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편의점보다 많다? 불신자 비율 계속 늘어
분립개척 시 영구 이적 대신 1-2년 파송도 방법
개교회, 성장 우선, 맘모니즘 등 병폐 극복 도움

실천신학회
▲구병옥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실천신학회
선한목자교회·함께하는교회·제자들교회 등의 사례 연구를 통해, ‘교회가 편의점보다 많은 상황’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교회 개척이 계속 필요하며, 그 건강한 방법 중 하나가 ‘분립개척’임이 제시됐다.

구병옥 교수(개신대학원대)는 지난 10월 29일 한국기독교학회에서 열린 한국실천신학회(회장 민장배 교수) 분과 발표에서 ‘건강한 교회개척을 위한 분립개척 연구: 선한목자교회, 함께하는교회, 제자들교회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이러한 주장을 개진했다.

실천신학회 부회장인 구병옥 교수는 “‘교회가 치킨집·편의점보다 많은 지금도 교회개척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갈수록 종교인구가 줄고, 복음을 받아들인 기독교인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게다가 기독교인 비율은 지속 감소해 17%이고, 무교는 60%로 크게 늘었다. 여전히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불신자 수가 훨씬 많고, 불신자 전도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도방법의 하나인 교회 개척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혔다.

구병옥 교수는 “최근 분당우리교회가 29개의 개척교회를 분립시켜 교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많은 교회들이 대형교회가 되는 것을 축복의 상징이자 최우선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반대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며 “분립개척은 모교회의 상당한 재정 지출과 성도들 파송으로 이뤄지는 점에서 개혁적일 뿐 아니라, 선교적 교회개척 방법이다. 한국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는 이 시대, 분립개척은 적합하면서도 건강한 교회개척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분립개척의 신학적 근거에 대해선 “맘모니즘에 물들기 쉬운 한국교회에 분립개척은 지역교회가 독점적 영향력과 지배력을 포기하고 우주적 교회 관점에서 재정과 사람을 기꺼이 나눠 하나님 뜻을 추구하는 행동”이라며 “분립개척은 세속적 가치관에 맞서 하나님 나라 가치를 우선시할 때만 가능한 대항문화적 사역이자 하나님 나라 성장의 방편이다. 대형교회 우상에 사로잡히면 교회개척은 요원해지고, 인구 대비 교회 수는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차원에서 봐도 지역교회는 고전적 의미의 해외선교를 지속하면서, 교회가 위치한 그 자리에서 선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존재해야 한다”며 “이처럼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을 인식한다면, 분립개척은 교회가 세상에 보냄받은 존재로서 성육신적이고 정황적인 삶을 살아내는 매우 적절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후 사례연구를 제시했다. 먼저 선한목자교회에 대해 “2011년 수지선한목자교회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분립개척을 하고 있다. 명문화된 기준은 없지만, 7-10년 사역한 부교역자들을 선발해 교회 기획위원회가 주도한다”며 “분립개척에 자원한 중직자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평신도 파송선교사를 모집해 개척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한목자교회는 개척팀이나 파송선교사로 가더라도 영구 이적하지 않을 수 있다. 매년 10월 파송선교사를 모집해 1-2년 섬기고 돌아온다”며 “분립개척 명목 하에 강제로 내쫓는 듯한 인상을 주면 성도들과 교회에 상처만 될 뿐이다. 영구히 교회를 옮겨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에 대해선 “맥추감사절 헌금 전액을 분립개척 자금으로 지원하되, 부족하면 교회에서 보충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 개척 후 월별 지원금이 없는데, 처음에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하고 상당 규모의 성도들이 개척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주님이 책임지신다는 유기성 목사의 목회철학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하남 함께하는교회는 선한목자교회 세 번째 분립개척 교회로, 분립개척 교회 입장에서의 연구다. 정기연 목사는 교회 10년 부교역자 사역 후 개척에 마음을 품게 돼 2015년 11월 15일 창립예배를 드렸다.선한목자교회에서는 1차 67명, 2차 106명이 파송선교사로 동참해 12월부터 180여 명이 예배드렸다.

정기연 목사는 모교회와 거리를 두고, 교회가 별로 없는 곳에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명은 1·2차 분립개척 시 ‘선한목자교회’ 이름이 포함되자 지역에서 반대한 것을 고려해 이를 배제했고, ‘예수님과의 동행’을 강조하는 멘토 유기성 목사의 목회철학에 따라 ‘함께하는교회’로 정했다.

