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무지개빛 하나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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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사랑은 그 안에 다양한 색깔을 담고 있다. 소위 ‘사랑 장(章)’이라고 하는 고린도전서 13장에 나타난 ‘사랑의 정의’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랑이 담고 있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깔들을 ‘무지개’에 비유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무지개빛 사랑’이라고 했다.

실제로 요한계시록 4장 3절에 나오는 ‘하나님의 보좌에 둘린 무지개(계 4:3)’는 ‘하나님의 언약’과 더불어 ‘하나님 사랑의 다양한 속성’을 상징한다.

◈은혜

‘은혜’는 흔히 ‘가진 자’가 ‘결핍자’에게 자기의 가진 것을 값없이 시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흔히 ‘덕(德)스러움(virtue)’으로도 표현되며, 세상에서도 높이 쳐준다. 예컨대 임금이 백성에게 베푸는 성은(Royal favor, 聖恩), 재판장이 죄수에게 내리는 사면(赦免), 부자가 빈자에게 베푸는 구제(救濟) 같은 것이다.

기독교 역시 ‘은혜’에 높은 지위를 부여한다. 하나님은 흔히 ‘은혜의 하나님’으로 호칭된다. 은혜로우신 하나님은 악인과 불의한 자들에게도 햇빛과 비를 내려주시며(마 5:45), 자격 없는 죄인들에게 값없이 ‘죄사함(엡 1:7)’과 ‘그의 의(義, 롬 3:21-24)’를 시여하신다.

그러나 기독교가 아무리 ‘은혜’를 높이 쳐주어도, 그것은 ‘그 자체의 독자성’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최고위(最高位)의 ‘사랑’에 예속되며, 사랑의 발로(發露)이다. 이‘하나님의 사랑’이 죄인에게 ‘은혜’를 시여한다. 이것을 아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겸손하게 자신에겐 ‘은혜의 지위’를 하나님껜 ‘사랑의 지위’를 부여해 드렸다(고후 13:1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사랑’하시고 영원한 위로와 좋은 소망을 ‘은혜’로 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살후 2:16)”. “곧 너를 ‘사랑’하시고 복을 주사 너로 번성케 하시되 네게 주리라고 네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에서 네 소생에게 ‘은혜’를 베푸시며(신 7:13)”.

하나님이 노아에게 은혜로 홍수 심판에서 건지신 것도(창 6:8), 우리를 값없이 은혜로 구원해 주신 것도(엡 1:6) 모두 그의 사랑 때문이다. 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말미암은 ‘은혜’가 우리로 감읍하여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한다.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엡 1:4-6).”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함

이는 단순히 ‘자기의 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혹은 ‘자기에게 돌아올 유익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다’는 그런 가벼운 개념이 아니다. 이는 ‘사랑의 최상위 요소’로서 ‘은혜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이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은 사랑’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대상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모든 것을 소모하게 한다. 부모로 하여금 사랑하는 자식을 대신해 사지(死地)로 나아가게 하고, 할아버지로 하여금 물에 빠진 손자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무릅쓰게 한다.

그것은 대상을 위한 희생 자체로 만족하며, 그 희생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정확히 말하면 그의 희생 자체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에, 자신을 위한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

택자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 그러하다. 이 사랑의 속성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을 그것답게 만든다. 하나님의 아들은 자신의 목숨을 버려 우리를 살리셨고, 그 자체로 만족하셨다.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의 사랑(갈 2:21)’이,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신 선한 목자의 사랑(요 10:11)’이 그러하다.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신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그의 사랑을 배우길 기대하신다.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 3:16)”.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

◈긍휼

‘긍휼(compassion)’ 역시 ‘사랑의 속성’이며 ‘사랑의 발로’이다. 성경에선 ‘동정심(sympathy)’, ‘불쌍히 여김(pity)’, ‘자비히 여김(mercy)’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됐다. 우리에 대한 하나님 사랑이 ‘풍성하신 긍휼’로 나타났고, 그 긍휼이 우리를 구원했다.

“긍휼에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엡 2:4-5)”.

성경은 하나님의 ‘긍휼의 풍성함’을 말하면서 심지어, 그가 우리 죄까지 ‘긍휼히 여기셨다’고 한다. “내가 저희 불의를 긍휼히 여기고 저희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 8:12)”.

일견 죄를 미워하시는 ‘공의의 하나님’에 반(反)하는 어법으로 들릴 수 있으나, 사실 이것이 그의 ‘긍휼의 핵심’이다. ‘구원’은 ‘죄’를 공의대로 보지 않고 ‘긍휼히 여기신 결과’이다.

