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물 부족 국가 이스라엘, 물웅덩이로 극복
수도 예루살렘, 기혼샘 덕분에 많은 사람 수용
이스라엘 지형·기후 이해하면, 자연환경 이해
자연환경 잘 알아야 성경 충분한 이해도 가능

기브온 물웅덩이
▲기브온 물웅덩이.

4. 물 부족 국가, 이스라엘의 생존법

1) 물웅덩이

물웅덩이는 우기에 내리는 빗물을 빋아 일년 내내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이스라엘에서 그 활용이 눈에 띄는 빗물 사용법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물웅덩이를 이스라엘의 발명품이라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뭄에 대비하기 위하여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만들어진 것이 발견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물웅덩이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스라엘 전 지역, 특히 광야 지역에서는 우기 때 잠시 내리는 빗물을 모으지 못하면 일년 내내 물은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빗물이 흘러 내리는 계곡 쪽에 물웅덩이를 파서 두면, 모래 먼지를 타고 흐른 빗물이 순식간에 흘러들어 식수용 혹은 가축용으로 일년 내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물웅덩이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물이 새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웅덩이의 핵심은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웅덩이 속 모든 구멍을 석회석으로 다 막는 것입니다. 만약 관리 소홀이나 지진으로 물웅덩이에 틈이 생기게 되면, 아무리 크고 좋게 만든 물웅덩이도 소용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요셉이 빠졌던 물웅덩이가 좋은 예입니다(창 38:24). 만약 요셉이 던져졌던 물웅덩이가 버려진 물웅덩이가 아니었다면 요셉은 익사하여 생명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애굽의 총리가 되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도 진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즉 요셉이 던져졌던 물웅덩이는 스스로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깊었지만, 물을 보관하지는 못하는 물웅덩이였던 것입니다.

성경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런 물웅덩이를 ‘터진 물웅덩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생수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을 버리고 아무리 좋은 물웅덩이를 파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렘 2:13).

즉 아무리 튼튼한 물웅덩이라도 하나님이 보호하여 주시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지진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오는데, 물웅덩이는 작은 지진만 일어나도 쉽게 금이 가서 물이 새기 때문입니다.

물웅덩이의 또 다른 문제는 토사 유입입니다. 계곡을 급하게 흘러가는 빗물은 늘 토사와 함께 쓸려 내려오기 때문에, 토사를 제때 제거하여 주지 않으면 물웅덩이는 곧 토사로 가득차게 되어 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물웅덩이는 늘 정기적으로 관리하여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웅덩이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유대 광야 지역에 있는 쿰란이나 마사다의 물웅덩이가 유명합니다. 특히 마사다에 있는 거대한 물웅덩이들은 ‘물 창고’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할 만큼 수천 명의 군인들이 일년 내내 쓸 수 있을만큼 암반을 파서 만든 거대한 빗물 저장 탱크입니다.

예루살렘 기혼샘
▲예루살렘 기혼샘.

2) 예루살렘의 건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에 비교적 큰 도시들이 형성되지 못한 것은 물이 부족하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주로 중앙산지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았던 이스라엘이 산 꼭대기에서 물을 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힘든 일이었습니다.

실로, 벧엘, 헤브론 등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도시들이 큰 도시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이곳에 물이 부족하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인구를 유치하려면 그들이 마실 물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예루살렘은 다른 도시들에 비하여 유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량이 풍부한 기혼샘이 있었고, 빗물을 모으기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이 도시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바로 기혼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 주변의 산들로부터 흘러온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윗성 아래에서 솟아올라 만들어진 기혼샘은 성경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예루살렘에서 가장 중요한 식수원이었습니다(대하 32:30; 왕상 1:33; 왕하 20:20; 사 22:11).

다윗이 점령하기 전 여부스족이 살고 있었던 예루살렘은 계곡으로 둘러쌓인 난공불락의 성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기혼샘까지 있었기 때문에 여부스족은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왕이 생겼을 때도 이스라엘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예루살렘을 점령하려는 다윗을 조롱하는 여부스 족의 하늘을 찌르는 교만함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삼하 5:6; 대상 11:5).

다윗은 일찍이 이스라엘의 중앙에 위치한 이 성의 전략적 가치를 깨달았고, 여러 차례 공격에 실패한 다음 마침내 기혼샘의 비밀 통로로 들어가 예루살렘을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정치적, 종교적 통합을 이루는 핵심 역할을 하였고,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수도로 자리잡게 됩니다(시 137:5-6).

그러나 기혼샘만으로는 수도가 된 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예루살렘 인구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예루살렘 식수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물웅덩이입니다.

물웅덩이는 아무 곳에나 파놓았다 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루살렘에 판 물웅덩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예루살렘의 지형적 위치와 상관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이 위치한 곳은 산꼭대기가 아니라 족장길 능선 아래 비탈길입니다. 실로나 벧엘처럼 능선 꼭대기에 위치한 도시들은 물웅덩이에 빗물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도시 안에 있는 중앙 계곡(Tyropoeon Valley)을 따라 흐르는 빗물을 모으기에 매우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물웅덩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당시 실로암 연못이나 벳새다 연못과 같은 공공용 물웅덩이(Pool)는 예루살렘에 15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또 미슈나(Mishnah)에 따르면 성전 뜰에만 36개의 물웅덩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60년대 기록에 따르면 모두 992개의 물웅덩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혼샘은 물론 예루살렘 곳곳에 만들어진 물웅덩이로 인하여 예루살렘은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물부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요세푸스도 “예루살렘이 적에게 포위당하였을 때, 물이 부족하여 항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요단강 길에 세워진 고대의 수도원.
▲예루살렘-요단강 길에 세워진 고대의 수도원으로 지금은 폐허가 되어 바닥 모자이크와 건물 잔해들만 남아 있다. ⓒ크투 DB
5. 결론

성경의 목적은 이스라엘의 자연 환경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성경에서 이스라엘의 자연 환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자연 환경을 잘 알지 못하면 성경이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경 저자들은 제1독자들(즉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미 이스라엘 자연 환경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성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2 독자인 우리들은 이런 부분을 따로 보충하여 채워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크기는 경상도 정도밖에 안되지만 이스라엘의 복잡한 자연 환경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이스라엘의 지형과 기후입니다.

특히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지는 지중해성 기후와 지진으로 인하여 생긴 요단 계곡의 지형을 잘 아해하게 되면 이스라엘 자연 환경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눈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스라엘의 자연 환경을 이해하게 되면, 어떻게 이스라엘 땅이 농사나 거주하기에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는지, 1년이 어떤 방식의 농업 주기로 형성되어 있는지, 왜 어떤 특정 작물들이 주요 농산물이 되었는지, 왜 ‘이른 비와 늦은 비’가 하나님의 축복과 저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등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성경 사건들이 왜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였는지, 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언약이 왜 이스라엘 자연환경을 반영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른 곳이 아닌 가나안이라는 특정 지역으로 인도하셨는지까지도 우리는 알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자연환경은 이스라엘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 토대를 이루고 있고, 그렇게 형성된 이스라엘 문화는 성경이 쓰여진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이스라엘 자연 환경을 올바로 깨닫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지금까지의 성경공부가 성경의 문자적 공부에 치중하여 왔다면, 앞으로의 성경공부는 그 문자가 기록된 배경이 되는 자연환경에 대한 선행적 이해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구약 문화 배경사 류관석
▲류관석 교수는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성경을 이해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오역이 나오고 성경의 내용에 공감하는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