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유가족들의 애도, 목격자들의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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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애도 과정,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하게 된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슬픔을 당한 모든 이들을 위해, 각당복지재단 애도심리상담센터 윤득형 소장님께서 당사자와 주변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기고해 주셨습니다. 윤득형 소장님은 ‘좋은 애도’를 뜻하는 <굿모닝>을 번역하셨고, <슬픔학 개론>과 <죽음의 품격>을 집필하시는 등 애도와 상담, 슬픔과 죽음 등에 대한 전문가로 최근 EBS 뉴스 등에도 출연하셨습니다. -편집자 주

▲이태원 할로윈 참사 현장. ⓒ크투 DB
▲이태원 할로윈 참사 현장. ⓒ크투 DB

유가족, 비탄의 기간 몇 달 지나야 ‘애도 과정’ 시작돼
뭐라 위로할 수 없기에, 그저 마음으로 위로와 지지를
필요할 경우 곁에서 함께하는 동반 역할도 할 수 있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곳저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참사를 떠오르게 하며 마음 한구석에서 다시금 슬픔과 분노가 일게 한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 골목 안에 갇혀 답답한 숨을 쉬며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파들, 그 가운데 156명의 무고한 젊은이들이 숨을 거두었다. 그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울 한복판에서 속수무책으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왜 미리 막지 못했을까? 경찰의 안내와 통제는 왜 없었을까? 담당부서와 지자체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사고를 예견하고 도움을 요청했던 전화에 왜 응답하지 않았을까? 등 많은 의문과 원망을 품은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언론에서 쏟아지는 관련 뉴스를 보며 세월호 참사가 겹쳐지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번 참사에서 유가족들이 겪는 슬픔은 외상성 슬픔(Traumatic Grief)이다. 트라우마를 동반한 슬픔이다.

게다가 희생자 대부분이 20대이다. 젊은 자녀를 상실한 부모의 슬픔이다. 자녀 사별은 어떤 다른 사별보다 더 큰 충격과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자녀-부모의 애착관계 때문이다. 부모에게 있어 자녀는 삶의 희망이고 힘이다. 그러기에 자녀의 죽음은 삶의 희망과 기쁨을 잃은 것이고, 부모 삶의 일부, 나아가 전부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사별 애도 기간은 1년 정도로 보는데, 자녀 사별이나 외상성 슬픔 같은 경우에는 4-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이 지난다고 회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는 데만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기에 긴 애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국가적으로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전 국민이 슬퍼하고 고통을 나누자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애도’는 그저 가만히, 조용히, 자중하며 보내자는 의미가 아니다. 함께 울고 애통하는 것이다.

사별 이후 겪게 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비탄과 애도이다. 비탄은 상실 초기 겪게 되는 것으로 충격, 무감각, 혼란으로 대표되는 시기이다. 현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기간이다. 꿈을 꾸는 것 같고, 현실을 분간할 수 없는 혼란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그러니 국가애도기간은 사실 ‘애도’ 기간이 아니라 ‘비탄’의 기간이라 보는 것이 맞다. 유가족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조차 알 수 없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가만히 있기보다는 오히려 비탄하고, 울고, 분노하고, 항의도 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 과정을 보내야 비로소 사별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애도 상담으로 유명한 미국의 윌리엄 워든 박사가 사별 이후 유가족들이 겪어야 할 네 가지 과제를 말했는데, 첫째가 “사별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할 수 있다. 어떻게 하다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당국의 책임 있는 모습도 필요하다.

어느 부서, 그 누구 하나도 유가족들에게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아픈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더욱 애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애도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애도가 끝난 것이 아니다. 애도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언론을 보면 희생자와 생존자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각도 없고, 공감 능력도 떨어지고,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공동체 의식도 없는 사람들이다. 자신과 가족의 일이 아니기에 함부로 말하는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사람들이다.

제발 상처가 되는 말은 삼갔으면 한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고 일 년쯤 지났을 때,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냐? 지겹다. 그만해라”라는 말을 했다. 시신도 찾지 못하고 진상 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애도는 시작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이태원 참사 1년이 지났을 때, 사람들은 또 뭐라 할 것인가? 시간이 지났다고 애도가 되는 것도, 슬픔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애도는 의도적이고도 긴 여정이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누구라도 말을 자제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위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유가족들이 애도의 과정을 잘 겪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 상담 제공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트라우마센터 건립도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는 안산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돼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한 상담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그리고 돌봄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많은 지자체와 상담 관련 협회 등에서 트라우마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생존자들, 현장에서 참사를 목격한 사람들, CPR을 했던 사람들, 나아가 언론을 통해 참사 현장을 간접적으로 본 사람들 모두 트라우마 치료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죽을 뻔한 경험, 그리고 다른 사람의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은 큰 트라우마이다. 트라우마는 한 달 이내에 경험하는 급성스트레스장애가 있고, 그 이상 기간이 지속되면 PTSD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기에 초기 트라우마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트라우마 증세는 감정, 인지, 신체, 행동에 나타나는데, 감정적으로는 그냥 슬픔이 아니라 죄책감과 분노를 동반하게 된다. 인지적으로는 장면이 필름처럼 떠오르는 플래시백 현상과 집중에 곤란을 겪고, 신체와 행동적으로는 수면장애, 섭식장애, 지나친 경계와 각성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을 보인다면, 신뢰할 만한 사람 혹은 전문상담사에게 반복적으로 말을 하고 표현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는 왜 이러한 참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다시 한 번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붕괴 사고, 화재 사고, 운수 사고(선박, 기차, 버스) 등 집단 참사가 많이 일어난다.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이다. 사회적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언급되는 부분이지만, 변한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제 유가족들은 비탄의 기간을 보내고 몇 달이 지나, 실제적 애도 과정을 보내게 될 것이다. 기억할 것은 ‘애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방식이라도 괜찮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괜찮다.

단지,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이어야 한다. 쉽게 안정을 찾기 위해 고인을 잊으려 한다거나, 현실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애도의 여정을 더 힘들고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울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음식도 들고, 잠도 자고, 휴식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애도의 과정은 생각한 것보다 더 길 수 있기에 그렇다. 뭐라 위로할 수 없기에 그저 마음의 위로와 지지를 보내며, 필요한 경우라면 곁에서 함께하는 동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윤득형 박사. ⓒ크투 DB
▲윤득형 박사. ⓒ크투 DB

윤득형 박사
각당복지재단 애도심리상담센터 소장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시카고신학대학원(Chicago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심리상담을 공부했고,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Claremont School of Theology)에서 영성상담(Spiritual Care and Counseling)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과 숭실사이버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가르치고 있으며, 예수마을교회(신당동) 부목사로 상담사역과 새가족부를 맡고 있다. 미국 병원과 호스피스에서 네 번(1,600시간)의 임상목회교육(CPE)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한국임상목회교육협회 감독 회원이다.
저서 <죽음의 품격>, <슬픔학 개론>
역서 <삶과 죽음의 메타포, 꿈>, <애도의 여정에 동반하기>, <애도 수업>, <굿모닝(Good Mourning)>, <우리는 왜 죽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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