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슬하 방황한 경험, 청소년들 이해 폭 넓혀
고난 넘어서면서 주신 갈증과 은혜, 오늘 있게 해
하나님 말씀, 인생 내면과 가치관, 관점과 삶 바꿔

고난을 넘다 이기용
▲이기용 목사는 책에서 “고통은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불청객인 동시에 과외 선생님”이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통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과 교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고난을 넘다

이기용 | 두란노 | 236쪽 | 15,000원

“신앙은 고난을 만나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이길 힘을 하나님께 공급받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고난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믿음으로써 마음에 대비를 해야 한다.”

크리스천이든 넌크리스천이든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22년 가을, 이기용 목사(신길교회)가 그들이 고난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돕기 위해, 고난에 관한 성경적 원리에 자신의 체험을 녹여낸 책 <고난을 넘다>를 출간했다.

이기용 목사는 의사였던 아버지를 세 살 때 여읜 후 조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소년 시절 기나긴 외로움과 어려움으로 방황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체험적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고, 하나님의 기적적인 도우심으로 수많은 ‘고난’의 경험을 넘어섰다.

깊은 터널을 통과한 그에게서 나오는 메시지에 깊은 고난 속에 허덕이던 이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극심한 환난 가운데서도 신길교회 성도들은 말씀을 통해 은혜를 체험하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 이 책도 신길교회 장로들이 “우리만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없다”며 적극 재촉한 덕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한다.

책에서 이기용 목사는 ‘순종했으나 풍랑을 만났다면’, ‘내 잘못이 아닌데 왜 고난당하나’,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을 때’ 등 ‘고난’이 닥쳐오면 누구나 빠지기 쉬운 ‘생각의 함정’에 대해 야곱과 요셉, 모세와 욥 등 성경 속 ‘고난당한 인물들’을 통해 응답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 진정한 회복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기용 목사는 “하나님에 관한 메시지와 함께, 제 삶의 현장을 통과한 하나님의 메시지가 책에도 설교에도 녹아있다”며 “제 설교가 어떤지 스스로 평가해 본 적은 없지만, 제 삶으로 통과된 메시지라는 확신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용 목사는 “세 살 때 의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남들보다 어린 시절이 좀 특별했다.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로 인도받고 믿음을 가졌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제가 만난 하나님을 확신 있게 전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고난을 대하는 관점이 그 사람을 어떻게 일으키고 변모시킬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제목을 놓고 많이 고민했는데, 앞으로도 크고 작은 고난이 있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하나님 은혜로 고난을 넘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하나님께로 넘어가는 지점에서의 고백을 담았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저를 일으켜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의미가 독자들께 잘 전달되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그는 “‘저를 만나면 행복하다’는 추천사가 오히려 제게 은혜가 됐다.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라는 표현에도 동의한다. 저자 소개에도 ‘에너자이저’라는 표현이 있더라”며 “고난을 통과하고 넘어서면서 주신 하나님에 대한 갈증과 주신 은혜, 그것이 오늘의 저를 있게 했다. 굳이 제 장점을 꼽자면, ‘행복 바이러스 전파자’이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긍정적이면서 역동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변모시켜준 스피릿과 관점을 책에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고난을 넘다 이기용

25세 신대원 시절, 잊을 수 없는 ‘그날’에 대해 풀어놓기도 했다. 돈이 없어 6일을 굶다 청소년 찬양집회 인도차 가야 했는데, 차비가 없었다. 양복 호주머니에서 5백 원 동전이 나왔다. 당시 돈으로 딱 왕복 차비였다고 한다. 달리는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다고 한다.

6일 동안의 금식 아닌 ‘굶식’ 때 침묵하셨던 하나님이, 그 버스에서 “기용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직 치기 어린 신학생 시절이었기에, “사랑하면 굶기시나요?”라고 대들었다. 그런데, 그때 성령님께서 주신 감동이 있었다.

“네가 살아오면서 만난 예수님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렴.”

6일간 굶는 통에 메시지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는데, 간증을 시키셨다. 이에 용기를 얻어 집회에서 간증을 했더니, 아이들이 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지쳐서 강단에 엎드렸는데, 울음소리와 기도소리가 뒤섞여 계속 들렸다. 그때 하나님께서 또 한 번 말씀하셨다.

“기용아, 네가 평범하게 모든 걸 갖춘 환경에서 자랐다면 저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었겠니?”

이기용 목사는 이 말씀에, 이전의 모든 인생이 완전히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하나님 말씀은 천지만물만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생의 내면과 가치관, 관점과 삶을 바꾼다는 고백이 터져나왔다.

“하나님, 아버지 어머니 없이 자랐던 것이 제 인생에 최선이었군요!”

그날 이후 청소년들이 그의 설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련회를 개최하면, 수천 명씩 찾아왔다. 삶 속 고난 가운데 무수히 만났던 주님에 대한 간증이 확신으로 밑바닥에 깔려 있기에, 그의 메시지에는 힘이 있었다.

“제게 주님은 언제나 최선이셨고, 주님은 언제나 사랑이셨습니다. 제 존재의 출발이자 목적이 되어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고난을 넘다 이기용
▲이기용 목사는 책 제목에 대해 “아내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먼저 ‘고난을 이기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의 인생을 하늘과 땅처럼 바꿔놓을 수 있다. 신앙이 있든 없든, 어떤 상황이나 주어진 처지를 해석하는 관점이 중요하다”며 “신앙을 떠나, 인간이란 존재는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격적이시지만, 지금 당장 신앙이 없더라도 보편적으로 이 땅에 존재하는 모두를 각자 사랑하신다”고 밝혔다.

