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은 물질적으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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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성경 12]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자연환경 (1)

자연환경, 고대인 문화 형성에 절대적 영향 끼쳐
생존에 도움 주지만 위협도, 적응해야 살 수 있어
‘문명 형성’ 위해선 유목 아닌 정착 생활 필요해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고대 도시 바벨론.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고대 도시 바벨론.

1. 들어가는 말

1) 자연환경이 문화 형성에 끼치는 영향

자연환경은 문화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전, 인간은 그저 자연 앞에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였습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따라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두려움을 느꼈고 경외감도 느꼈던 것입니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명을 연장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고대 인류가 매일 부닥쳐야 했던 가장 심각한 위협이었습니다.

자연 환경은 생존에 도움이 되기도 하였지만, 때로 큰 위협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고대인들은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민족들이 똑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민족은 높은 산 위에서, 어떤 민족은 넓은 초원이나 사막에서, 또 어떤 민족은 해안가에서 살았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자연환경은 다른 생존 방식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곳의 환경에 적합한 삶의 방식을 찾아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인 이라크 북부 야지디인 거주지. ⓒ픽사베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인 이라크 북부 야지디인 거주지. ⓒ픽사베이
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삶의 방식이 점점 틀을 잡아가면서 ‘문화’라는 것이 형성되었고, 이 문화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패턴을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화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들이 살았던 자연 환경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문화는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그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동 생활이 아니라 정착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정착 생활을 하지 않는 유목민들도 나름의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 문화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 패턴으로 인류 역사에서 지금까지 독립된 형태로 남아있는 유목 문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설혹 남아있다 하더라도 어떤 패턴의 삶의 흔적에 불과한 것으로, 결코 큰 의미를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착하기에 좋은 넓은 땅, 풍부한 물, 적당한 온도 등의 자연환경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문명이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메소포타미아, 빗물 흘러내려 일년 내내 강 흘러
이집트, 비 안 내려도 나일강 홍수로 농사 가능해
건조한 중동 넓은 지역에 문명 형성, 흐르는 강 덕

▲전형적인 메소포타미아 도시국가의 모습.
▲전형적인 메소포타미아 도시국가의 모습.

2) 비옥한 초승달 지역

성경의 중심 무대가 되었던 ‘비옥한 초승달 지역(Fertile Crescent)’은 전 세계 다른 지역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땅은 매우 넓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특수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 지역이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되고 두 개의 큰 문명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시사철 물을 공급하여 주는 큰 강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의 물을 이용하여 관개농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강 사이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메소포타미아 넓은 내륙 지역은 비록 비는 오지 않았지만, 아라랏 산맥의 눈녹은 물이나 빗물이 흘러내려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 강을 형성하여, 넓디 넓은 메소포타미아 평원에 충분한 물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강물을 내륙 안쪽 깊숙히 공급하여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엄청난 수로를 파야 헀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수로를 파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동력이 공급되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메소포타미아는 문명의 성장이 애굽에 비하여 약간 지체되었지만, 일단 사막처럼 건조한 넓은 평원에 수로들이 만들어지자 엄청난 가속도로 애굽을 추월하여 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세계를 주름잡았던 앗시리아나 바빌로니아 왕국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대표하는 제국주의 국가들로, 넓은 평원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무기 삼아 식량 부족으로 늘 배고픔에 시달리던 주변 국가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충적토로 인한 천연자원 부족도 이 지역 국가들이 제국주의적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돈을 주고 천연자원을 사면 국가의 부가 외부로 유출되지만, 힘으로 빼앗게 되면 모든 것이 다 무료가 되어 국가의 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애굽인들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당시 벽화. ⓒ픽사베이
▲애굽인들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당시 벽화. ⓒ픽사베이

애굽은 비록 메소포타미아와 마찬가지로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메소포타미아와는 또 다른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 방법을 찾아내었습니다.

애굽 문명에서 가장 특징적 모습은 바로 나일 강의 홍수를 이용하여 매우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홍수는 애굽 백성들에게 풍요를 가져다 주었고, 또 많은 여가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애굽을 ‘농부의 천국’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빅토리아 호수는 나일강 상류에 있는 지류인 백나일 강을 형성하여 일년 내내 일정한 양의 물을 나일 강으로 흘러가게 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사막 가운데 있는 나일 강이 연중 마르지 않는 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굽을 가장 애굽답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매년 7-10월 사이 발생하는 홍수였습니다. 에티오피아 고산 지대에서 봄에 내리는 비는 나일 강 상류에 있는 지류인 청나일을 형성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나일 강에 홍수가 일어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홍수는 매년 에티오피아 지역의 영양이 풍부한 검은 토양을 나일 강으로 실어 보내 나일 계곡 안 농경 지대 위에 쌓이게 함으로써, 특별히 거름을 주지 않아도 곡식들이 잘 자라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집트는 나일 강의 선물’이라는 말도 있지만, 나일 강 홍수로 인하여 애굽은 적은 노동으로 풍요로운 수확을 거두는 지상 낙원과 같은 곳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창세기 13장 10절은 애굽 땅을 ‘하나님의 동산’, 즉 에덴동산과 같은 곳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 안에서 발견된 배.
▲피라미드 안에서 발견된 배.

