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피라미드
지혜 피라미드

브렛 맥크라켄 | 윤상필 역 | 성서유니온 | 240쪽 | 13,000원

브렛 맥크라켄(Brett McCracken)은 TGC 선임 편집자다. 그는 교회 안에 존재하는 불편함은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은 교회가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필수 요소라고, 《Uncomfortable》이란 책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읽게 된 책 《The Wisdom Pyramid》는 TGC를 비롯한 여러 기독교 지도자들이 추천한 ‘올해의 책’이었고, 마이클 호튼 등 많은 개혁주의 목사와 신학자에게 추천사를 얻은 책이어서 잔뜩 기대하며 전자책으로 구입했는데, 원서를 읽어보기 전 <지혜 피라미드>라는 제목으로 성서유니온에서 출간해주는 바람에 편하게 우리말로 읽었다. 자세한 서평에 앞서 번역이 정말 끝내주고, 내용도 이 시대 참으로 적실하며 필수적인 책이었다.

먼저 저자 맥크라켄은 현재 우리가 정보 과잉 시대를 살고 있음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단순히 정보가 많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정보가 온라인에 쌓이고 있고, 우리는 습관적으로 얼마나 많은 정보를 두뇌에 집어넣고 있는지 고발한다. 그리고 그 폐해가 무엇인지 매우 예리하게 분석한다.

정보를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문제는 교회 밖에서도 많이 문제 삼고 있지만, 맥크라켄은 보다 깊은 차원의 영적 문제도 다룬다. 우리는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너무 골라 먹는 나쁜 습관으로 정신과 영혼을 상하게 만들고 있다.

깊이 그리고 오래 하나님의 옛길을 묵상하고 새 하늘과 새 땅을 미리 바라보며 사는 삶이 아니라, 현재 핫이슈를 좇아 눈과 마음을 오로지 ‘지금’에 고정하며 살고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내 생각을 다듬는 기회는 줄어들고, 파편화된 정보 그것도 내가 골라낸 정보로 사고도 마음도 외골수가 되게 만든다.

독자는 자신이 습관적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오늘날 보편적 방식에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옛날에 다 암기했던 친구들 연락처를 이제는 스마트폰 때문에 기억을 못 하네, 오히려 머리가 스마트해지지 않게 된 것 같아’라는 문제 인식을 뛰어넘는다.

정보 과잉의 시대, 습관적으로 정보를 습득, 처리하는 방식 때문에 하나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오래 집중하여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조용히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을 감상하며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과 영광을 찬양하는 일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진리가 무엇인지 오래 사고하며 참된 것을 찾아 애쓰기보다, 파편적인 정보와 진실성은 낮고 신속성 그리고 화제성에만 극단적인 중점을 둔 껍데기 정보만 우리 두뇌에 가득 채운다.

한 마디로 우리 영혼은 심각한 정보-지혜 불균형 문제에 빠졌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영양소 피라미드가 있는 것처럼 ‘지혜 피라미드’가 필요하다.

책의 커버 디자인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저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지혜의 원천으로 하나님 말씀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교회, 그리고 만물(자연), 책, 아름다움(예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다.

6가지 정보를 취득하는 원천 중 저자가 말하는 대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성경이다. 오직 성경이 교회의 청사진을 제공하고, 만물을 창조하신 이를 가리킨다. 책과 아름다움은 성경을 기준으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가장 최소한으로 이용하되 역시 성경을 잣대로 분별해야 한다.

교회도 역시 중요한 정보의 취득 보고다. 말씀으로 충만한 성도는 서로를 권면할 수 있고, 공동체는 개인이 분별하는 것보다 훨씬 지혜롭게 정보를 다각도로 검증할 수 있다.

자기 유익을 추구하고 자기 권위를 최고로 삼는 시대에, 교회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지체의 유익을 추구하도록. 몸 안에서 나는 단지 하나의 지체에 불과하고 다른 지체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낮은 자세를 갖게 한다.

만물은 하나님께서 당신을 나타내시는 또 하나의 책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읽더라도 귀에 음악을 꽂고 눈으론 미디어를 보면서, 거의 배경화면처럼 감상한다.

만물이 크게 외치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이는 찬양 소리에 우리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직 그 소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미디어 금식
▲‘미디어 금식’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 차단 가림 거치대. ⓒ(사)놀이미디어교육센터
책과 예술은 많은 집중을 요구한다. 저자와 만나 그의 생각에 깊이 잠기는 것, 예술이 만들어내는 깊고 풍부한 아름다움에 푹 빠져 감상하는 것. 우리는 그 속에서 집약되고 절제된, 체계적이고 조화로운 정보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은 쭉정이 같은 정보를 걸러내고, 알곡 같은 정보를 취득하는 데 반드시 요구된다.

브렛 맥크라켄의 <지혜 피라미드>는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유익하고 좋았던 책 중 하나다. 스마트폰이나 미디어의 문제를 다룬 책은 종종 있었지만, 정보 과잉의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 드물어 신선했기 때문이다. 또 그 문제를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고 독자에게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교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정말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말한 문제에서 오늘날 자유로운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정말 ‘지혜 피라미드’가 필요하다. 많은 영양소 피라미드가 유용한 정보를 적절히 잘 제공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먹는다.

<지혜 피라미드>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 영혼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맥크라켄이 제공한 지혜 피라미드를 봐야 하고, 또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하나님께서 갈수록 넘쳐날 정보 홍수 속에서 지혜롭게 살아남게 하시길 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