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
▲이재열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학회
제51차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임성빈 박사) 정기학술대회가 10월 29일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운용 박사) 한경직 기념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신학과 교회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한국기독교학회는 코로나 이후 대전환의 시기 가운데 기독교 신학이 교회와 사회를 위해 물음을 넘어 책임적 응답을 모색함으로써, 한국교회 목회현장과 신학이 융합해 실제적 해결방법을 마련하고자 학술대회를 기획했다.

3년 만에 전면 대면으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사회학자의 질문에 구약학자와 조직신학자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주제강연을 구성했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교회도 공공성 높지 않아”

먼저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도래와 변화의 전망’을 주제로 이재열 교수(서울대 사회학)가 발제했다.

이재열 교수는 “코로나 전야 한국사회는 최저치를 경신하는 출산율, 가족과 공동체 해체 등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됐다”며 “풍요의 역설과 민주화의 역설에 시달리는 ‘3불 사회(불만·불신·불안)’가 된 이유는 경제성장이나 민주화로는 해결되지 않는 낮은 ‘사회의 품격(social quality)’과 취약한 공공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인은 오로지 경쟁을 중시하고 성장과 물질적 부 축적을 중시하며 개인의 성공을 우선시하다 보니 공공성 수준이 높지 않고, 이타심이나 자원봉사도 미미하다”며 “한국의 공공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정부의 역할은 국제적 기준에 비춰도 매우 취약하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교회의 공공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팬데믹은 공공성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성공적 방역은 높은 공공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는 유난히 자영업이 과잉 팽창한 한국 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냈지만, 그간 취약했던 공공성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잘 구현되면서 여타 선진국들보다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 전반의 공공성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재열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은 초연결 플랫폼 사회를 앞당겼다. 그러나 세대와 계층, 직업 간 새로운 문제를 쏟아내고 있다. 전통적 기업활동이나 자영업은 큰 고통을 겪었지만, 온라인 플랫폼에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렸다”며 “플랫폼은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쳐 특정 시공간에 이뤄지는 예배 개념이 희석됐고,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에는 새로운 기회가 됐지만 시공간을 고수해온 전통 교회에는 큰 충격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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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학회
공공성 부재가 한국교회 취약성임이 분명해진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교회에 주는 함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교회가 얼마나 공공성에 기여하는 공교회성을 갖는지가 전면에 부각됐다. 한국 사회가 ‘풍요와 민주화의 역설’을 경험하듯, 교회는 ‘성장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커질수록 조직 관료화, 자원과 권한의 집중 등 제도화의 딜레마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는 초저출산과 고령층 증가가 가져올 도전에 직면했다. 노년층 역할이 증대되는 데 반해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차이도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MZ세대는 대부분 기간제나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에 몰려 있고, 솟구친 주택가격으로 집 장만도 훨씬 어려워졌다. 이들이 풍요 속에 태어나 성장했지만 정작 빈곤한 세대가 됨에 따라, 과거와 같은 대형교회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초연결 플랫폼 사회도 교회에 도전을 맞게 했다. 닫힌 인간관계와 논리적 인식론을 뛰어넘은 것은 놀라운 능력이지만, ‘포스트 트루스’시대에 편향과 배타성에 빠질 우려도 커졌다”며 “전통 소집단과 새로운 초연결 플랫폼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요 과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교회는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의 대안이다. 개교회 유지를 넘어, 변화를 촉진하고 공감을 확대하고 연결할 ‘콜렉티브 임팩트’를 구현할 교단적·제도적 대안이 무엇인지도 중요해졌다”고 질문했다.

“우주, 하나님과 만남 이루는 성례전적 존재로”

