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 그때처럼, 성경 번역 참여자들 기독교인 돼”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순교자의소리,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 출간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을 들고 있는 현숙 폴리 박사(왼쪽)와 에릭 폴리 목사(오른쪽). ⓒ김신의 기자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을 들고 있는 현숙 폴리 박사(왼쪽)와 에릭 폴리 목사(오른쪽). ⓒ김신의 기자

전 세계 핍박받는 기독교인을 섬기는 비영리단체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가 9일 오전 10시 30분 정릉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을 공식 발표했다.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는 1882년 중국 무크덴(Moukden, 현재 선양)에서 최초의 한국어 번역 성경인 누가복음을 출판한 뒤 조선에 밀반입했다. 따라서 2022년은 성경 일부가 처음 한국어로 번역돼 출판된 지 140년 되는 해다.

그로부터 140년 되는 2022년,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이 출간됐다.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은 순교자의소리에서 양육받는 탈북민이 100여 명이 함께 참여한 것으로, 탈북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만든 북한식 평양냉면을 대접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에릭 폴리 목사(한국순교자의소리 CEO)와 현숙 폴리 박사(한국순교자의소리 대표)는 존 로스 성경 ‘21세기 독자판’ 출판의 목표를 비롯해, 존 로스 성경의 뒷이야기, 이전에 출간되었던 존 로스 성경과 ‘21세기 독자판 ’의 차이점, 존 로스 번역본에 대한 국제적 관심, 번역 사역 뒤에 나타난 탈북민의 영적 도전, 에릭 목사와 현숙 박사가 이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된 개인적 동기, 프로젝트가 순교자의소리 탈북민 훈련 학교 전체의 커리큘럼이 된 사연, 남북한 성경 배포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은 현대 독자들이 140년 전에 출간된 존 로스 성경을 쉽게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글자 방향(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과 어순, 문법 및 맞춤법을 조정했고, 원문의 표현을 유지하고, 생소한 어휘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주해를 첨가했다. 특히 이 독자판 성경은 박물관 전시용이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크기와 모양이 원본과 동일할 뿐 아니라, 표지도 하드커버가 아니라 사용하기 편리하고 내구성 좋은 종이로 인쇄했다.

현재 이 독자판 성경은 이미 북한 지역과 탈북민이 발견되는 모든 곳에서 배포 사역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순교자의소리는 “성경을 배포하는 사역자와 수령자의 안전을 위해 경로나 수단, 수량은 명시할 수 없지만, 존 로스 성경의 원래 독자였던 북한 사람들이 새 독자판 성경을 가장 먼저 받도록 했다”고 박혔다.

또 순교자의소리는 존 로스 성경 전체를 ‘21세기 독자판’으로 출판할 예정이며, 한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이 발견되는 곳 어디에서나 이 성경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중반에는 누가복음과 요한복음 사도행전 세 권을 합본으로, 2024년에는 신약성경 전체를 담은 ‘21세기 독자판’을 출간할 예정이다.

현숙 박사는 “존 로스 성경은 평범한 조선 백성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처음 전해준 통로였다”며 “오늘날 평범한 한국 사람들도 존 로스의 성경을 볼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릭 목사는 “한국 성도들이 수 년 동안 줄어들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하나님 말씀에 대한 존 로스의 절대적 신뢰, 성경 하나로 그리스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 회복돼야 한다”며 “하나님 말씀 하나로 우리가 회복될 수 있다. 우리가 존 로스 성경 독자판을 만들어내는 소망이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초 한국어 성경, 성경만으로 충분하다는 존 로스의 믿음

현숙 박사와 에릭 목사는 순교자의소리를 공동으로 설립해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성경’ 발간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에릭 목사는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중의 하나”라며 “이 프로젝트는 작년에 시작해서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독자판을 위해 20년 전부터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현숙 박사(왼쪽)와 에릭 목사(오른쪽). ⓒ김신의 기자
▲현숙 박사(왼쪽)와 에릭 목사(오른쪽). ⓒ김신의 기자

에릭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 성도들은 다양한 번역본으로 성경을 읽을 수 있으나, 슬프게도 한국교회의 기초 반석이 된 성경 하나만은 읽을 수 없었다. 존 로스 성경은 한글 공인 신약성경이 출판된 1900년 전 20년 동안 한국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유일한 한글 신약성경이었다”며 “최초로 한국에 전해진 그리스도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오늘날 한국 기독교인에게도 듣게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형성되던 시기에 사용된 존 로스 성경은 평신도가 성경 하나만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배울 수 있는 형태를 한국 교회에 영구적으로 남겼다. 조선 사람들은 존 로스의 성경 한 권으로 성경 중심으로 하나님을 배웠다”며 “하나님께서는 서양 선교사들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 관한 지식을 한국 기독교 1세대에 전하기 위해 존 로스 성경을 강력히 사용하셨다”고 했다.

에릭 목사는 “존 로스 선교사는 그리스도를 온전히 드러내는 데 성경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며 이성하 권서인과 존 로스 선교사가 주고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초창기 권서인 가운데 이성하는 성경을 중국에서 조선으로 밀반입하려다 여관 주인에게 신고돼, 갖고 있던 일부 성경책은 태우고 일부는 압록강에 버렸다. 이성하는 부끄러운 기색으로 존 로스 선교사에게 그 사실을 전했는데, 존 로스 선교사는 ‘성서가 던져진 강물을 마시는 조선인은 생명수를 얻을 것이며, 불에 탄 성서의 재는 조선 교회를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말 예언적인 말을 한 것이다. 그의 말이 맞았다. 압록강 위 아래로 이 복음이 전파됐다”고 했다.

