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올바른 신학과 전략 기초 교회 개척 찾기 어려워
올바른 신학 바탕 된 전략적·반복적 분립 개척 필요해
중대형 교회들 부모 삼은 개척 모델, 한국교회에 적합
지역 필요 파악하고, 주민들과 더불어 교회 세움 모델

STU 컨퍼런스
▲최동규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STU
선교 14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 ‘개척의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 교회 개척의 모델을 제시하는 발표가 진행됐다.

최동규 교수(서울신대)는 ‘2022 건강한 교회를 위한 분립/선교적 개척’을 주제로 17일 열린 서울신대(총장 황덕형 박사) 교회성장대학원 주최 STU(Set-Top Unit for Church) 컨퍼런스에서 이를 공개했다.

최 교수는 ‘한국교회 개척의 과거, 현재, 미래’ 발제에서 제목 그대로 한국교회 개척 역사와 현 상황을 짚고, 최근 ‘선교적 교회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새로운 개척 사역들을 소개하면서 교회 개척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유기체적 특성을 지닌 에클레시아(ekklesia), 곧 교회는 탄생과 성장과 재생산 과정을 거친다. 개척된 교회의 성장 추구는 당연하고, 이는 하나님의 선교를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이라며 “그럼에도 한국 교계에서 ‘교회 개척’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여러 교단이 대규모 개척 프로젝트들을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나, 그 관심이 표피적 차원에 머물러 근본적 접근 곧 이론 연구, 효과적 전략과 방법에 관한 연구는 뒷전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최동규 교수에 따르면 한국교회 개척은 원산 대부흥이 일어난 1903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직접 전도와 전략적 파송, 신학생들에 의한 개척, 의료활동 등 통전적 사역을 통한 교회 설립 등이 있었다면, 1903년 이후 부흥사들에 의한 개척 확산, 부흥에 따른 자연스러운 분립개척, 대규모 전도를 통한 개척 등이 생겨났다.

최 교수는 “초기 한국교회는 많은 점에서 ‘선교적 교회’의 특성을 보였고, 개척 사역에서도 그 본질적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해방 후 한국교회에서는 개척된 교회 수에 비해 오늘날과 미래 사역에 도움이 될 만한 새 유형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설립 목사나 독립적 개척자에 의해 개척됐고, 교단 차원에서의 개척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후 시대를 3단계로 나누고, 각자 키워드를 제시했다. 1945-1960년까지는 ‘회복과 재건’으로, 일제시대 파괴됐던 교회들의 재건에 힘을 쏟느라 전략적 개척 사역에는 관심을 두지 못한 시기이다. 침례교의 경우 6.25로 온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미국 남침례회가 전폭 지원하면서 교회 개척을 자원하는 많은 사역자들이 몰려들고, 개척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도 했다.

1961-1990년은 ‘성장과 일탈’이다. 대부분의 교단들이 이 시기 본격적 교회 개척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계획을 끌고 가지 못한 채 다른 계획으로 바꾸는 교단들도 있었다. 반면 개척 전략이나 프로그램이 없었던 기하성과 기침 교단은 월등하게 성장했다. 또 사람들이 시설과 환경이 열악한 개척교회들을 외면하자, 많은 개척자들이 개척의 핵심 요소를 영적인 면보다 시설과 환경에 두기 시작했다.

1991-2000년은 ‘정체와 갱신’이다. 교단들은 이전에 개척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보완하면서 변화를 꾀했지만, 현장의 실제 개척자들과 후원 교회들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단일 교회임에도 개척자 선발에서 후원까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와 프로그램으로 모범을 보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99-2002년 3년 동안에만 212개 교회를 개척했다.

이 시기 예장 통합 총회는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1만 교회 4백만 신도운동’이라는 포괄적 선교정책을 기획했다. 예장 합동 총회는 앞선 1974년부터 선교 100주년인 1984년까지 ‘1만 교회 운동’을 추진했고, 감리회도 같은 기간 ‘5천 교회 100만 신도 운동’을 전개했고, 1989년 10월에는 향후 10년 간 ‘7천 교회 200만 신도 운동’을 이어갔다.

