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명 밀양교회, 분립개척 당시 100여 명 교인 파송
30여 명 변두리교회, 매달 1회 더 어려운 교회 찾아 예배
건물 구입·임대 없이 제3의 공간 활용해 공적 사역 가능

서울신대 STU 컨퍼런스
▲컨퍼런스 모습. ⓒSTU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박사)에서 10월 17일 백주년기념관에서 STU 콘퍼런스를 열고, 한국 사회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교회개척 모델을 제시했다.

‘건강한 교회를 위한 분립개척/선교적 개척’을 주제로 서울신대 교회성장대학원(원장 최동규 교수)가 주최한 콘퍼런스에는 80여 명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참석했다. 콘퍼런스에서는 학자들이 이론을 제시하고, 현장 목회자들이 개척 사례를 발표하며 선교적 교회개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제 모델을 제시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신도시와 지방도시에서 이뤄진 분립개척 사례가 주목을 받았다. 이평강 목사(안산동산교회 큰숲분립개척위원회)는 안산동산교회에서 진행중인 분립개척 사례를 발표했다.

이평강 목사에 따르면 안산동산교회는 ‘큰숲분립개척’을 중심으로 개척을 준비할 목회자와 멤버들을 훈련하고 지역을 선정 후 파송한다.

이 목사는 “1999년 분립을 시도했지만, 파송받는 성도들과 충분한 소통없이 담임목사와 당회 중심의 개척은 결국 실패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시행착오 이후 개척을 준비 중인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도 훈련시켜 충분한 준비모임을 갖게 한 후, 안정적인 분립개척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래 목사(부여중앙교회)는 과거 밀양교회 담임으로 사역할 당시 이뤄졌던 분립개척을 소개했다. 당시 교인 400여 명에 불과했던 밀양교회가 100여 명의 교인들을 파송하면서 주목을 받았있다.

고 목사는 이런 분립개척이 가능했던 이유로 ‘전 교인 참여’를 들었다. 파송받을 몇 명의 성도들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1년·2년·3년 등 기간별로 분립개척교회에 파송하는 ‘파송선교사’들을 모집하고, 남은 교인들도 기도로 후원하도록 해 모든 교인들이 파송에 동참할 수 있게 한 것.

고성래 목사는 “분립개척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어느 정도의 아픔과 피해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파송받는 사람들을 축복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과 남은 교인들을 추슬러 다시 교회를 튼튼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민호 목사(커피와교회)는 복음전파를 위한 불신자와의 접촉점을 강조했다. 안 목사는 ‘커피와교회’라는 전문점을 통해 불신자를 만나고 있는데, 이것이 세상과 교회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안 목사는 “전도 대상자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 카페 교회를 방문하는데, 여기서 교회와 불신자와의 접촉이 이뤄지고 전도활동이 이뤄진다”며 “이렇게 네트워크가 구성되고 교회가 시작되면 오히려 끈끈해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혁 목사(변두리교회)는 ‘움직이는 교회론’을 제시했다. 변두리교회는 교인 30여 명이 매달 한 주씩 더 작고 어려운 이웃 교회를 찾아가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변두리교회는 개척 초기 청춘야채가게, 나자르 카페, 기독대안학교 허브스쿨 등을 통해 지역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김 목사는 “작은 교회는 성장하기 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깨야 한다”며 “팬데믹 이후 시대에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사역이 더욱 필요하고, 그걸 찾아 함께 사역으로 연결하는 것은 목회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18일 강의에서는 최영기 목사(국제가정교회)가 ‘가정교회로 시작하는 교회 개척’을, 김영한 목사(품는교회)가 ‘도시 교회 개척의 5가지 원리’를, 김병완 목사(우리가꿈꾸는교회)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쉐어처치’를 각각 강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교수진들은 한국형 선교적 교회 모델을 제시했다. 최동규 교수(서울신대)는 ‘한국형 선교적 교회 유형’으로 ‘선교적 마을공동체’, ‘선교적 공공교회’, ‘선교적 제자도-문화’, ‘선교적 대안공동체’를 제시했다.

최동규 교수는 “이들 교회 유형은 전통적 교회의 모습에서 한계를 느끼고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개척 모델”이라며 “도시와 지방을 초월해 지역의 필요를 먼저 파악하고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역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교회 건물을 구입하거나 임대하지 않고 아동센터와 도서관, 카페 등 제3의 공간을 활용하며 공적 가치를 중심으로 사역하는 교회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마이클 모이나 박사(영국 옥스퍼드대학)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교회 개척’을 주제로 지난 20년 간 연구했던 성장하는 영국 교회들의 특징을 제시했다.

모이나 박사는 성장하는 교회의 특징으로 ‘리더십 팀 훈련’, ‘실천 중심 훈련’, ‘팀 중심 사역’ 등을 제안했다. 그는 “리더 한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 리더십을 세울 때 리더가 흔들릴 위험을 줄여준다”며 “하나의 비전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갖는 안정감과 성취할 수 있는 동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사역을 시작하기 전, ‘완벽한 훈련’은 가능하지 않다”며 “훈련을 통해 실수는 줄일 수 있지만, 결국 현장에서의 사역으로 팀이 완성되고 사역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