만일 하나님이 우리의 죄를 공의대로 판단하셨다면, 아무도 구원 얻을 수 없었다. ‘죄’는 공의대로 하면 저주 대상일 뿐이다. 택자에 대한 하나님의 부성애(父性愛)가 그들의 죄를 긍휼의 대상으로 보이게 했다.

이는 남의 자식의 죄는 엄중하게 보지만, 자기 자식의 죄는 불쌍하게 보는 ‘인지상정(人之常情)에 비견된다. “아비가 자식을 불쌍히 여김같이 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를 불쌍히 여기시나(시 103:13)”.

창세 전부터 시작 된 택자에 대한 하나님의 ‘부성애’는 그들의 타락으로도 중단시킬 수 없었으며, 마침내 그들의 죄벌(罪罰)을 성자 그리스도께 담당시켜 그들을 구원하셨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엡 1:4-5)”.

◈참음

‘참음(bearing, 고전 13:7上)’ 또한 사랑의 중요한 속성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하나님을 반역해 왔음에도 그들에 대한 그의 사랑이 그로 하여금 그들을 오래 참으시게 했다. 이런 그의 오래 참으심이 우리의 구원이 됐다. “또 우리 주의 오래 참으심이 구원이 될 줄로 여기라(벧후 3:15)”.

흔히 ‘하나님은 택자 죄인을 언제까지 참아주실까?’ 라는 질문들을 한다. 답은 ‘그가 구원받을 때까지’이다. 이는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구원받을 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들이 구원받을 때 까지 ‘천년을 하루같이 하루를 천년같이’ 참아주신다(벧후 3:8).

사도 바울이 그렇게 악독하게 그리스도와 교회를 핍박해 왔음에도, 그리스도는 그의 구원 때까지 그를 참아주셨다.

“그러나 내가 긍휼을 입은 까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먼저 일절 오래 참으심을 보이사 후에 주를 믿어 영생 얻는 자들에게 본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딤전 1:16)”. 이는 우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이 ‘참음’은 ‘용서(덮음)’와 연관된다. 고린도전서 13장 7절에서 ‘사랑’의 구성요소 중 ‘참음(bearing, KJV)’을 ‘덮음(protecting, NIV)’으로 번역했다. 이는 ’끝없는 용서를 통해 상대방의 잘못을 참아준다‘는 뜻이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형제에 대해 일흔 번씩 일곱 번씩 용서하라(마 18:22)’고 하신 것은 ‘끝없이 참으라’는 뜻이며, 이는 바로 ‘예수님이 우리를 그렇게 용서하신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런 그의 끝없는 용서를 통해 우리를 끝없이 참아주신다’는 뜻이다.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용서’가 그치는 순간 ‘우리의 구원’도 끝난다. ‘용서’의 속성은 ‘참음’이다. ‘참아준다(bear)’는 ‘용서한다(protect)’는 말에 다름 아니다. ‘타인에 대한 우리의 참음’도 ‘그에 대한 우리의 용서’에 기인한다.

◈견딤

부모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부부는 사랑하는 짝을 위해 모든 힘듦과 수고를 견뎌낸다. 야곱이 사랑하는 라헬을 위해 외삼촌 집에서 7년을 봉사했으나, 그 7년을 수일 같이 여겼다(창 29:20)고 했다. 이는 그의 봉사가 널널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이와 같이 낮에는 더위를 무릅쓰고 밤에는 추위를 당하며 눈붙일 겨를도 없이 지내었나이다(창 31:40)”는 말에서, 그의 수고가 어떠했을 것이 충분히 짐작된다. 그러나 라헬에 대한 그의 사랑이 그 모든 수고를 기쁘게 견디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그 대상을 위해 모든 수고와 희생을 견디게 한다(endures all things, 고전 13:7下).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 역시 그러셨다.

앞의 ‘참음’이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참아주신 것’이라면, 이것은 ‘우리를 위해 고통을 견뎌주신 것’을 뜻한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의 극심한 고통을 견뎌내셨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저는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2:2)”.

그가 십자가 고통을 견뎌내심으로 우리가 죄 사함과 구원을 얻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사 53:5)”.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사랑 역시 그를 위한 ‘견딤’으로 나타난다. 사도 바울은 그가 사랑하는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 “많이 견디는 것과 환난과 궁핍과 곤난과 매 맞음과 갇힘과 요란한 것과 수고로움과 자지 못함과 먹지 못함(고후 6:3-5)”을 견뎠다고 했다.

데살로니가교회 성도들 역시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를 위해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살전 1:3)”고 했다. 오늘 우리에게도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에 대한 사랑이 ‘수고의 인내’를 통해 나타나길 기대한다.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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