또 “세월이 흐르며 존 로스 번역본의 중요성이 계속 증대됐다. 영국성서공회의 리처드 러트는 1966년도에 한국어로 된 성경을 다 리뷰했는데, ‘지금까지 출간된 한국어 성경 번역본 가운데 최고는 존 로스 번역본’이라고 이야기했다”고도 덧붙였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성경

에릭 목사는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은, 전문가를 사용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수 년 동안 출판사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고, 전문 한글 학자를 찾아가 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많은 이야기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어떤 분들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저는 한국 성도들이 ‘메시지’ 성경이나 ‘리빙 바이블’이나 몇몇 인기 있는 새로운 번역본 성경을 읽는 것을 볼 때, 왜 존 로스 성경은 박물관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지, 근대 국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만 읽는지 자문했다”며 “존 로스의 성경은 조선의 평범한 사람에게 전해진 그리스도의 음성으로, 오늘날 평범한 한국 사람도 한국 초기 기독교인에게 들렸던 그리스도의 음성을 다시 들을 자격이 있다. 아니면 처음 들렸던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들었으면 했다”고 했다.

결국 순교자의소리는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해 존 로스의 팀과 유사한 팀을 구성하고, 그 팀이 밟았던 과정을 유사하게 밟았다. 에릭 목사는 “우리 단체에 존 로스 선교사와 매킨타이어 선교사의 영어 주해를 읽고, 특정 단어나 어구가 사용된 이유를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외국인 선교사와 2개 국어를 구사하는 스태프가 있었다. 존 로스 팀이 사용한 중국어 성경을 볼 수 있는 사람도 저희 팀에 있었다. 어려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구성을 갖춰 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역의 핵심 구성원은 순교자의소리에서 양육하고 있는 탈북민이었다”며 “존 로스 성경은 북부와 서부 조선인이 번역한 것으로, 오늘날의 평범한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전문 번역가보다는 실제로 성경 속 사투리와 어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탈북민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던 언어였기에, 존 로스의 성경은 탈북민의 마음 속에 더 깊이 들어갔다. 북한 예배를 드리는 담당자들이 우리도 번역할 수 있냐고 난리가 났다. 안 될 것 같은데 하나님의 말씀에 영적 파워가 있단 것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이전의 재출판된 존 로스 성경은 평범한 기독교인의 독서가 아닌 전문 학자들의 연구에 초점이 있었다”며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펴낸 조선인들은 전국 각지 모든 조선인이 읽을 수 있도록 신약 성경을 저렴한 종이 책에 담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탈북민들과 함께 모든 한국인이 이를 읽을 수 있도록, 난해한 주해, 학술적 논평, 근사한 인쇄나 제본도 없이, 단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법을 배우는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사역을 통해 본래 번역본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이번 서적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현숙 박사. ⓒ김신의 기자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현숙 박사. ⓒ김신의 기자

존 로스의 성경 독자판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번역 과정의 정교함을 깨달은 사연도 전했다. 그는 “존 로스 선교사 팀은 전문 번역가가 아니었지만, 존 로스는 성경을 번역할 때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놨다. 이를 통해 얼마나 정확도와 이해도가 있었는지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 프로가 하는 전문성을 띤 과정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과정을 성령님이 인도하셨다는 점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역사하는 성경의 힘

에릭 폴리 목사는 존 로스 선교사와 매킨타이어 선교사가 자신을 찾아온 조선인들에게 성경 번역을 맡겨 그들을 양육한 것처럼, 순교자의소리도 현재 운영하고 있는 탈북민 두 학교에서 교육 과정 전체를 성경 번역 프로젝트로 대체하며 일어난 성령 역사에 대해서도 간증했다.

에릭 목사는 “존 로스 선교사와 매킨타이어 선교사가 처음 성경 번역을 시작할 때 양육하고 교제하지 않고 그냥 번역에 들어갔다. 그때 조선 사람이 기독교인이 된 것처럼, 불교·무신론자였던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하나님을 알게 되며 기독교인이 됐다”고 했다.

에릭 목사는 “사실 우리가 탈북민 학교를 15년 했는데, 이런 반응이 일어난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성경 번역에 참여하며 변하기 시작했다”며 “북한 선생님들이 지금은 존 로스 성경 하나로 수업을 하고 있다. 주위의 사람을 성경 번역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러니 성경만 보고, 또 무슨 뜻인지 생각하다보니 마음에 박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존 로스 성경 번역과 관련해 탈북민에게 특별한 기름 부음, 은사, 능력을 허락해 주셨다고 믿는다. 우리 단체 탈북민이 다니는 교회 중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교회가 있었는데, 탈북민 선생님이 교회 지도자들 앞에 가 자신의 존 로스 성경 번역을 하며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는지, 이 프로젝트가 북한과 남한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열정적으로 간증을 했다. 결국 교회에서 이런 간증은 난생 처음 듣는다며 놀라고 손뼉을 쳐 줬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프로젝트의 어려움에 대해 고백하기도 했다. 에릭 목사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고 번역 참가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존 로스 성경은 국어가 표준화되기 전에 나와 본문의 모든 단어가 소리 나는 대로 표기돼 있어, 번역자들이 단어를 소리내 읽고 무슨 단어인지 알아내고 기록하고, 표준 표기법을 파악하고, 문장 전체를 이해하고, 현재 사용되지 않는 단어를 찾아내고 연구해야 한다. 모든 문자, 문장이 도전이었고 어려웠다. 그렇기에 더 말씀에 집중하게 됐다”고 전했다.

‘21세기 독자판 존 로스 누가복음’은 순교자의소리 웹사이트(www.vomkorea.com)와 전화(02-2065-0703)를 통해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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