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총대주교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WCC 요안 사우카 총무대행과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정교회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대행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 지지하면서 비판을 받은 러시아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와 만났다.

WCC에 따르면, 총무대행을 맡은 요안 사우카(Ioan Sauca)는 10월 17일 모스크바 소재 총대주교 관저에서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 평화를 이루는 교회의 사명을 논의했으며, 공개 토론과 별도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는 러시아정교회의 WCC 회원 자격을 둘러싼 수 개월간의 논쟁 끝에 열렸다. 러시아가 올해 초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후, 사우카 대행은 정교회 지도자에게 휴전을 촉진하는 데 협력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키릴 총대주교는 반복적으로 러시아 침략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이에 WCC 내부에서는 러시아정교회를 축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그러나 사우카 대행과 WCC 지도자들은 결국 이 같은 의견들을 거부하고, 러시아정교회의 회원 자격을 계속 유지했다. WCC 회원들은 지난 9월 총회에서 전쟁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회의에 동참한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그 수위가 약하다고 비판했다.

WCC에 따르면, 사우카 대행은 키릴 대주교과의 회의에서 이러한 우려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우리 기관에서 발표한, 전쟁과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이 러시아정교회 대표단의 참여로 더욱 정교해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평화와 화해의 다리를 놓고, 유혈 사태와 핵 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 함께 동역하기 위함”이라며 “오늘 이곳에서 전 세계를 향해 유혈 사태, 살인, 기반 시설 파괴를 멈추고, 평화와 화해를 구할 것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했다.

키릴 총대주교도 지난 20일(현지시각)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시된 별도의 보고를 통해 이 같은 회담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릴 총대주교는 “중요한 문제들과 도전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러시아정교회와 관련이 있었다. WCC에서 러시아정교회를 추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총회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WCC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교회는 평화를 만드는 존재가 되어야 하고, 기독교인은 전쟁과 살인을 지지해서는 안 되며, 전쟁은 신성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고, “교회가 정치적 원한과 폭력을 언급하며 싸움을 더욱 부추겨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키릴 총대주교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같이 행동했다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CT는 “전쟁을 위한 영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 외에도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적 공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러시아 세계’ 또는 ‘신성한 러시아’의 개념을 홍보하는 데 수 년을 보냈다. 그는 러시아의 적들을 ‘마귀 세력’이라고 주장했고, 분쟁을 서방 및 ‘동성애 퍼레이드’와의 ‘형이상학적’ 전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다가 사망한 러시아 군인들의 죽음을 예수의 희생에 비유하며 그들의 모든 죄가 용서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9월 주일 설교에서 나온 이 발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큰 패배를 겪은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부분적으로 동원할 것을 촉구한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다.

며칠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4개 주를 불법으로 합병했다.

이러한 연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전 세계 교계 지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