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경매 위기 모면
▲한기총 사무실이 위치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해 있다. ⓒ송경호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를 가까스로 잠시 모면했다. 한기총은 15일 체납됐던 사무실 임대료의 일부를 납입, 한기총이 보유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지분에 대해 이날 예정됐던 경매가 3개월 가량 연기됐다고 밝혔다.

한숨 돌리긴 했지만 30여 년간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해 온 연합기관이 처한 현실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줬다. 동시에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온 임시대표회장인 김현성 변호사의 책임론이 대두됐다.

한기총이 체납한 임대료는 약 4억여 원. 2020년 2월부터 민사소송이 제기됐고, 올해 5월 10일 강제 경매 절차에 돌입, 15일 오전 10시 중앙지방법원에서 1차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매 직전 체납분의 절반 가량을 교계로부터 차입해 위기를 넘겼다.

김 임시대표회장은 앞서 대표회장 선출을 재촉하며 대립해 온 이들과의 법적 다툼에서 대표회장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지난 5월 한기총의 징계에 반발한 김창수 목사 등이 제기한 ‘임원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기각하며 “임시대표회장 김현성은 채무자의 정식 대표회장과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최근 일부 회원들의 법원으로부터 임시총회 소집을 허가받아 대표회장을 선출하겠다고 제기한 비송사건 역시 전체 구성원(교단 및 단체) 3분의 1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되면서 한교총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김 임시대표회장에게 힘이 실렸다.

한기총이 교계의 중심지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 현 사무실에 둥지를 튼 것은 2001년 2월. 그 사이 연합기관이 분열됐지만, 여전히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며 상징성을 갖고 있는 한기총이 극심한 재정난으로 사무실 축소 및 이전을 논해야 하는 현 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기총 경매 위기 모면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에 위치한 한기총 사무실. ⓒ송경호 기자
"김현성 변호사, 경매 알고도 대책 세우지 않아"

한기총 임시총회 준비위원회(위원장 이병순 목사, 이하 준비위)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현성 변호사는 2022년 5월 10일부터 한기총 경매(를 위한 절차)가 시작됐음에도 임원회와 실행위원회, 그리고 임시총회에서 보고하고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한기총은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한기총은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법원으로부터 확인한 후 긴급 임원회를 열어 ‘한기총의 임원 및 회원 등이 자발적으로 성의껏 출연하기로 하고, 동시에 한기총의 사정을 내·외부에 공개하여 차입 또는 후원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입의 경우 차용증서를 작성해 주기로’ 결의했다”며 “지난 9일 공고문에서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재임하던 2019년 7월부터 사무실 임대료가 체납되기 시작하여, 2020년 2월 민사소송이 제기된 이래 강제경매 절차에 이르게 되었음’을 알린 바 있다”고 해명했다.

한기총 경매 위기 모면
▲한기총 임시총회 준비위원회(위원장 이병순 목사, 이하 준비위)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송경호 기자
또 “일부 회원교단 등이 경매절차에서 매수하겠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한국교회와 한기총을 염려하는 교회 및 목사님들이 뜻을 모아 주셔서 경매절차가 연기되었다”며 “애써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한기총 회원들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현성 변호사 "비난하는 분들, 어떤 노력해주셨나"

김 임시대표회장은 본인의 책임론에 대해 “그분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위기 속에서도 남탓하고 비난할 줄만 알았지 단 한 번이라도 한기총을 위해 협조한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허위사실로 분란과 비방만 일삼는 분들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한 원로목회자는 “(경매 소식에) 마음이 아플 뿐”이라며 “속히 임시총회를 열고 대표회장을 선출해 한기총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