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석가의 사상, 서로 전혀 다른 차원
정반대 두 종교, 한국에서 많은 영향력 신기
석가 사상 배울 점 5가지, 성경 안에도 있어

기독교학술원
▲정성민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학술원
‘예수와 석가의 대화: 복음주의 종교학의 길’을 주제로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해외학자 초청강좌가 22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믿음홀에서 개최됐다.

개회사에서 김영한 원장은 “오늘날 종교학자들이 종교다원주의 내지 불가지론에 빠진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강의자는 복음주의 신학자로서 정통 기독교 입장에서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를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며 “종교학자들의 일반적 불교 안내 저서보다, 유일한 기독교 진리와 다른 불교 교리에 대한 복음주의적 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한 원장은 “강의자는 석가의 사상을 인도의 유물론 쾌락주의나 자이나교·힌두교의 고행주의 양극단을 피한 중도 사상으로 본다. 자이나교는 영혼의 정화를 위해 고행을 가르친 반면, 석가는 영혼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정화도 불필요하다고 했다”며 “힌두교는 고행을 통해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강조한 데 반해, 석가는 온갖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통해 해탈에 이를 수 없음을 깨닫고 고행의 길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석가가 배격한 것은 ‘극단적 고행주의’였다. 석가는 금욕적 삶을 중시하여 감각기관 억제, 정욕으로부터의 자유, 세상으로부터 초연과 무소유의 삶을 가르쳤다”며 “강의자는 중도의 길을 석가의 핵심사상으로 본다. 이것이 열반에 이르는 길이다. 무신론적 도덕철학자 석가가 말하는 열반이란 내적 평안, 도덕적 거룩의 삶”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석가의 결론에 대해, 복음주의자로서 견해 표명이 있었으면 한다. 석가는 열반에 이르는 길로 중도를 제시했다. 이러한 석가가 발견한 길에 대한 기독교 성경적 응답이 제시되면, 독자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석가의 무아론, 즉 영혼이 없다는 주장은 기독교에서 받아들일 수 없어 갈등이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영혼의 실재를 인정하고, 영혼은 죽음 후에도 존재한다는 기독교 입장을 제시하면서 간략한 비판적 언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베른하르트 벨테는 무신론을 소극적 무신론, 비판적 무신론, 적극적 무신론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소극적 무신론은 신(천사, 귀신 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므로 존재하지 않기에, 신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다. 포이어바흐나 마르크스, 석가가 이에 속한다”며 “비판적 무신론은 현실 속에 만연한 악의 문제(불평등, 고통, 재난 등)를 바라보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석가는 이 유형에도 속한다. 니체의 적극적 무신론은 인간의 권력에의 의지와 요구에 의해 역사가 결정된다고 보고 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본다. 석가는 여기에도 속한다”고 말했다.

이후 정성민 박사(기독교학술원 해외연구원)가 주제강연을 전했다. 그는 “예수와 석가모니의 대화는 가능한가? 기독교와 석가의 사상은 서로 전혀 다른 차원이다. 지금까지 기독교는 유신론, 유아론, 신본주의,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등을 지닌 초월적 세계관으로, 석가는 무신론, 무아론, 인본주의 그리고 사후세계의 부정 등 합리적·과학적 사고체계로 대조적 입장에 있었다”고 운을 뗐다.

기독교학술원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학술원
정성민 박사는 “신기한 것은 정반대 성향의 두 종교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갈등 관계는 적지만, 서로 이질감과 배타적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기독교와 불교의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과연 서로 간에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 예수와 석가와의 대화가 가능할지 알아볼 것”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예수와 석가모니 가르침의 유사성’에 대해 △마음 속 욕망이 고통의 원인이다 △마음 속 평안은 이 땅에서 성취될 수 있다 △도덕적이고 거룩한 삶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상이다 △무욕과 무소유의 삶을 지향했다 △계급이나 차별 없는 이상적 세상을 추구했다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가르치고 몸소 실천했다 등으로 설명했다.

