 1972년에 확립된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에서 본격화한 한국 개신교 일각의 민주화·인권운동, 1971년 전태일 분신 사건을 계기로 확산한 도시빈민·노동선교 운동”이라며 “민중신학은 이런 운동과 연대하는 가운데 태동하고 발전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안병무는 오늘의 그리스도가 어디에 현존하는가를 물으면서 사건의 신학을 민중신학적 담론의 초기 형태로 제시했다. 안병무는 고난을 겪는 민중과 만나면서 고난당하는 이웃의 소리를 듣고 거기 호응할 때 현존하는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고, 민중의 고난과 저항의 사건들 속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증언하는 것이 신학의 과제라고 규정했다. 안병무가 형성한 신학은 ‘사건의 신학’과 ‘증언의 신학’이었고, 그것이 민중신학의 원초적 형태였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안병무는 권력과 물질의 사유화에 맞서서 ‘공’(公)의 정치와경제를 강조했고, 물질과 계급에 대한 인식의 혁명적 전환을 촉구했다”고 했다.

또 그는 “서남동은 사건과 증언의 신학으로서의 민중신학을 수용하면서도 실천을 크게 부각시켰다. 그는 전통보다 실천을 우선했고, 이러한 대담한 생각이 서남동을 탈신학과 반신학의 구상으로 이끌었다”며 “말년의 서남동은 민중현실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을 중시하고 기독교인들의 해방실천에서 이데올로기적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를 수행하지 못하고 생애를 마감했다”고 했다.

▲‘민중신학의 의의와 새로운 시대적 전망’을 주제로 발제한 강원돈 교수(한신대). ⓒ연구소 

▲‘민중신학의 의의와 새로운 시대적 전망’을 주제로 발제한 강원돈 교수(한신대). ⓒ연구소 
이어 “민중신학이 태동하던 시기에 민중신학자들이 강조했던 것은 ‘민중의 주체성’이었다. 그것은 민중의 주체성에 관한 선언적 규정에 그쳤으나, 그것만으로 민중운동을 지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민중의 주체성은 민중이 구원의 대상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사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 역할을 맡는 것에 주목했다. 죄에 관한 이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병무는 본래적인 죄가 온데간데 없고 죄인을 양산하는 율법중심의 죄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서남동은 민중의 주체성이 한과 단의 변증법에서 극적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민중신학은 1980년대의 민중해방운동을 매개로 해서 급진화됐고, 1990년대에 들어와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언어로 분화됐다”며 “젊은 민중신학자들은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한 기독교인들의 운동이 1980년대의 현실에서 민중이 주체가 되어 펼쳐나가는 운동의 목표와 전략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신학적 언어를 개발하고자 했다. 강원돈은 유물론에 선 ‘물의 신학’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주장했다. 그러나 1990년을 전후로 민중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었고, 민중신학을 하는 사람들은 민중신학의 좌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젊은 민중신학자들은 푸코, 들뢰즈, 바디우, 데리다, 스피박, 레비나스, 아감벤, 라캉, 지젝 등의 주체 담론 혹은 탈주체 담론을 끌어들여 민중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민중신학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민중신학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함께 가야 한다”며 “흔히 신학은 신앙고백을 출발점으로 신에 관한 담론을 발전시켜왔지만, 민중신학은 민중을 신학의 중심에 설정하고 민중의 경험과 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신과 세계와 역사에 관한 담론을 전개하고자 했다. 그것이 민중신학의 특이점이다. 민중신학은 해방신학과 많은 점에서 같은 궤도에서 움직이지만, 민중신학은 ‘민중’을 신학의 초점에 놓지만, 해방신학은 가난한사람들의 ‘해방’을 타겟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민중신학은 금융적수탈과 사회적 양극화와 기후파국이 서로 결합한 위기복합체에 맞서서 새로운 신학적 언어를 제시하여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민중신학이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오늘의 신학담론이 되려면, 민중신학의 특이점을 살려나가고 민중신학의 좌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첫째로 민중에 과몰입해 나타난 이상 신호에 제대로 대응해야 하고, 둘째로 ‘진리의 실천’이라는 민중현실로 되돌아와야 한다. 또한 주체성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신학·탈신학 표방했지만 신앙의 장 떠나 동력 힘들어
‘민중’은 의도된 번역… 예수 안 따르는데 구원사 적극 역할은 모순
특수 계층 위한 차별적 메시아 아닌 모든 사람 위한 메시아
가난한 자, 사회적 약자 아닌 민주화 운동 투쟁자

