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 지어진 교회 안에서도 신앙의 ‘개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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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목사의 설교노트 7] 시대를 보는 안목 기르기 (2) 개인주의

공동체 에너지 많이 소비되자 개인 경건만 힘써
공동체 의식 약화되고 개인 가치는 절대적 격상
소비사회, 개인화 사회 꽃피우고 심화·확대시켜

▲개인화 사회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개인화 사회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지난 시간 청중이 살아가는 현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시대정신으로 ‘소비주의’를 꼽았습니다.

국민의 가슴에 또 다시 충격과 공포,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심어놓은 이태원 참사 역시 소비주의라는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 시대정신 중 하나인 소비주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시대 특성을 간파하는 안목과 통찰을 기르고, 이에 대한 성경의 대답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가는 설교자로 깊어지고 성숙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이 시대의 시대정신으로 개인화 사회를 꼽고 싶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 시대는 소비사회입니다. 소비주의와 개인주의는 환상의 콤비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소비주의, 소비정신에 물든 사람에게 개인주의는 심화되고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사회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어떻게든 더 가지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주기적으로 소비하며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무언가를 축적하려는 태도는 결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더 자주 소비하려는 태도를 불러일으킵니다. 일종의 중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태도와 정신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킵니다.

소비주의 정신에 이끌리고 소비주의에 물들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을 동료나 이웃이나 친구가 아니라 경쟁 상대로 전락시킵니다. 지금 가깝게 지내는 사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도 잠재적 경쟁상대로 간주하기 쉽습니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보십시오. 어디를 보아도 공동체 의식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갈수록 공동체 의식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 가치가 한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니 개인의 가치가 거의 절대화된 시대가 됐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처럼 현 시대의 주된 특징인 소비사회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켰습니다. 한걸음 나아가 개인의 가치와 자유를 최상의 덕목의 위치로 격상시켰습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공동체로 부름받은 교회에서조차 공동체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공동체를 강조하고 가르치며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그리스도인에게조차 지나친 개인주의적 성향이 드러납니다. 조나단 윌슨 하트그로브(Jonathan Wilson-Hartgrove)는 개인화 현상을 진단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공동체를 갈망하면서도 우리는 개인 영성과 마음의 평화보다 가꾸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제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피한다. 소비사회의 이러한 특징은 또 다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영성이 우리를 구원할까(The Wisdom of Stability)?> 37쪽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조차 소비사회 정신에 이끌려 다른 지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단지 어려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까다롭고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개인 영성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합니다.

공동체성을 어느 곳보다 강조해야 하고 지켜나가야 할 예수의 몸 된 교회 안에서조차 신앙의 사유화(私有化)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인 경건생활(큐티, 신앙일기쓰기, 성경 읽기 등)에 힘쓰고, 그것으로 충분히 생활 속에서 신앙을 잘 지켜나갈 수 있다고 믿고 생각하고 말하는 시대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그리스도인조차 소비주의와 개인주의의 환상적 콜라보 앞에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고, 물든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을 보십시오. 한국 사회는 1인 체제가 더욱 확대될 뿐 아니라 견고해 지는 추세입니다. 혼밥, 혼영, 혼술, 혼행, 홈트족은 한국 사회에 이미 익숙한 신조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1인 체제에 대해선 최인수는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1인 체제란 단순히 혼자 활동하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타인의 시선과 의견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 취향을 좀 더 강하게 표출하려는 개인의 니즈가 담긴 현상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형식적인 인간관계에 지친, 그리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유독 강해지고 있는 지금 분위기로 볼 때 앞으로 좀 더 확고한 삶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2019 대한민국 트렌드》 35쪽

소비사회는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고 개인주의를 심화시킵니다. 개인주의가 퍼져가면서 1인 체제를 공교하게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1인 체제가 확대되고 견고해질수록, 소비는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소비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소비성향을 따르지 않기도 하지요.

이 같은 이유로 소비 행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가끔은 소비가 축소되기도 합니다. 똑똑한 소비, 현명한 소비를 탄생시킨 개인주의, 개인화 사회의 역습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사회, 소비주의 정신은 개인주의, 개인화 사회를 꽃피웠고, 가속 페달을 밟았으며 심화하고 확대했습니다. 동시에 개인주의 또는 개인화 사회는 소비주의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는 또 다른 사회 특성을 양산해 내고 말았습니다. 바로 ‘피로사회’입니다. 다음 시간에 이 시대 청중이 살아갈 뿐 아니라 청중에게 짙은 영향을 끼치는 피로사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혁철 목사는 &ldquo;설교자는 하나님께 굴복하는 사람, 성경에 굴복하는 사람, 교회에 굴복하는 사람&rdquo;이라며 &ldquo;목사는 하나님 말씀에 굴복하고 하나님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고 가르치고 전하여 청중으로 하여금 하나님 말씀에 굴복하게 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다&rdquo;고 전했다.

▲지혁철 목사는 “설교자는 하나님께 굴복하는 사람, 성경에 굴복하는 사람, 교회에 굴복하는 사람”이라며 “목사는 하나님 말씀에 굴복하고 하나님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고 가르치고 전하여 청중으로 하여금 하나님 말씀에 굴복하게 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지혁철 목사
광주은광교회 선임 부목사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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