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대하여>로 본, 일반인들이 보는 교회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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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학을 만나다 39] 일반 소설에서 만난 기독교

믿음에 대하여
박상영 | 문학동네 | 292쪽 | 14,500원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 중, 제가 가장 주목하는 소설가는 박상영입니다. 박상영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에서 올해 2022년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로 선정되어 화제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어보진 않았습니다. 2019년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작인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을 읽고 문장력에 놀랐습니다. 다음으로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었고, 올해 7월에 내놓은 연작소설집 《믿음에 대하여》를 읽었습니다.

박상영 소설의 특징이라 한다면 탄탄한 문장력과 막힘없는 어휘력을 기본으로 글이 군더더기나 질척거림없이 매끈하고 소재와 감정에 대해 직선주로를 질주하는 듯한 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소위 ‘쿨(cool)한 작가’입니다.

단순하고 시원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중견소설가 김훈이 연상되지만, 그의 시원함과는 다릅니다. 연륜이 묻어있는 김훈의 시원함은 깊이있는 문장으로 한 숟가락만 퍼도 밀도높은 묵과 같은 반면, 젊은 작가답게 박상영의 시원함은 푸딩처럼 말랑거리되 흐물거리지 않으며 시대의 흐름을 명쾌하고 발랄한 문장으로 구사하는 맛이 있습니다.

박상영 소설의 저간에는 퀴어(동성애)가 있습니다. 아직 퀴어 소설에 거부감이 있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그의 소설이 돋보이는 건 부담스럽지 않은 묘사에 있습니다.

몇 년 전 문학시장에서 논란이 되어 거의 퇴출되다시피한 소설가 김봉곤은 소재를 떠나 동성애의 묘사가 너무 적나라하여, 논란이 있기 전부터 다시 읽고 싶지 않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상영은 부담스러움과 가벼움의 중간선을 잘 유지하면서 동성애를 중심이듯 변두리인 척 변두리인 듯 중심인 척 명민하게 차용하여, 조금은 불편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사랑받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이번 최신 소설집 《믿음에 대하여》는 서두에 밝힌대로 서로 연계된 다섯 인물을 네 개의 단편소설로 엮은 연작소설입니다. 이 책 역시 쿨하고 말끔합니다. 이 중에서 저는 표제작이자 마지막에 실린 〈믿음에 대하여〉에 담긴 ‘일반인들이 보는 교회와 교인’에 대해 논하려 합니다.

〈믿음에 대하여〉의 주인공은 임철우입니다. 그는 Y라는 남자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Y가 철우에게 알려준 그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고, 어느 날 사라진 Y는 군대 영장을 받고 고민하다 자살하고 맙니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그는 잘나가던 사진작가 일을 그만두고 이태원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합니다. 임철우는 유한영이라는 남자 동생과 동거합니다. 장사가 잘 되나 싶더니 코로나가 확산되어, 가게를 폐업하고 다시 사진작가 일을 하게 됩니다.

철우의 어머니는 독실한 신자입니다. 어느 날 철우가 어머니와 통화하다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니 내려가서 챙기겠다고 하자, 어머니의 몸이 아프다 하니 철우는 말합니다.

“열은 안 나요? 일단 내과에 가야 할 텐데 요즘은 열나면 진료도 안 해줘요.”

“안 나. 오늘도 새벽 예배 올리고 왔어. 그러니까 괜찮아. 주님이 지켜주신다.”

그 상태로 교회까지? 쇠귀에 대고 경을 읽어도 이것보단 답답하지 않을 것 같았다(200쪽).

일반인들이 보는 교인들은 아파도 병원보단 신을 더 찾고, 신께서 지켜주신다는 신념으로 과학을 믿지 않는 ‘답답하고 고집 센 사람들’입니다.

이런 대목은 곳곳에서 나옵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손님이 없던 어느 날, 이번엔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너는 주님의 자식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때도 주님이 지켜주시지 않았니. 믿음이 있으면 환란에 시달리지 않는다(216쪽).”