논찬한 박경미 교수는 “민중신학은 어린양처럼 희생당하는 민중을 발견한 기독교 지식인의 자기반성과 성찰 속에서 탄생했다. 멀리 보면 초기 민중신학자들은 나라를 되찾고 민족을 구하려는 독립운동가들의 자기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삶과 행적에는 전문가적 직업인의 면모보다는 지사적 풍모와 품격이 드러난다”며 “성서, 교회사를 참고서, 전거로 보는 서남동의 성령론적-공시적 해석은 오늘 현실의 사건 속에서 그리스도, 성령, 하나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실천적, 신앙적, 영적 경험을 전제할 때만 가능하고 유효하다. 현재 눈앞에 전개되는 사실과 사건은 인간적, 시대적, 사회적 오류와 실수로 불완전하고 왜곡되어 인간과 역사를 잘못 이끌 수 있다”고 했다.

또 박 교수는 앞서 언급한 ‘물의 신학’에 대해 “낡은 형이상학과 관념론을 부정하고 해체하는 데 유물론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유물론은 관념론과 형이상학만이 아니라 민중의주체성까지 해체하고 초월적 하느님 신앙, 인간 영혼, 역사에 대한 초월적 이해를 불가능하게 한다”며 “민중신학자들이 아무리 반신학·탈신학을 표방했어도 교회와 신앙의 장을 떠나서 민중신학의 언어가 변혁의 동력이 되기는 힘들다”고 했다.

오성종 교수는 “복음의 메시지는 불변적인 본질적 내용이지만, 신학은 구체적인 특수 상황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하는 속성이 있다”며 “사회적 실천과 비판적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상황화 신학의 한 전형적인예가 민중신학”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신약에서 증언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윤리적이고 정치·사회적인 이상을 실현하는 메시아로 묘사되지 않는다. 저자가 소개하는 초기 민중신학의 제창자들은 복음서와 기타 신약의 기록들에 비추어 볼 때, 주석적인 정당한 근거 위에 있는가에 대하여 문제 제기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후대의 모든 민중신학자들의 발전된 생각들이 민중신학 초기 지도자들의 신학적정초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또 “복음서에 나오는 ‘오클로스’(ὄχλος)를, 정치・사회적으로 압제를 받아 고난을 당하는 특정계층을 의미한다는 그런 의미의 ‘민중’으로 번역하여 이해하는 것과 예수를 메시아로 알고 따른 자들을 복음서에서 일반적으로 ‘제자들’이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를 알았다는 ‘무리’도 ‘제자들’과 같은 동일한 부류라는 말은 옳지 않다”며 “복음서에 175회 나오는 헬라어 ὄχλος는 “민중, 사람들의 무리, (큰) 무리, 군중”을 뜻하며, 불특정 다수를 가리키는 단어일 뿐, 사회적 특정 집단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 ‘오클로스’는 상당히 많은 곳에서 ‘제자들’과 구별되어 사용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복음서를 조금만 깊게 읽어본다면 ‘오클로스’라는 단어로 지칭된 사람들 대부분의 경우 예수를 메시아로 믿지도 않았고 제자로서 따르지도 않은 자들이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말할 것”이라며 “그러한 ‘오클로스’가 ‘메시아적 역할’을 하며 하나님의 구원사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모순된 말”이라고 비판했다.

또 “단순히 ‘무리’라고 번역한 ‘오클로스’를 ‘민중’이라고 번역하기를 고집하는 것은 완전히의도적이었다. 마가가 예수가 철두철미 민중의 편에 섰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오클로스’라는 단어를 골라 썼다고 주장하지만, 언어적·주석적인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며 “예수께서는 죄인인 모든 사람을 위하여 속죄제물이 되기 위해 오신 세상의 구주이시지 특수한 구별된 계층의 사람들을 위한 차별적인 메시아로 오신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민중신학자들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실질적 주체가 되어 그 목표를 성취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민주화 운동을 위해 투쟁한 이들은 운동권 학생들과 민주노총 지도자들과 운동권 출신 정치가들로 이들은 억압받는 가난한 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아니었다”며 “자본주의 사회의 수탈적 금융제도와 사회적 양극화와 기후 파국의 문제는 결국 일반 사회에서 논하고 있는 몇 가지 사회 윤리적 실천 과제이지 신약에서 교훈하고 있는 훨씬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삶과 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는 복음적이고 역동적인 프로그램과는 차이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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