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나무를 재발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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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둘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속리산 세조길을 찾은 소강석 목사.

▲속리산 세조길을 찾은 소강석 목사.
“나무를 재발견해야 할 때입니다.”

지지난주 토요일 저녁 KBS TV에서 ‘100인의 리딩쇼, 지구를 읽다’라는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큐는 외주 제작사인 허브넷에서 제작한 것인데요. 이번 다큐는 ‘나무’가 주제였습니다. 첫 내레이션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새소리, 송진향, 도토리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나무는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러고는 우리 마음을 건드리고 흔든다. 감각들을 조용히 일깨우고 밀려오는 생각의 물결을 밀어내면서 숲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나무와 가까워진다.”(자크 타상의 나무처럼 생각하기)

또 내레이션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나무와 숲은 사람들에게 고갈되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다시 나무를 발견해야 할 때다”라고 말이죠. 자크 타상은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나무끼리 서로 공감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공생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생각하면 갑바도기아 교부였던 닛사의 그레고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산상 보훈을 보면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볼 것이라고 했는데(마 5:8), 닛사의 그레고리는 이 청결한 마음이란 에덴동산에서 창조되었을 때의 본래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마음을 회복하면 자연과 교감하게 될 뿐 아니라 저절로 아름다운 시가 나오고, 음악이 나오며 천재적 예술성을 발휘하는 영감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걸 생각하며 지난주에 장로회 수련회 때 속리산 세조길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숲을 찾은 줄 알았더니, 나무 하나 하나를 찾는 걸 느꼈습니다. 산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만나러 온 느낌이었지요.

나무들이 제각기 가을을 맞을 뿐 아니라 저를 환영해주고 영접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럴 때 자크 타상이 말한 대로 나무와 숲은 저에게도 고갈되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입니다.

▲나무를 매만지고 있는 소강석 목사.

▲나무를 매만지고 있는 소강석 목사.
세조길뿐 아니라 우리 교회 뒷산인 한성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속리산 나무만은 못하지만, 그 산에서 제가 많은 영감의 원천을 얻었거든요. 코로나가 시작될 때 메디컬처치를 착안해 낸다든지, 여러 가지 하이 콘셉트 목회 아이디어와 지하철과 우리 교회 외벽 현수막 문구들이라든지, 전부 다 그 숲 속 나무 사이를 지나며 생각해낸 것입니다. 그러다 원시림 같은 곳을 가면 나무와 숲에 대한 더 깊은 신비감을 갖게 됩니다. 그럴 때면 제 자신이 소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제가 ‘나무와 소년’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나무는 소년을 기다렸습니다 / 그리움만큼 기다란 줄을 늘어뜨린 채 / 소년이 다시 그네를 타러 올 날을 /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 새싹이 돋아나던 봄이 가고 / 무성한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던 여름도 가고 / 한 잎, 한 잎 / 그리움에 지친 가을의 추억도 가고 / 이제, 그리움마저 퇴색한 하얀 겨울에도 / 나무는 홀로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 강렬한 햇빛도 / 추적추적 내리는 차가운 새벽 비도 / 겨울밤의 세찬 눈보라도 / 아픔만큼 나이테를 더하지만 / 소년이 길을 잃지 않도록 /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소년을 기다립니다 / 나무 그늘 아래 고요히 잠들던 소년의 하얀 얼굴과 / 풀밭을 뛰어다니던 소년의 웃음소리와 / 나뭇가지에 올라타 먼 산을 바라보던 / 소년의 맑은 눈빛을 기억하면서 / 나무는 홀로 소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소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긴 그림자 석양녘에 드리우고 / 자기에게 돌아올 그 때까지.”

수 년 전에 ‘깊은 산속 옹달샘’을 방문하였을 때, 고도원 장로님이 나무 묵상을 가르쳐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나무에 대한 재발견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보다도 먼저 자크 타상이라는 분이 ‘나무를 재발견해야 한다’는 이야길 했다는 걸 알고, 새삼스럽게 나무를 재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는 나무를 보고 나를 보게 된 것입니다. 나무가 마치 나의 거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더 나아가 닛사의 그레고리의 가르침처럼 청결한 마음으로 나무와 대화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10편의 나무 연작시를 쓰기도 했지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현대인은 나무를 재발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나무와 함께 살아가고 나무가 우거진 숲이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라는 걸 다시 깨달아야 합니다. ‘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숲의 생태계를 잘 지키고 그 속에서 생의 고귀함과 풍성한 영감을 받아야 합니다.

▲나무를 매만지고 있는 소강석 목사.

▲나무를 매만지고 있는 소강석 목사.
그래서 저는 아무리 바빠도 매주 토요일은 산행을 합니다. 언제 골프를 시작할지 모르지만, 골프를 한다 하더라도 산행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가 소년을 기다리고 소년이 나무를 기다리듯, 그런 소년의 마음으로 산행을 할 것입니다.

골프는 운동의 재미와 기쁨을 주겠지만 결코 저를 소년으로 만들어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숲과 나무는 저에게 끝없이 새로운 영감을 줄 것입니다. 물론 그 영감의 원천은 성령 안에서 나온 것이지만요. 아무튼 우리는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재발견해야 할 때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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