전도소그룹 사역으로 널리 알려진 제자들교회(담임 김동현 목사)는 분립개척 사역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개척 초기 큰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5년 만인 2000년 1월 성도가 200여 명에 불과한 시점에 즐거운교회를 분립개척해 보증금을 지원하고 다섯 가정을 파송했다. 즐거운교회는 현재 200-300명으로 성장했다.

이후 김동현 목사는 건강한 분립개척을 위해 교회에 좀 더 여력이 필요함을 깨닫고 목회에 전념했다. 2008년 교회당 건축 후 성도 700-800명으로 안정을 찾은 2014년 3월, 남부제자들교회를 분립개척해 재정을 지원하고 열두 가정을 파송했다. 2016년 사랑의빛제자들교회 분립개척 후 2017·2020·2021년에는 교회개척 연장선에서 목회자 3명을 파송했고, 2022년 3월 기쁨의제자들교회를 다시 분립개척했다.

분립개척 목회자는 제자들교회 목회철학과 목회 시스템을 철저하게 체득한 부교역자들로 선발하고, 분립개척과 함께 신청을 받아 열두 가정을 파송한다. 재정은 2차 분립개척부터 보증금이나 인테리어에 필요한 2억 원과 함께, 매달 130만 원을 3년간 지원하고 있다.

구병옥 교수는 분립개척 사례를 통해 얻은 통찰을 전했다. 먼저 “연구하면서 효과적 분립개척을 위해 검증된 방법이나 매뉴얼을 기대했지만, 모교회가 처한 다양성과 특수성, 분립되는 교회와 목회자의 독특성 등으로 획일화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음을 알게 됐다”면서도 다음 7가지 통찰을 제안했다.

첫째, 효과적인 분립개척을 위해 방법론보다 모교회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목회 시스템 공유가 중요하다. 분립개척이므로, 재정과 파송 인원 규모보다 모교회 목회철학과 시스템을 그대로 접목해야 거부감이 없다는 것. 그래서 분립개척 목회자의 부교역자 경험이 최소 5년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분립개척은 하나님 나라와 선교적 교회의 신학과 실천이 바탕해야 한다. 선한목자교회와 제자들교회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분립개척을 시작했다. ‘한 교회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자라야 한다’는 신학과 신념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셋째, 모교회 인력·재정 지원 규모, 예배당 입지 등 외부 요인이 좋은 결과를 ‘보장’하진 못한다. ‘맨땅에 헤딩’ 같은 어려움을 피할 순 있지만, 규모에 비례해 열매를 보장하진 않는다. 선한목자교회 분립개척에서도 가장 좋은 곳에 많은 인원이 함께했다고 판단했지만, 그 교회가 가장 좋은 열매를 맺진 못했다고 한다. 외부 요인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넷째, 작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사역과 예배당을 확대해 체계를 세우는 것이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함께하는교회의 경우 180여 명과 개척을 시작했지만, 모교회로 돌아갈 성도들을 고려해 예산에 맞는 규모의 예배당을 구하고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시작해 재정 부담을 덜 느끼면서 목회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돌아가는 파송선교사들도 적고, 돌아가는 만큼 새가족들이 찾아와 안정적으로 성장해 4년 만인 2019년 400여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다섯째, 선한목자교회처럼 일정 기간만 성도들을 파송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분립개척 목사에게는 불안 요인이지만, 성도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도와 재정 지원 규모와 방법 등 분립개척에 있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여섯째, 분립개척은 수동적인 성도가 능동적인 제자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분립개척은 단순히 교회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보냄받은 세상으로 가는 것이자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헌신된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분립개척 파송 후 조용하고 수동적이던 성도들이 능동적이고 헌신된 ‘일꾼’으로 변모했다.

일곱째, 분립개척 교회의 성장이 곧 불신자 전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고, 보다 많은 데이터 수집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분립개척은 새로운 교회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데 큰 이점이 있지만, 교회가 성장하는 만큼 불신자가 전도되진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교회개척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21세기 반기독교 정서와 소규모 개척교회를 꺼리는 대한민국 상황을 고려할 때, 교회개척에는 분립개척이 효과적”이라며 “하지만 지역교회 입장에서 성도들을 보내야 하는 것이기에, 대형교회라도 쉽지 않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분립개척은 한국교회 병폐인 개교회주의, 성장우선주의, 맘모니즘 등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병옥 교수는 “연구하면서 주변에 소리 없이 분립개척 사역을 하고 있는 교회들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음도 알게 됐다”며 “더 많은 교회들이 분립을 통한 개척에 동참하여, 선교적 교회로서의 삶을 살아내고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하길 소망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