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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장충교회에서 열린 서울지구 장로회연합회에서 설교하는 소강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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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오후 서울 장충교회에서 있었던 서울지구 장로회 정기총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설교 후 몇 분이 저에게 주변 호텔 커피숍에서 면담 시간을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답답한 실내보다는 남산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좀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남산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걷는 도중에도 무슨 전화와 문자가 많이 오는지, 또 저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때 같이 동행하시는 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총회장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이렇게 많이 연락이 옵니까? 남산에서도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분들이 있으니 정말 놀랍습니다.”
그분과 첫 번째 면담을 끝내고 또 한 팀을 만났습니다. 그분들과는 남산 타워 앞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들을 보낸 후에 잠시 남산 벤치에 앉아, 가을 단상에 젖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워서 단풍잎이 떨어질 때마다 “가을 엽서 한 장 한 장이 떨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문득 삼십 수년 전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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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개척 시절 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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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대체 서울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가 문제였습니다. 맨 처음 목동을 돌아보고 상계동도 다녀보았습니다. 그런데 교회 예배처 임대료가 너무 비싼 것입니다.
그래서 한 번은 남산타워에 올라갔습니다. 남산타워를 몇 바퀴를 돌면서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 제가 갈 곳은 어디입니까? 어디라고 지명은 안 해주셔도, 동서남북 중에 한 방향이라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서 서울의 동서남북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제게 왔던 감동은 “동서남북이 다 하나님의 땅이고 하나님의 영역이다. 그러니 네가 기도하고 마음이 다가오며 형편에 맞는 곳으로 가거라”는 마음이 들어왔습니다. 정말 그때를 회상하니 너무 서글프기도 하고, 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잔잔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결국 남산타워에서 결정하지는 못하고, 서울 시내를 다 다니다가 제일 임대료가 싼 가락동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1차 부흥을 해서 분당으로 가게 되었고, 마침내 지금의 프라미스 컴플렉스를 건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남산 정상을 한 바퀴 거닐다 보니까, 하나님께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어디 가서 교회를 지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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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오른 소강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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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니까 가을 단풍도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서울 시내에 있는 교회 건물만 보였습니다. “이쪽에는 어느 교회가 있지, 저쪽에는 어느 교회가 있지. 그런데 이 모든 교회들이 연합해서 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하나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습니다. 세부 통합 결의까지 다 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제가 계속 이 길을 가야 합니까? 아니면 멈추어야 합니까?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삼십 수년 전 소강석은 개교회 개척과 성장을 위해서 물었다면, 세월이 흐른 후 지금의 저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가야 할 방향성을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남산에서 하나님을 향한 저의 질문은 저녁 식사 약속 시간이 다 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삼십 수년 전 남산에서의 추억이 현재 한국교회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으로 재발견되었던 것이지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