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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후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복음 없는 WCC 총회’라는 주제로 WCC 제11차 총회 참관 보고회가 11월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브니엘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보고회에서 사회를 맡은 김수미 교수(브니엘신학교)는 “어떤 한쪽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자리가 아니라 직접 참관하신 분들께서 복음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나누는 자리”라며 “발표자들의 면면을 보니, 균형 잡힌 세미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WCC 제11차 독일 카를스루에 총회를 직접 참관하고 돌아온 브니엘신학교 총장 최덕성 교수와 필리핀 선교사 출신 영남신대 대학원장 안승오 선교학 교수, 파주 운정참존교회 고병찬 목사 등이 발표에 나섰다.

고병찬
▲고병찬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유엔에 온 줄… NGO 행사인 줄 알았다”

먼저 발표한 고병찬 목사는 현장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면서 참관기를 전했다. 그는 “WCC의 장점은 인권과 환경, 평화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유엔 총회에 입장한 것 같았다. 그런데 마치 공항에 온 것처럼 짐 검색이 심하더라”며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라. 유엔이 평화를 지켜줄 수 있는가? 그런데 끝까지 평화만 주장했다.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NGO 행사인 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찬 목사는 “주일날 예배처로 안내된 20곳 중 6곳에서 로마가톨릭과 함께하더라. 저 같은 사람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하나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저도 평화를 좋아한다. 화평을 추구하고 하나 돼야 하지만, 신앙은 하나 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어야 했다. 평화와 기후환경 등은 대회 내내 들었지만, 복음에 대해선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이렇게 할 거면, WCC라는 이름에서 ‘교회’라는 단어를 빼야 하지 않겠나”고 털어놓았다.

고 목사는 “그들은 비록 다른 종교와의 평화를 외치지만, 기독교 내에서도 평화를 이루진 못했다. 배제하는 이들이 있었다”며 “한국인들이 설치한 천막에서는 기후와 노동 등을 외치고 있었다. 또 사물놀이패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더니, 예수 믿지 않는 유명 좌파 단체 학생들이더라. 이들이 한국을 대표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안승오
▲안승오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연구위 구성 요구하고, 결론 날 때까지 관계 중지해야”

예장 통합 소속인 안승오 교수는 “우리 교단은 복음주의와 WCC 신학을 모두 수용한다. 그래서 WCC 신학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예민하게 반응하신다”며 “그러나 기독교는 마르틴 루터의 가톨릭 비판으로부터 출발했다. 우리 교단도 비판에 무조건 부인하지만 말고, 비판을 경청하고 함께 고민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승오 교수는 “WCC는 주님이 세우신 교회가 아니라, 인간이 세운 하나의 기구에 불과하다. 교회도 문제가 있으면 비판하는데, WCC는 당연히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WCC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교단에서 살펴보고 바른 신학을 추구할 때 소망이 있을 것.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격언처럼, 모든 목회자·신학자들이 마음을 열고 들어달라”고 전제했다.

안 교수는 “목회자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WCC는 연합운동과 사회참여운동으로, 두 가지 다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WCC 첫 시작 당시와 지금의 연합운동은 많이 바뀌었다”며 “WCC 신학은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이상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그럴듯해서 위험하다. 몇 년 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있었다. 가습기가 얼마나 좋은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아이와 산모를 죽이고 폐를 망가뜨렸다. 아무리 그럴듯하고 논리적이라도, 지도자라면 위험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WCC에 실제로 가 보니 현장 자체는 굉장히 화평하고 아름다웠다. 포옹하고 경청하고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 연합과 화해와 일치가 일어나는 듯 보였다”며 “겉으로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임에도 비판받을 것을 각오하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상당한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두 곁가지가 아니라, 큰 흐름이 어디를 향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오 교수는 “이번 주제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였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공생애 동안 모든 이들과 화해하고 일치하셨는가? 바리새인과 제사장들, 성전 장사치들과 빌라도와도 화해하셨는가”라며 “무엇보다 화해·일치의 전제조건은 내 것을 양보하고 상대방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오직 예수’ 이름을 양보할 수 있는가? 결국 점점 종교다원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이라고 평가했다.

wcc 총회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안 교수는 “연합은 세계 복음화를 위한 방법과 자세여야지, 그 자체가 목표여선 안 된다. 그러나 WCC는 연합을 지상과제로 삼으면서, 모든 종교와 사상, 심지어 죄까지 연합하려 한다”며 “결국 복음의 핵심을 양보해야 할 것이다. 평화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의 최종 목적은 복음화이다. 예수님도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다’고 하시지 않았나. 복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WCC는 성경적 방법이 아닌, 세상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교회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일반 정치기구나 인권단체와 다르다. 교회는 복음을 전해 개인을 바꾸고, 바뀐 개인이 가정과 사회를 점점 바꿔 나가는 점진적 방법을 택하지만, WCC 운동은 개인 전도보다 정치·경제·노동·사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며 “종교는 저 영원한 세상을 믿게 하고 강조하는데, WCC는 이 세상에 너무 많은 강조점을 둔다. WCC 신학은 이 세상과 사회에 너무 관심을 두기에, 교회를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WCC 신학은 부작용이 많은 약과 같다. WCC가 좋은 일을 하지만, 복음과 교회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면 사용할 수 있을까”라며 “그리고 지나친 이상주의자 같다. 그러나 현실을 내팽개치고 이상만 추구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WCC는 교회 약화와 성도의 급격한 감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결국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격이고, 적도 나도 죽이는 양날의 검”이라고 비유했다.

