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구스타, 북사이프러스 공화국 가장 큰 항구
14세기 프랑스 왕조, 외적 상륙 막으려 성 축조
셰익스피어 희곡 38편 중 20편 배경 지중해 동부
4대 비극 <오셀로> 장군, 사이프러스 항구 파견

사이프러스 파마구스타
▲북사이프러스 속 프랑스인이 만든 성당.

사도 바울이 사이프러스(구브로) 섬에서 전도 여행을 하는 도중, 섬의 동남부에 있는 항구 파마구스타(Famagusta)를 방문하였다는 기록은 없다.

바울이 실루기아 항구에서 배를 타고 구브로 섬의 살라미에 도착한 내용은 성경(사도행전 13장 4절)에 기록되어 있으나, 살라미 남쪽 해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파마구스타 지역을 방문하였다는 기록이나 흔적은 없다.

오늘날 파마구스타는 북(北)사이프러스 튀르키예계 공화국에서 가장 큰 항구이다. 북사이프러스의 수도 렙코시아에서 버스를 타고 파마구스타를 향해 가다 보니, 왼편에 큰 이슬람 사원이 나타난다.

튀르키예계 주민들이 거의 전부인 북부의 종교는 튀르키예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이다. 파마구스타는 항구와 부두가 크므로 대형 화물선들이 부대에 정박하고 있으며, 화물을 보관하는 창고도 대규모이다.

사이프러스 파마구스타
▲베네치아 식민지 시절의 궁전.

시내 옆에는 14세기에 만든 고색창연한 성이 해안에 자리잡고 있고, 항구는 이 성의 바다와 맞붙은 성벽에 붙어있다.

14세기 사이프러스 프랑스계 뤼지냥 왕조는 사이프러스 섬의 동부 해안에 있는 파마구스타 항구에 외적이 상륙하는 것을 막으려고 성을 축조하였다.

그 후 사이프러스를 점령한 베네치아 파마구스타 요새 사령관인 프리올리(Nicola Prioli)의 지시로 이 성은 1492년부터 4년간 보강 작업을 하여, 1496년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요새에는 탑 8개가 있었으나 오늘날은 4개만 남아 있고, 성 주위에 깊게 파 놓고 물로 채웠던 해자는 오늘날은 모기 퇴치를 위해 물을 모두 제거하였다.

사이프러스 파마구스타
▲오셀로 성벽과 탑.

영국이 낳은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가 지은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오셀로(Othello)는 1604년경에 만든 희곡으로서, 희곡 속에는 무어(Moor)인 오셀로 장군이 사이프러스 섬 항구에 파견되었다고만 언급되었지, 파마구스타라는 지명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파마구스타는 사이프러스 섬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항구였으므로 후일 파마구스타 현지인들은 항구에 면해 있는 이 요새에 소설 제목인 오셀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성벽에 있는 탑은 오셀로 탑이라고 부르고 있다.

필자도 수년 전에 파마구스타에 가서야 이런 이름을 가진 성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동부 지중해를 방문한 적이 없음에도 그가 지은 38편의 희곡 가운데 20편 이상이 동부 지중해를 배경으로 쓴 것이다. 당시 동부 지중해의 문명은 영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으므로, 영국을 포함한 서유럽 사람들은 동부 지중해를 동경한 것 같다.

사이프러스 파마구스타
▲오셀로 성벽 위에서 본 파마구스타 항구.

아마 셰익스피어도 동부 지중해를 여행한 사람들이나 또는 다른 경로를 통해 사이프러스 섬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그는 오셀로를 사이프러스 섬을 배경으로 쓴 것으로 짐작된다.

성의 입구는 필자가 몰타 섬의 발레타 항구를 내려다 보는 언덕 위에 십자군 기사단이 구축해 놓은 성 입구에 들어가면서 받은 느낌과 같다. 성벽 두께를 보면 어떤 적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해 보인다.

성 안에는 베네치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궁전도 있고, 프랑스인들이 만들어 놓은 성당도 있다. 물론 모두 오늘날은 사용하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용도로 보존되고 있을 뿐이다. 오셀로 성벽에 올라서 시 한 수를 짓는다.

부하 간교에 죄없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
그의 이름을 붙인 성
이곳에 있다
셰익스피어 꿈날개가
이름 짓지 못한 성에

권주혁
▲권주혁 박사.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