STU 컨퍼런스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STU
이후 최동규 교수는 “21세기 들어서도 한국교회의 침체는 계속돼, 개척 사역도 위축됐다. 개척했으나 미자립한 교회들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교회 개척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2000년 이후에도 교단보다 개교회나 개인이 개척한 경우가 더 많았다. 가장 많은 형태는 부모 교회나 선교팀 지원 없이 홀로 개척하는 독립적 교회 개척자(the independent church planter) 모델이고, 개교회는 부교역자의 개척을 재정적 지원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라고 정리했다.

최동규 교수는 “전반적으로 지난 한국교회 역사에서 올바른 신학과 전략에 기초한 교회 개척 사역이 펼쳐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한국 여러 교단의 교회 개척 프로그램들은 구조와 방법 차원에서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개척과 목회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기도와 전도만 강조하는 전통적 개척 방법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따라서 교단의 개척 프로그램들은 좀 더 정교한 선발과 훈련 과정, 지역교회들이 돕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또 신학교 개척자 훈련과 개척 이후 멘토링 프로그램 등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늘날과 같이 복음의 저항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모달리티 모델, 곧 부모 교회를 기반으로 한 개척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미 충분한 인적·물적 능력을 지닌 중대형 교회들이 많은 한국교회에 매우 적합한 개척 모델”이라며 “분립 개척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일회성으로 일어났을 뿐이다. 평신도들이 개척자와 일정 지역으로 이사를 감행하는 식민지(colonization) 모델까지는 아니라도, 올바른 신학을 바탕으로 전략적·반복적 분립 개척이 운동처럼 일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새로운 움직임도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교회들이 풀뿌리 운동처럼 일어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도시와 농촌의 혁신적 교회들을 조사 연구했는데, 대부분은 최근에 개척된 교회들이었다”며 이를 ‘한국형 선교적 교회’로 명명하고, 그 유형을 ①선교적 마을공동체 ②선교적 공공교회 ③선교적 제자도-문화 ④선교적 대안공동체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최동규 교수는 “이 교회들은 전통 교회들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방식의 전도, 목회, 선교를 추구하는 교회들이다. 이들은 전통 교회들이 형식에 얽매이고, 내면적 신앙과 교인 수 늘리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억압적 소통 구조를 갖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진정한 하나님의 선교를 구현하기 위해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3의 공간에서 그들과 접촉하거나 그들의 삶 속으로 성육신해 들어가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신(新新)한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복음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그 결과, 그들은 농촌이든 도시든 그 지역의 필요를 파악하고, 주민들과 더불어 살면서 교회를 세워나간다. 그들은 지역 내에서 아동센터, 요양보호센터, 도서관, 카페, 상담센터 등 제3의 공간을 활용하고, 건물 없는 교회, 섬기는 교회, 마을과 함께하는 교회, 생태 운동에 참여하는 교회, 공적 가치를 중시하는 교회,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교회 등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인상적이고, 추이가 주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교적 교회 운동은 최근 주목받는 선교적 교회론에서 영향을 받았고, 현재 서구와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선교적 교회론의 영향을 받아 이머징 교회, 가정 교회,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 새로운 수도원 등 다양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교회 개척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이를 ‘선교적 교회 개척 운동(the mussional church planting movement)’으로 부르고자 한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교회가 개척되는 과정과 형식이 소달리티 모델이든 모달리티 모델이든, 아니면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풀뿌리 운동이든 교단 중심 사역이든, 중요한 것은 선교적 교회의 본질을 지향하고 있느냐에 있다”며 “선교적 교회를 지향한다면 개인의 욕심보다 하나님 마음을 헤아리고, 복음의 열정과 함께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성육신적 사역을 중시할 것이다. 또 하나님 나라가 지속해서 확장하도록 효율적 전략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 한국교회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인사를 전한 황덕형 서울신대 총장은 이번 컨퍼런스에 대해 “교회 개척은 필요하고 가능할 뿐 아니라 내적 필연적 작업이라는 가장 기본적 인식을 확장시키고자 한다”며 “교회는 반드시 개척돼야 하고,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 하나님의 지상명령인 궁극적 자리는 바로 교회 개척”이라고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