실천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신학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적극 관심을 갖고 일어나야 한다. 열심히 배우고 문제를 파악하셔서, 총회나 노회 때 연구위원회 구성을 요구해야 한다. 교단 내 에큐메니칼위원회에는 WCC를 비판하는 학자를 부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결론이 날 때까지는 관계를 중지하든 상회비 납부를 중지하든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WCC의 한국지부 격인 NCCK에 대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 우리 교단에서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데, NCCK는 동성애에 대해 조속히 합법화시키라는 성명서를 낸 곳”이라며 “교단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WCC뿐 아니라 NCCK와도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정확한 복음에 서지 못하면 상회비를 거부하든 관계를 단절하든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덕성
▲최덕성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WCC 종교다원주의 지지하지 않는다? 거짓말”

최덕성 교수는 “WCC는 여러 문서에서 ‘구원의 길’을 두 가지로 믿고 있다.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길, 다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는 ‘구원의 길들’이다. 이를 종교다원주의라고 한다”며 “그들은 예수 외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에는 제한을 둘 수 없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 말이 그 말”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WCC 선교전도위원회에 있던 금주섭 박사 등은 오해를 풀겠다며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지 않고, 종교간 대화로 세상의 평화를 도모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학자들은 사실호도, 일반인들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한다. 예수 외에도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나 교단은 이단이라고 말하기도 모자라고, ‘배도 집단’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이럴거면 예수 뭐하러 믿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WCC 총회는 멋있고 화려하고 질서있고 다양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루터가 가톨릭을 비판했던 ‘영광의 신학’일 뿐, ‘십자가 신학’은 없는 집회였다”며 “총회 참가 신청 란에 종교를 묻는 칸이 있었는데, ‘이슬람, 불교, 무교’도 있더라. 기독교인들만의 집회도 아니었다. 복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세상사 해결만 있는 ‘앙꼬 없는 찐빵’ 총회. 껍데기만 갖다놓은 화려한 잔치였다”고 밝혔다.

최덕성 교수는 “WCC 영향 아래 세계 교회들이 교회가 구원의 방주가 아닌, 사회복지 활동을 하는 기구로 점점 전락하게 만드는 또 한 장의 챕터가 이번 WCC 총회였다”며 “복음 없는 총회, WCC 따라가면 교회가 죽는다”고 단언했다.

최 교수는 “WCC는 그들에게 복음이 없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WCC는 복음을 ‘세상사 해결’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전형적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이라며 “그들 나름대로는 ‘복음적 행사’를 한 것.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라는 요한복음 3장 16절 앞부분만 이야기하고,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는 이신칭의나 십자가 복음의 도리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WCC 총회 93개 워크숍 주제들이 모두 세상사 해결에 집중돼 있다. 기후변화, 환경, 인권 등 온갖 종류의 세상사에 관심을 갖고 기독교인이 해결에 앞장서는 것은 일면 바람직하고 존경스럽다”며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 사람들이 하나님과 화해하고 일치하게 한 다음에 해야 할 일들이다. 2차적인 것들을 1차적인 것에 앞세워 강조하는, 주객이 전도된 총회였다”고도 했다.

또 “한 세션에서 나이지리아 기독교 박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질문이 나왔는데, ‘이슬람 신도와 결혼하라’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결혼하면 어떻게 되는가? 불화와 갈등이 이어지다, 결국 이슬람으로 개종해야 그것이 끝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지탄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몇천 년 된 문제를 이렇게 간단히 끝내는가? 복음주의 교회들을 다 적으로 돌리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이홍정 NCCK 총무는 ‘북한 비핵화는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영어로 발표했다. 북한이 핵을 없애려면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인간사에 좌파도 우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너무 심했다. 또 ‘북한 경제제재는 북한 인민의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자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경제제재는 그 인민을 괴롭히는 정치권력에 항의하는 것 아닌가? NCCK 총무가 통합 목사로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도 동성애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총회에서도 그렇고, 동성애를 허용할 경우 정교회가 탈퇴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라며 “분열될까봐 다루지 않는다? 하나님 말씀을 전할 사도적 직무는 어디 갔는가? 현실이 두려워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WCC의 현주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