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향한 기다림
천국을 향한 기다림

래리 크랩 | 이은진 역 | 비아토르 | 224쪽 | 15,000원

몇 년 전만 해도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대해 개인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담이나 심리에 관계된 책을 읽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독서의 비중에 있어 그쪽에 관계된 책들이 적지 않음에도 그러했다. 실제로 그런 책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상담이나 심리에 대한 것을 거부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었다. 일반 상담서들은 기본적인 전제가 다르기에 그렇다고 하지만, 기독교 상담학자나 서적들에 대해 특히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기독교 상담서들도 일반 상담이나 심리 서적만큼 읽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이중적인 감정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 세계관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접근에서 기독교 상담학자들마저 과연 성경적 접근으로 다가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리 콜린스 같은 경우 기독교계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책을 많이 내놓기는 했지만, 그의 책들은 인간에 대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기에 사랑받을 존재라고 하면서 그 하나님 형상이 죄로 인해 파괴되어짐을 간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한계성 있는 인식으로 문제를 풀다 보니 지나치게 긍정적이고 사랑받을 가치만 강조하는 모순을 보인다.

어떤 학자들은 지나치게 신앙적으로 성경구절과 그 원칙만 강조함으로써, 말씀만 강하게 붙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양 말하는 모습들도 있는 듯 하다. 또 어떤 학자들은 기독교 상담이라고 말하고 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면서도, 실제 내용은 일반 상담과 대동소이하고 그 안에 기독교적 접근이나 시각이 있긴 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도 상당했다.

긍정적이지 못했던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그것은 좀더 실제적인 문제였는데, 환자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상담하는 이들이 한정적이고 제한적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종종 어떤 문제를 가진 이들에게 10회 상담 혹은 그들의 특정한 영역에 대해서만 상담을 제한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 결국 그러한 상담이 얼마나 그들의 문제를 얼마나 깊이 있게 다루며 그들을 전인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괜찮은 책이라는 평을 받는 책이나 저자를 보면서도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은 들지만 한계성과 아쉬움을 매번 갖곤 했다.

그런데 몇 년 전 한 작가의 책이 눈에 꽂혔다. 그 작가는 이번에 읽은 <천국을 향한 기다림>의 작가 래리 크랩이었다. 아마도 요단에서 나온 <상담과 치유 공동체>(절판됨)로 기억하는데, 상담학자이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교회 공동체가 교회 바깥의 전문 상담사 등에게만 맡기고 성도와 지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결국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동체와 목회자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곧 교회 공동체와 목회자가 이런 이들을 책임지고 돌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학자로서는 상당히 독특하고 예외적인 시각 같았고, 오래전 읽은 책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자신이 상담학자적 입장에서 책에서 말하는 시각으로 바뀌게 된 과정을 어느 정도 설명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에서는 이런 부분을 주요하게 다루지 않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이전 책에서 비치던 그의 시각과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나만의 이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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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천국 입성을 앞둔 성도로서의 래리 크랩을 볼 수 있다. ⓒ픽사베이
이번에 나온 <천국을 향한 기다림: 잊혀진 그리스도인의 소망>은 이제 기독교적 상담학자라기보다는 노년의 목회자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투영되는 듯하다. 그가 소천하기 7개월 전이라서 더 그런지, 그의 책은 제목마냥 천국 입성을 앞둔 성도로서의 모습이 그려진다.

천국으로 한 걸음 먼저 더 다가간 믿음의 선배로서 우리에게 약속된 천국에 대한 소망과 기대 대신 세상에서 만족을 얻도록 우리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여러 가지 중독이 있다면서, 특히 그 중독은 자아 중독으로 나타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관계적 죄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자아중독에서 벗어나 우리가 천국을 향한 기다림,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소망을 다시 회복하도록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자주 천국보다는 세상에 눈을 돌린다. 심지어 교회 공동체 안에 있으면서도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소망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세상에서 그 기쁨과 만족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유사 기쁨이고 찰나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떠나기 전 우리에게 그 기다림과 소망을 회복할 것을 마지막으로 강렬히 당부한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