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사이드CC에서 보낸 두 달, 예배도 함께
식당에서 예배, 꽤 많은 헌금도 쌓이게 돼
코로나로 3년 만 다시 힐사이드로, 예배도

태국 힐사이드CC
▲태국 힐사이드CC.

2015년, 그해 겨울 두 달을 우리 부부는 타이(태국) 힐사이드CC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곳 공식 명칭은 Hillside Country Golf & Resort이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두어 시간 정도 거리 동북쪽에 위치한다.

타이 최초 국립공원인 까오야이 기슭 해발 450미터 청정 고원에 자리잡은 18홀 골프장으로서, 11월부터 1월 평균 기온이 15-25도로 매우 쾌적하고 신선한 곳이다.

이곳을 찾는 골퍼들은 은퇴 후 휴양차 장기 머무르는 사람과 3박 4일 또는 2주 정도의 단기 투어객들이다 때문에 그룹이 아닌 이상 서로 깊이 알고 지낼 기회가 없다.

힐사이드에 도착해 처음 맞이한 주일을 앞두고, 우리 부부는 고민이 깊었다. 주일을 어떻게 제대로 지킬 것인가. 둘이서 방에 앉아 예배드린다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고 불편해서다.

고민 끝에 남편(대구제일감리교회 장로, 경북대 명예교수)은 골프장 경영자를 만났고, 예배 안내문을 공고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주일 예배 함께 하실 분들을 초청합니다.
일시: 주일 오후 3시
장소: 215호”

예배 시간은 주일에도 라운딩할 골퍼들을 고려했고, 장소는 리조트 우리 숙소였다. 이 첫 예배에 여자 권사 세 분이 함께했다. 남편들은 장로와 안수집사 였는데, 참석하지 않았다. 장소가 모르는 사람 숙소라는 점이 불편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주일 예배를 앞두고 공고문을 본 목사님 일행이 찾아오셨다. 함께 참석해도 되느냐고 물으셨다. 그는 전주 미광교회에서 은퇴하신 오부섭 목사님이었고, 10여 명의 교인들과 힐사이드로 오셨다.

우리는 신이 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골프장에서는 식당을 예배실로 빌려주었다. 이리하여 두 번째 주일은 모든 절차를 갖추었다. 예배에는 반드시 헌금이 있어야 한다는 목사님 말씀에 따라 헌금도 봉헌, 예배자는 35명이었다. 목사님 일행은 바로 귀국하였다.

그후 예배자가 많을 때에는 45명 정도, 적게는 10여 명 정도 모여서 계속 예배드렸다. 서로의 교제가 깊어갔고, 꽤 많은 헌금이 쌓이게 되었다.

헌금 사용애 대한 의논이 있은 후 힐사이드 예배용 성경 찬송가 합본(가죽커버) 20권을 한국에서 공수해 왔다. 모든 책에 ‘힐사이드 예배용’이라 사인해서 사무실에 비치했다.

나머지 헌금은 마지막 예배자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일반 경비(예배실 관련 청소 등 사례비)를 제외하고는 마지막 예배자의 판단에 따라 선교기금, 이웃 돕기, 현지 선교사 지원, 기타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를 보았다. 예배는 우리가 귀국한 후 일산 한소망교회 김순자 권사 주관 하에 2주 더 이어졌다.

2012년에 이렇게 시작된 힐사이드 예배는 2020년까지 규모는 조금 씩 달라도 거의 첫해와 같은 형식으로 8년 동안 계속되었다. 우리가 힐CC에 도착하면 먼저 예배를 공고한다. 예배 소문을 듣고 카빈부리 골프장에서 예배자들이 먼 길을 오기도 한다. 어떤 해에는 방콕에서 선교사가 와서 예배를 인도해 주었다.

힐사이드 예배를 기억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힐CC에 온 청년이 주일에는 라운딩을 포기하고 예배에 동참했다. 생각해 보면 지난 8년 동안 힐사이드의 겨울 예배는 그야말로 ‘세렌디피티’였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2020년 우리 부부가 먼저 귀국한 후이다. 남은 2주 간 예배를 외교관으로 정년을 하신 이윤복 대사께 위임하였는데, 그 예배에서 많은 헌금이 봉헌된 것이다. 소망교회 이우철 사장님이 1천 달러를, 한양CC 이심 이사장님이 100만 원을, 그리고 10여 명의 예배자가 모두 넘치게 헌금을 드렸다.

이 헌금의 사용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참석자의 뜻에 따라 모든 헌금이 김수중 장로에게 위임되었다. 그 때 우리는 이미 귀국한 후였으니,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접어들었고 2년 동안 힐사이드도 ‘셧다운’이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헌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예배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묻고 또 묻는 일밖에…. 이 질문을 오늘도 했지만, 하나님은 계속 침묵만 하고 계신다!

응답을 듣지도 못한 채 올 겨울 우리 부부는 다시 힐사이드로 가려 한다. 도착하면 바로 힐사이드의 겨울 예배를 공고할 것이다. 예전에 참석했던 예배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또 새로운 예배자들과 교제하게 될까? 그리하여 행여 그곳에 선교지가 생겨날까…? 오직 그 분만이 아실 일이다.

참으로 힐의 예배를 생각하면 이 말 ,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떠오른다. ‘우연’이고 ‘뜻밖의 즐거움’이고 ‘행운’이라는 뜻의 이 말. 문화학자 카롤로 긴즈부르그(Carlo Ginzburg , 1939- )는 세렌디피티란 “우연과 지성으로 이루어진 예기치 못한 발견”이라 하였다.

내 생각에는 ‘세렌디피티’야말로 은혜를 가장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실체의 언어가 아닌가 싶다. (다음 기회에 영화 <세렌디피티>를 포함, 이 언어를 주제로 다루려 한다.)

송영옥 기독문학세계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송영옥
영문학 박사, 기독문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