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하나님을 향해 사는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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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허물과 죄로 죽은 너희를 살리셨도다(에베소서 2:1)”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을 함의한다. 먼저 ‘죄로 지옥 멸망에 처할 운명에서 건져냈다’는 뜻이다. 이는 성경이 말하는 ‘죽음’은 단지 ‘육체의 죽음’이 아닌 궁극적인 죽음인 ‘영원한 죽음’ 곧, ‘둘째 사망(지옥)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하나님을 향해 죽었던 죄인을 살리셨다’는 뜻이다. 죄로 ‘하나님을 향한 의식’도 ‘그에 대한 갈망’도 없었던 죄인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그를 향해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말이다(여기선 후자에 국한지어 논하고자 한다).

‘하나님을 향해 산다(live to God)’는 말씀도 곡해가 많다. 경건주의자들, 신비주의자들은 이것을 ‘자아 멸상(self-death)’과 동일시했다. ‘자아가 살아있는 한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율법주의자들은 ‘율법적 열심’을 ‘하나님을 향해 사는 것’으로 곡해한다. 이는 그것(율법적 열심)을 신앙의 으뜸으로 삼는 그들의 가치관 때문이다. 사도 바울이 유대교도였을 때 율법을 향해 그토록 열심(빌립보서 3:6)이었던 것도 그러한 가치관의 반영이었다.

바울뿐이겠는가? 대부분의 유대교도들이 다 그랬다. 이는 그들 모두가 그리스도가 ‘율법의 마침’이 되심을 알지 못한 때문이었다.

“내가 증거하노니 저희가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지식을 좇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를 복종치 아니하였느니라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로마서 10:2-4).”

또 어떤 이들은 ‘하나님을 향해 산다(live to God)’에 ‘인간의 자의적인 열심의 의미’를 가미시켜 ‘하나님을 위해 산다(live for God)’는 의미로 변질시켰다. ‘인간의 행위’를 중시하는 율법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의 인식으로 보인다(NIV 영역본은 둘을 동일시했다).

그것의 본의는 ‘그리스도의 구속을 입어 구원받은 성도는 자연발생적으로 하나님을 향해 살게 된다’는 뜻이다. 보다 정확히는 그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가 그로 하여금 하나님을 향해 살게 하신다(갈라디아서 2:20).

“내가 율법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향하여 죽었나니 이는 ‘하나님을 향하여 살려 함’이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라디아서 2:19-20).”

◈하나님을 향해 살려면?

‘하나님을 향해 살려면’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곧 ‘율법을 향하여 죽는 것(dead to the law)’이다. “내가 율법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향하여 죽었나니 이는 하나님을 향하여 살려 함이니라(갈라디아서 2:19)”. 환언하면 ‘율법을 향하여 죽지 않는 한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율법을 향해 죽지 않으면 사망이 그를 지배하여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산 자의 하나님이시니라(마태복음 22:32)”. 이 말씀을 이해하려면 ‘율법을 향해 살았다, 죽었다’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이해부터 있어야 한다.

먼저 ‘율법을 향해 살았다’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 일견 ‘율법을 지킬 수 있는 상태에 있다’ 혹은, ‘율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말로 들리나, 사실은 정반대다. ‘율법을 성취하지 못해(율법을 지킬 능력이 없어) 율법의 요구를 받고 있다’ 혹은 ‘율법 아래 있다(갈라디아서 3:10)’는 뜻이며, 이런 자는 하나님을 향하여 살 수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율법을 향해 살아있는(live to the law) 사람’은 먼저 율법의 요구부터 성취해야 하기에 하나님을 향해 살 여력(redundant force, 餘力)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빚을 청산하는 일이 급선무인 빚쟁이에게 저축을 하거나 다른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는 것과 같다.

하나님이 ‘바로에게 종살이 하는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이끌어 낸 후 당신을 섬기도록 하신 것은(출 3:12), ‘율법의 종된 자는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한다.

반대로 ’율법을 향하여 죽었다(dead to the law)‘는 말은 일견 ‘율법을 행할 능력 없게 됐다’는 말로 들리나, 오히려 정반대 의미다. 내가 율법의 요구를 이룸으로 ‘율법이 더 이상 내게 요구할 것이 없게 됐다’ 혹은 ‘율법과의 거래관계가 끝났다’는 뜻이다. 이렇게 ‘율법과의 거래 관계가 끝난 자’만이 자유롭게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있다.

◈율법의 청산

그럼 ‘율법이 죄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간의 행위적 의(義)’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님을 향해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타락한 인간은 전적 무능(total inability, total depravity)하여 ‘행위적 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무죄했던 아담에게도 그것이 불가능했는데, 죄인에게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이로서 인간이 ‘행위적 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결론지어졌고, 그 결과 그들이 율법으로부터 요구받는 것은 오직 ‘죄삯 사망(로마서 6:23)’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죄삯 사망’ 역시 죄인에게서 나올 수 없다. 죄인의 죽음은 부정하여(민수기 19:11) 하나님이 받으실 만한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의 독생자를 보내 점 없고 흠 없는 피를 흘려 죽게 하심으로 택자의 ‘죄삯’을 지불하셨다[죄를 구속하셨다](베드로전서 1:19).

이 완전하고 의로운 그리스도의 죽음을 취하는 매커니즘(mechanism)이 ‘믿음’이다. 성경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요 6:54)’,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갈 2:20)’, ‘그리스도의 피뿌림을 받는다(벧전 1:2)’고 한 것은 ‘믿음으로 그의 죽음을 취한다’는 것을 다양한 상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믿음으로 취해 내게 대한 율법의 요구가 이뤄짐으로, ‘나로 하여금 율법을 향해 죽게’ 하시고, ‘내 안에 사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향해 살 수 있게’ 하셨다.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다.

“내가 율법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향하여 죽었나니 이는 ‘하나님을 향하여 살려 함’이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 2:19-20).”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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