이후 ‘기독교인이 석가모니의 사상으로부터 배울 점’에 대해 ①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기독교는 신비주의 추구) ②초인, 즉 주체적 인간이 될 필요성(기독교는 신본주의) ③도덕적이고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이성적 판단력과 제어 능력(기독교인들은 성령의 능력 의지) ④거룩한 삶을 위한 필사적이고 피나는 노력(예수를 따라가는 고난의 삶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 ⑤새로운 명상법 찾기 등을 열거했다.

특히 ‘새로운 명상법 찾기’에 대해 “힌두교적 명상은 신과 하나 되는 체험(범아일여)을 통해 참된 자아를 찾는 수행법이지만, 석가는 황홀경이나 신비감을 추구하는 명상을 부정한다”며 “석가는 명상을 과학적·합리적 생각을 통해 그 모든 비현실적·비합리적 생각들과 주관적·자기중심적 생각들을 물리치기 위한 도구로 보았다”고 전했다.

그는 “석가는 사과나 배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명상하든, 시체와 같은 슬프고 허무한 대상을 명상해 이 세상을 형성하는 연기와 무아의 법을 깨우치는 것을 명상 목적으로 본다”며 “명상을 통해 호흡과 자세를 가다듬어 정신통일을 이루고, 대상과 자신이 하나 되는 훈련을 한다. 석가는 이러한 명상을 통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한다”고 밝혔다.

정성민 박사는 “기독교에서도 명상은 존재한다. 다윗의 시편이 바로 명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성경적 용어로 묵상(Meditation)은 명상과 같은 어원이고 의미”라며 “만일 자연의 일부를 명상한다면, 그 자연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도 명상이다. 사과나 배를 보면서, 그 과일을 가능케 한 태양의 열, 바람, 땅, 그리고 비를 연상하면서 그 모든 것을 허락해주신 하나님을 묵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혹자는 성경을 묵상하는 것이 더 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임을 인정한다면, 무엇을 묵상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 음성을 듣는다면 더 보배롭다는 것”이라며 “만일 기독교인이 기도하면서 성령을 체험한다면, 신자의 영혼이 하나님의 영을 만나는 신비한 체험이다. 기독교 성령 체험은 힌두교가 말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과 전혀 다르다. 기독교 성령 체험은 자신의 피조성이나 죄성을 깨닫는 것이지만, 힌두교가 말하는 범아일여의 체험은 자신이 신처럼 되는 것”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기독교는 석가의 사상을 통해 배워야 할 점들이 있다. 석가의 과학적·합리적 사고방식, 인간의 자유의지와 그로 인한 책임, 도덕적·금욕적 삶을 위해 육체적 욕구를 제어할 수 있는 이성적 판단력과 통제력,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한 필사적이고 피나는 노력, 석가가 힌두교적 명상을 자신만의 명상법으로 계발한 것처럼 기독교만의 명상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처럼 석가의 사상으로부터 배우려는 이유는, 기독교 신앙을 유익하게 할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지 기독교 신앙을 약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러한 유익들로 기독교 신앙을 보완하고 보충하려는 것”이라며 “물론 석가의 사상으로부터 배울 5가지 포인트들이 성경 안에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독교 안에서 그것들이 부각되지 않았기에, 석가의 사상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평에서 이상직 박사(호서대 전 부총장)는 “정성민 박사님은 본래의 불교와 기독교가 비록 교리적으로 상이한 체계를 갖고 있어 타협할 수 없으나, 자비와 사랑의 정신으로 동역하여 지나치게 탐욕적이고 이기주의적인 현실사회를 치료하고자 하는 사명 의식으로 강연을 준비하신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정 박사님은 복음주의 기독교 학자로서 진솔하게 불교 연구의 모범을 보이셨고, 불교와의 협력과 대화가 기독교의 자기 개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훌륭한 강의를 해주셨다”며 “많이 배울 수 있어 참 감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