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 폐기 촉구 집회
▲길원평 교수가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토록 차분했던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목소리는 떨렸다. ⓒ송경호 기자
그토록 차분했던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고 목소리는 떨렸다.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삭발식에 임하는 진평연 실행위원장 길원평 교수(한동대, 전 부산대 물리학 석좌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결연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전국 네트워크’(이하 교정넷)가 20일 오후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해당 시안의 전면 폐기를 촉구하며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교정넷은 동반연, 진평연 등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600여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지난 14일 출범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의 사회로 길원평 교수 외에도 황수현 미국변호사,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김영길 대표(바른군인권연구소), 이상현 교수(숭실대), 박은희 대표(전국학부모단체연합), 오희수 운영위원장(자유민주교육국민연합) 등이 연사로 나섰다. 집회 후 교정넷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성명을 전달했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다 죽기 바라는 마음”
학부모도 삭발 동참… “내 아이 내가 지킬 것”
대통령실 안보관 통해 윤 대통령에 성명 전달

이날 길원평 교수와 나사라 학부모(전 초등학교 교사)가 삭발식을 거행했다. 간암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고 신장암으로 콩팥 하나를 제거한 뒤 지금도 투병 중인 길 교수는, 이날 다음 세대를 위한 절박한 심정을 쏟아냈다.

그는 “교육은 중요한 문제다. 자녀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바라보기만 하는 부모는 없다. 자녀를 살리기 위해 자기 생명을 바친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손자 손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한이 될 것이다. 삭발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육 안에 들어온 것들이 아이들을 망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건전한 양식을 가진 학부모들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세뇌당하고 무너지는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의 뜨거운 마음을 교육부와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17년도 문재인 대통령 시절 개헌을 하겠다고 할 때, 그 안에 동성결혼을 넣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헌법을 바꾸겠다고 할 때 막아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여전히 공무원들은 언론이 두렵다며 나약한 소리를 한다. 왜 대다수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론을 두려워하는가”라고 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폐기 촉구 집회
▲삭발식에 동참한 나사라 학부모. ⓒ송경호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 폐기 촉구 집회
▲길원평 교수의 호소에 눈물 흘리는 학부모들. ⓒ송경호 기자
그는 “교육부가 정신차려야 하고 법무부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 주길 바란다. 분명한 철학으로 바른 길로 이끌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통령으로 뽑았다. 용기 있게 결단해 세상을 바른 길로 이끌어가는 용감한 장수가 되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올바로 인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다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사라 학부모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세 아들과 세 딸을 키우는 육남매 엄마로서, 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대한민국이 무너져가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다면 목숨을 내걸고 내 나라와 아이들을 엄마인 내가 먼저 지켜낼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연구진에 의해 만들어져
양성평등에 위배되는 ‘성평등’ 용어, 모든 과목 도배
미성년의 자유로운 성행위와 성별 바꿀 권리 가르쳐

‘2022 개정 교육과정’ 폐기 촉구 집회
▲각 시민단체 주요 대표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 폐기 촉구 집회
▲교정넷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 성명을 전달했다. 성명을 전달하는 길원평 교수(가운데)와 조영길 변호사(오른쪽). ⓒ송경호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 폐기 촉구 집회
▲‘2022 개정 교육과정’ 전면 폐기를 외치는 참석자들. ⓒ송경호 기자
진평연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연구진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시안)은 우리 자녀들을 세뇌시키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며 “헌법의 양성평등에 위배되는 성평등 용어가 거의 모든 과목에 도배가 되어 있다”고 했다.

진평연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파괴하는 소위 혐오표현 금지도 들어가 있다”며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 남녀 이외의 제3의 성 등에 대한 보건적 유해성과 윤리적 문제는 전혀 가르치지는 않고, 소위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에 포함시켜 무조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편향적 관점만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탈동성애자와 탈성전환자는 사회적 소수자에서 배제시킨 이중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뿐만 아니라 동성결혼과 성전환 가족을 포함하는 소위 ‘다양한 가족’ 개념을 넣어서 비혼 동거 및 동성결합을 가족으로 인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혼전 순결의 중요성과 조기 성행위의 폐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면서, 10여 가지의 피임 방법과 성적자기결정권만을 교육함으로써 미성년자가 자유롭게 성행위를 할 권리와 성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식의 내용을 던져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처럼 ‘2022 개정 교육과정’(시안)에는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와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가족제도를 해체하는 젠더 이데올로기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과거 중공에서 10대 어린 아동과 청소년들을 문화대혁명의 홍위병으로 이용했던 것과 같이 우리 자녀들을 성혁명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