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기 ‘교회법과 국가법’ 아카데미
▲한국교회법연구원 제16기 ‘교회법과 국가법’ 아카데미가 15일(화)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김순권 목사가 설교를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그리스도인들은 율법에 대해서든 복음에 대해서든 어떤 면으로도 인간의 의지를 이유로 불순종을 정당화할 길이 없다.”

‘값싼 은혜’에 잘못 심취해 있는 일부 기독교인들에 경종을 울리는,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전 겸임교수, 좁은문은혜교회 담임)의 말이다.

한국교회법연구원(원장 김영훈 박사) 제16기 ‘교회법과 국가법’ 아카데미가 15일(화)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박 박사와 김영훈 박사(숭실대 전 대학원장)가 발제했다.

지성이 비신앙적이라는 인식과 풍토 바뀌어야

임만조 장로(연구원 서기이사)의 사회로, 먼저 ‘법의 본질과 교회법의 올바른 적용’을 발제한 김영훈 원장은 “성경을 원리로 하는 영성과 지성의 함양을 위한 참된 교회의 교육이 회복되어야 한다”며 “교회는 영혼 구원의 사명과 더불어 제반 사회악에 대해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참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지성적인 것이 비신앙적이라는 일부 잘못된 인식과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일부 교회의 극단적인 반지성적·감성적 신앙 행태가 젊은 지성인이 교회를 멀리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성을 선용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 및 사회의 존속을 위한 핵심적 요소인 종교, 특히 한국 기독교의 정체성 회복이 시급하다”며 “교계의 지도자인 목사, 장로들이 하나님의 법(성경), 정당한 교회법 및 국가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충실히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제16기 ‘교회법과 국가법’ 아카데미
▲‘법의 본질과 교회법의 올바른 적용’을 주제로 김영훈 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또 “교계 지도급에 있는 대형교회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하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목사로서 뿐 아니라 평신도로서도 해서는 안 될 비성경적·비윤리적인 폭언을 하고도 회개하지 않는 행태, 소위 통일운동가라는 목사가 ‘북의 도발은 한미합동훈련으로 시작했다’는 취지의 거짓말로 선동하는 행태는 하나님의 법, 교회법, 국가법을 위반한 양심 마비 행위로 하나님과 국민 앞에 중대한 범죄가 된다는 것을 공감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무신론 또는 유신론적 유물론으로 우리 사회와 교계의 가치허무주의 풍조에 대응하는 성경적 원리의 발견과 실천을 위한 전교회적인 전문가 중심의 연구 및 개발에 대한 관심과 제반 투자가 시급히 요청된다”고 했다.

율법 준수 책임 외면해선 진정한 회심 불가능

‘토라(Torah)의 현대적 가치: 복음 안에서 율법의 갱신과 완성’을 발제한 박욱주 교수는 “토라(모세오경)는 성서의 출발점이며 모든 성서해석의 최초 의미 근거를 이룬다. 하나님을 믿는 이들은 율법의 계명을 접하고 무겁고 진중한 준행의 책임을 느낀다”며 “그러나 ‘값싼 은혜’의 신봉자들은 이 책임감과 엄중한 분위기를 거북하게 여긴다. 이들의 가장 일반화된 변명은 인간 의지의 결함”이라고 했다

그는 “아담의 타락으로 원죄를 물려받은 인간이 율법의 계명 전체를 완벽하게 준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에 더욱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며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는 말로 인간 의지의 무력함을 앞세우며 율법과 복음 양쪽의 계명을 순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핑곗거리를 삼았다”고 했다.

제16기 ‘교회법과 국가법’ 아카데미
▲‘토라(Torah)의 현대적 가치: 복음 안에서 율법의 갱신과 완성’을 발제한 박욱주 교수. ⓒ송경호 기자
그는 “주지해야 할 사실은 죄를 짓거나 죄를 거부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해명은 원래 인간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고, 인간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태며 그리스도의 구속의 사역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 은혜를 힘입어 극복되어야 하는 상태임을 지적하는 데 더 강조점을 둔다. 대속의 은혜로 거듭남을 체험한 이들은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상태’와 ‘죄를 전혀 지을 수 없는 상태’만 남게 되므로, 율법과 복음의 계명 전체에 대한 불순종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길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율법에 대해서든 복음에 대해서든 어떤 면으로도 인간의 의지를 이유로 불순종을 정당화할 길이 없다. 만약 타락으로 의지가 문제되어 율법을 어기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구약성도들의 신앙 분투야말로 가장 무의미하고 허망한 몸부림이고 오랜 세월 순전한 불가능에 도전해온 꼴이 된다. 애초에 율법 없었으면 죄를 깨닫지 못했고, 은혜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율법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은혜를 매일 새롭게 일깨울 수 있게 해주기에 여전히 지켜나가야 할 계명”이라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전파하신 이후로도 율법은 복음의 은혜를 받는 필수 조건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율법의 계명을 준수해야 할 책임을 외면하고서는 진정한 죄책의 각성도, 회심도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율법이 복음의 은혜의 전체는 아니지만 그 은혜의 필수적인 부분에 속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기에 현대의 기독교인들은 토라 계명들을 대할 때 그것이 복음의 진리 안에서 어떻게 갱신, 편입, 완성되었는지를 면밀히 따져야 하며, 내용의 갱신 없이 그대로 복음 안에 편입된 이웃 사랑의 계명 같은 경우 굳이 이론적으로 따질 것 없이 그대로 지켜야 한다. 이는 율법적인 신앙이 아니라 복음적인 신앙”이라고 했다.

그는 “근래 한국교회가 복음전파의 힘을 잃어버린 것은, 은혜를 전하기 위한 이론적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토라의 이웃 사랑 계명을 소홀히 하고 불이행하는 것이 세간에 낱낱이 알려져 신앙의 진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복음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토라의 계명들을 지키는 순종과 실천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혹자는 이를 복음 증거를 위해 율법으로 돌아가는 것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율법의 계명 전체가 복음 안에서 완성된 현재 이는 무지한 발언에 불과하다. 토라의 계명을 지키는 것은 복음의 은혜를 온전히 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레비나스를 비롯한 종교철학계의 견해에서 볼 수 있듯, 오로지 기독교 신학계에만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끝으로 “율법과 복음의 복음을 상호 대립적 관계로만 취급하는 잘못된 견해들이 복음의 전체를 가리고 그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율법과 복음은 하나로 이어지는 연속적 과정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로 종합 완성된 하나님의 계명들이다. 이를 우선 수긍하고 신앙을 점검하는 일이 현재 한국교회에 시급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진행된 개강예배에서는 이효종 장로(연구원 부이사장)의 인도로 이형욱 장로(총회 감사위원장)의 기도에 이어 김순권 목사가 ‘어느 과부의 재판 이야기’를 주제로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