이어 김정숙 교수(감신대 조직신학)는 ‘성례전적 존재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제안하는 생태 여성신학적 우주론’이라는 제목으로 종말론적 위기에 처한 운명공동체로서의 자연을 치유하고 미래를 지속할 수 있는 신학적 대안으로 ‘성례론적 존재론’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의 성례론적 우주론이란 사후지향적 남성종교를 자연의 여신, 대지의 여신 가이아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롬 8:22)을 알고 있기에, 직면한 위기를 치유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잠재성을 찾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신학적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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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모습. ⓒ학회
그는 “여기서 성례전이란 비가시적 신의 은총을 가시적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제의라는 의미로서 ‘성례전적 원리란 창조된 세계가 하나님의 은총과 현존의 상징이며 신호이며 전달자가 됨’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정의를 근거로 이해할 때, 성사(sacramentality)의 본래적 성질은 두 세계를 잇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동질적 두 세계의 연결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두 세계, 곧 하나님과 피조물, 초자연과 자연, 은총과 이성, 저 세상과 현 세상, 계시와 자연 등 거룩한 실재와 일상의 사물 등 전혀 다른 차원의 실재를 잇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거룩함과 속됨의 영역, 불멸의 영혼과 유한하고 변화해서 소멸하는 육체와 물질 등을 연결짓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며 “나아가 성례전적 성격은 전혀 다른 차원의 질적으로 다른 존재들, 곧 차별적으로 이중화되어 공고하게 구조화된 두 실재를 연합하게 하며, 거룩한 실재에 참여하게 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숙 교수는 “이는 하나님께서 세계를 창조하시고 하나님과의 성례전적 만남을 제공하기 위해 창조된 모든 실재를 이용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모든 피조세계는 성사적 존재로서 선하고 신비와 영으로서 하나님의 계시가 드러나는 자리로, 성만찬의 빵과 포도주, 세례식의 물처럼 모든 자연 세계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스러운 매개체가 된다. 하나님께서는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성사로 사용하신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원형적인 성례전’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는 삼위일체이신 하나님과 함께 자연과 인간 그리고 전 우주를 창조하신 분이고, 우주적 로고스로서 마침내 전 우주를 구원하실 우주적 그리스도”라며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께서 이루실 새로운 희망의 종말을 죄악으로 초래하고 악화시켜 파멸시킬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 모든 자연의 산물이 성례전적 은총 수단이고, 여성과 남성의 언어와 인격과 경험, 탄생과 죽음 등 모든 순간, 그리고 우주 전체가 하나님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성례전적 존재”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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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황덕형 총장, 이재열 교수, 김회권 교수, 김정숙 교수. ⓒ학회
“인간 죽음과 연약성 받아들이는 지혜 가르쳐야”

이후 김회권 교수(숭실대 구약학)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학과 교회의 좌표: 지구 피조물 공동체의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의 교회’라는 제목으로 인간의 필사(必死)적 운명을 4차 산업혁명으로 극복하려는 인류의 집체적 시도를 경계하고, 죽음과 노화를 부활의 빛 아래서 바라보도록 그리스도의 부활 복음을 더욱 자신감 있게 전파하자고 주장했다.

김회권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유사 영생을 추구하지만,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늙어가는 것은 쇠락하고 연약해지는 과정이자 하나님 나라의 신생아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이다 성경은 죽음과 노화에 맞서기보다, 죽음 너머의 부활을 고대하도록 이끈다”며 “교회가 줄 대답은 인간의 죽음과 연약성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르치고, 죽음 너머에 실현될 부활과 중생을 선포하는 하나님 나라 복음”이라고 정의했다.

또 “그동안 한국교회는 타문화권에 거주하는 미전도종족이라 일컫는 타인종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분투한 반면, 자신이 속한 사회를 하나님 나라의 비전으로 거룩하게 변형시키려는 사회선교 노력은 소홀했다”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속사회와 문명에 대해 예언자적 견제와 비판은 거의 하지 못했고, 특히 기복적 번영신앙에 점령당해 예언자적 사회비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예언자적 공적 신앙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촘촘해진 관계망으로 전환되는 시대, 타자수용적 개방성이 세계 시민의 최고 덕목이 될 것이다. 교회는 이러한 때에 이방인을 하나님 나라에 초청했던 바울 사도의 화목케 하는 직분을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며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주권에 도전하는 생물학적·공학적 도전에 대한 경보음을 발하고, 유사영생을 시도하는 의료공학적 유토피아 대신 실제로 영생을 선사하시는 하나님의 무제한적 은혜를 이 세상에 매개하는 왕적 제사장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하나님의 구원은 개인을 넘어 사회 생태계 전체의 구원과 영화를 지향한다. 참된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세계 만민의 운명에 책임을 지려 한다”며 “경제불의, 빈부격차, 환경파괴, 핵오염, 기후변화 등을 재림 예수에게 맡기고 오로지 내세적 구원만 기다리는 도피주의적 구원 대신, 세상변혁적 하나님 나라 운동에 참여한다. 주님의 구원을 즐기는 과정은 인격적 성화 과정과 동시에 이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는 선교적 삶”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지구갱신론적 구원 시나리오를 믿는 성도들은 주님이 오시는 날을 대망하면서도 구원받은 개인들이 하나님 나라가 완전히 도래할 때까지 기다리며 살아갈 중간단계 사회가 기독교 친화적으로 변화되도록 분투하게 된다”며 “지구를 포기하고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려는 미래 사회에 대해, 기독교는 지구공동체를 지키고 다스리며 관리하는 인간의 원초적 사명을 자각시키며 주지시키는 지구의 왕 같은 제사장 공동체로 성숙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기독교학회 주최로 한국구약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조직신학회,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한국실천신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한국교회음악학회, 한국목회상담학회, 한국문화신학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한국기독교교양학회 등 14개 지학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각 학회 발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