이처럼 매우 건조한 중동의 넓은 지역에 특히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년 내내 마르지 않고 흐르는 거대한 강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거나 비가 내려도 매우 적은 양이 내렸지만, 연중 마르지 않는 큰 강들이 이 지역을 통과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문명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애굽과 메소포타미아의 이런 독특한 자연환경은 그들의 신화나 종교의 형성에서부터 일상생활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가나안 지역, 열악한 환경으로 거대 문명 불가능
비와 가뭄, 이스라엘 속 가장 큰 자연환경 영향
성경에서 ‘비와 가뭄’ 압도적으로 비중 큰 이야기
오직 비만 이용하여 농사 가능, 두 지역과 차이

3) 이스라엘의 자연환경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메소포타미아나 애굽은 사계절 흐르는 강물을 이용하여 찬란한 문명을 형성하였지만, 그 사이에 끼어 있었던 작은 민족인 이스라엘은 이들 강대국과는 완전히 다른 자연환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즉 가나안 지역은 열악한 자연환경으로 인하여 처음부터 거대 문명이 생길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일강 수위 관측소(Nilometer).
▲나일강 수위 관측소(Nilometer).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던 자연환경은 애굽이나 메소포타미아처럼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큰 강을 갖지 못하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나안에도 요단 강이 있기는 하였습니다. 헐몬 산에서 눈 녹은 물이 내려와 사계절 마르지 않고 흐르는 강이었지만, 지진으로 만들어진 이 강은 지중해 해수면보다 무려 200-400미터 이상 낮은 계곡으로 흐르기 때문에 농업이나 식수 등 생활 용수로 전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우기인 겨울철에 내리는 비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방법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농사를 짓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주 가뭄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모세도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리 마음의 각오를 할 수 있도록 모압 평지에서 가나안 땅의 특성에 대하여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네가 들어가 차지하려 하는 땅은 네가 나온 애굽 땅과 같지 아니하니 거기[애굽]에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였거니와 너희가 건너가서 차지할 [가나안] 땅은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이요(신명기 11:10-11)”.

이 외에도 성경에서 ‘비(혹은 물)’와 ‘가뭄’은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나 자주 나오는 이야기로, 성경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 소재입니다.

▲갈릴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고고학 유적지. ⓒ위키피디아 commons
▲갈릴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고고학 유적지. ⓒ위키피디아 commons

이는 그만큼 비와 가뭄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자연환경의 핵심 요소였음을 보여줍니다. 오직 비만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것은, 분명 애굽이나 메소포타미아와 너무 큰 차이를 보여주는 농경법입니다.

이처럼 농업에 쓸 수 있는 큰 강이 없고 자주 기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적고 불규칙한 강우량을 가진 이스라엘의 자연환경은 이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였고, 따라서 애굽이나 메소포타미아와 같은 찬란한 문명을 만들 기회를 부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은 ‘물질적 풍요’가 아닌 ‘영적 풍요’를 약속받은 땅으로, 오히려 하나님을 섬기기에는 너무나 적합한 땅이었습니다. 가나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비를 주관하시는 하나님만 의지하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애굽이나 메소포타미아는 이런 빈곤하고 황량한 지역을 굳이 탐낼 필요가 없었고, 따라서 저항하는 대신 세금만 제때 바친다면 군대를 일으켜 점령하는 수고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북이스라엘이나 남유다가 망한 이유는 애굽이나 주변 국가들과 동맹을 맺어 강력한 메소포타미아 제국에 저항하였기 때문입니다. 히스기야 왕처럼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생활에 전심을 기울였다면, 이스라엘 왕국은 훨씬 오래 보전되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하여 몇몇 정착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탐내지 않는 자연환경을 가진 가나안 땅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하였고, 이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용하여 아브라함 언약의 구속사를 진행시키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경은 기록되었고, 따라서 성경에는 이스라엘이 처해 있던 자연환경이 매우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비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픽사베이
▲이스라엘은 비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픽사베이

가나안 지역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의 방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고, 따라서 가나안의 자연 환경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 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나안의 자연환경은 성경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도 늘 잊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르친 축복과 저주의 핵심 내용도 바로 ‘비’입니다.

“여호와께서 너를 위하여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를 여시사 네 땅에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시리니(신명기 28:12)”.

“네 머리 위의 하늘은 놋이 되고 네 아래의 땅은 철이 될 것이며 여호와께서 ‘비’ 대신에 티끌과 모래를 네 땅에 내리시리니 그것들이 하늘에서 네 위에 내려 마침내 너를 멸하리라(신명기 28:23-24)”.

따라서 가나안 지역의 자연환경을 잘 알지 못하면 성경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표현에 담긴 하나님의 중요한 메시지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스라엘의 지형과 기후가 어떻게 성경에 반영되어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봄으로써, 이스라엘의 자연환경을 아는 것이 성경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느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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