이기용 목사는 “고난이라는 환경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결국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빛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고루 비추듯, 창조주의 사랑의 빛은 믿음이 견고한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비춰준다”며 “내가 혼자이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나 존재가 아무도 없다면 그 고난의 무게가 더 크게 여겨지겠지만, 그런 느낌과 상관없이 ‘팩트’는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그분께서 나와 함께하시고,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믿든 믿지 않든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고난이라는 환경이 훨씬 크고 깊고 넓고 그 무게가 무거웠을 것”이라며 “헨리 나우웬의 책처럼 ‘상처입은 치유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고난을 겪은 사람이 치유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치유자가 되실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인생이 겪을 수밖에 없는 모든 종류의 고난을 체휼(體恤)하셨기 때문이다. 우리를 이해하고 치유하실 수 있다. 우리가 겪는 고난은, 누군가를 일으키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소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일찍 혼자 되신 분들은 말수가 적다. 그런데 그런 분들만 모아놓았더니, 얼마나 말씀들을 잘 하시는지 모르겠더라. 일찍 혼자가 됐다면, 그런 분들을 잘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며 “동병상련을 겪고 통과해 가면서 빛을 발견한 분들은 비슷한 처지의 분들을 도울 수 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돕도록 하기 위해 우리에게 먼저 고난을 겪게 하시는 건 아닐까”라고 질문했다.

‘고난의 이유에 대한 생각’에 대해선 “오히려 신앙인들이 고난당했을 때 ‘저주받았나?’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욥을 비롯해 성경 인물들의 고난을 보면, 고난의 현장 그 한복판에서는 고난의 이유를 찾지 못한다”며 “그러므로 거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좀 지나가면 그 이유들이 긍정적 방향으로 열매가 맺어지기 때문”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요셉도 형들에게 붙잡혀 팔려가고 감옥살이까지 한 것에 대한 원인을 그때는 깊이 몰랐다”며 “저도 이유를 몰랐다가, 어느 시점에서 ‘메신저로 쓰시기 위해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셨구나’ 알게 됐다. 그래서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다른 사람들보다 넓다”고 했다.

신길교회 섬김
▲신길교회 지역상권 살리기 및 어려운 이웃 돕기 전달식 모습. ⓒ크투 DB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 역할에 관해서는 “미주 지역은 한인교회가 30% 정도 줄었다고 하고, 한국교회는 아직 출석이 다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저는 2020년 5월 하나님의 특별한 메시지를 두 가지 받았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숫자를 보지 않는다’고 하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기용 목사는 “소돔과 고모라 성도 의인 10명이 없어 무너졌다. 코로나19로 잘 모이지 않고 모일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목회자는 부모의 마음이기에 피가 말랐지만, 하나님께서 소망의 메시지를 주신 것”이라며 “‘사람들이 적어도 실망하지 마라. 개척한다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날 한없이 울었다. 영혼에 대한 야성을 갖고 불신자들을 찾아가 전도하는 열정을 갖고 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셨다”고 말했다.

둘째는 “‘지역사회에 교회를 세우라’는 것이었다. 지역사회 전체를 교회로 보라는 말씀이었다. 믿는 이들, 우리 교회 가족들뿐 아니라 믿지 않는 분들, 교단을 초월해 작은 교회들까지 품게 하셨다”며 “그래서 교회는 계속 지역사회를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초대형교회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신길교회는 1년 예산의 약 38%를 선교·구제비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예산에 없던 13억 원을 특별 편성해 지역상권 살리기, 한부모 가족 섬김, 수재민들에 라면박스 보내기 등 지역사회 섬김에 적극 나섰다.

이 목사는 “교회들끼리도 위로가 됐고, 지역사회에서 믿지 않던 분들이 교회로 많이 오고 계신다. 그래서 이번 위기가 한국교회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회가 코로나 때 사회적 신뢰도를 다소 잃었지만, 이 위기 상황을 기회로 보고 싶다. 기존 신자들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수십 년간 안 나오던 분들이나 안 믿던 분들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신자들도 여러 가지로 너무 힘든데, 비신자 분들은 얼마나 힘드시겠나”라고 전했다.

또 “교단과 규모를 떠나서 교회들과 연대의식을 갖고 지역사회를 함께 목양한다는 마음으로 큰 교회가 좀더 크게 섬긴다면, 코로나 전보다 불신자들이 교회에 올 수 있는 기회는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우리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다. 죽음 가운데 부활의 능력으로 예수님을 살려내신 것처럼, 교회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불신자 구원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께서 그런 기회를 주시려는 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평소에 라면 한 박스 드리는 건 별다른 감동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 박스를 드리는데, 제 손을 잡고 30초 동안 놓지 않으시더라. ‘오병이어’도 배부를 때는 별 느낌이 없겠지만, 굶주린 이들에게는 엄청난 효과였을 것”이라며 “코로나 동안 사람들 내면이나 가정에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다. 전도가 더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의기소침할 수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믿음 유무를 떠나, 손 한 번 붙잡아 주면 희망의 손길로 여길 수 있다. 하나님 보시기에는 수평이동보다 불신자 구원이 더 좋으실 것”이라며 “팬데믹 상황에 하나님께서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할 때가 됐다’고 하신다. 단순히 ‘긍정적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 경험한 일들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