교인들이 보기엔 맞는 말인데도, 고리타분하고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속이 막혀 버리는 듯합니다. 장사가 계속되지 않아 은행에 가서 대출 상담을 받았지만, 소득이 일정치 못하고 신용 점수도 바닥이라 전세 자금 대출이 어렵다는 답을 들어 자책하고 있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그들이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어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마가복음 16:17-18)’. 핸드폰을 집어던져버리고 싶었다(224쪽).

아무리 좋은 뜻의 성경구절이라 해도, 일반인들은 이런 신자들을 ‘핸드폰을 집어던져 버리고 싶게 만드는’ 이상한 사람이고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폐업을 결정하고 이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한 집에 어머니가 들이닥칩니다. 왜 오셨냐고 묻자 강남에 정기검진을 받으며 겸사해서 왔다며 이런 말을 합니다.

“누군 오고 싶어서 온 줄 아니? 그저께 꿈을 꿨다. 불구덩이 속에서 니가 울고 있더라. 손을 뻗어도 너무 멀어서 닿지가 않아 구할 수도 없었어. 깨보니 영 찝찝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마침 새집으로 이사도 했다고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그냥 내려갈 수는 없더구나(238쪽).”

오면서 기독교 백화점에 들러 새집에 놔둘 성구와 성화 액자, 탁상용 십자가와 시계도 사 왔습니다. 급히 나가시는 어머니에게 지갑에 있는 돈을 모두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두어 번 거절하다, 내가 준 돈을 십일조에 보탤 것이며, 그러면 하나님이 내 앞길을 더욱 탄탄히 보호해주실 거라고 말한 뒤 택시와 함께 홀연히 사라졌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덫처럼 놓아둔 십자가들을 모두 회수해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옷방에 놓인 커다란 성화에는 백인 남자 얼굴을 한 예수가 그려져 있었다. 잘 정돈된 갈색 톤의 머리카락과 수염, 너무나도 초롱초롱하고 성스러운 눈빛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한영에게 매직펜을 가져오라고 해 예수의 눈에 안대를 그려 넣었다. 왼쪽 눈 밑에 별 모양의 작은 점을 그린 후 매직펜 뚜껑을 닫았다. 이제 예수님도 푹 쉴 수 있을 것이었다(239-240쪽).’

아픈 표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 성구들을 ‘덫’이라 하고, 예수님의 그림에 낙서를 하는 건 믿는 사람들이 읽으면 불경하다 못해 경악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건 교인들의 입장이고 일반인들이 읽으면 박장대소하면서 시원해할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보기에 신자들은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살아가며 ‘유도리’가 없는, 꽉 막힌 다른 세계 사람들인 겁니다. 아마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했다면, 어머니는 기절했을 겁니다.

왜 작가가 불신자이면서 교회 혐오자이고 동성애자인 아들의 어머니를 독실한 신자로 설정했을까요? 그건 시대적 배경인 코로나 확산 주범에 교인들도 있었기 때문일 수 있을 겁니다. 책에서는 주인공 철우를 비롯하여 동성애 커플 2쌍이 모여 찬호의 집에서 하우스워밍 파티를 하는데, 이때 이 주제로 교회를 욕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또 하나는 유연함과 고리타분함의 대비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유연함과 동성애에 대한 옹호를 이끌어내기 위함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책에서 선악의 이중잣대로 분명하게 나뉘지는 않지만, 교인들은 이상한 사람들이고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로 치부합니다. 이 책에서뿐 아니라 기타 일반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교인들을 선하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박하사탕>, <밀양>의 이창동 감독의 소설과 그의 영화들 대부분에는 교인에 대한 비아냥과 냉소가 꼭 들어가 있습니다. 답답한 건 불교나 천주교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슬람을 제외하고 기독교 외 종교에 대해 소설 등의 문화매체에서 다룰 때는 대체로 좋은 이미지로 다룹니다. (최근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슈디의 테러로 인해 이슬람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은 줄어둘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편파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이 심하다는 건 화나는 일입니다. 그건 작가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기독교에 대한 일반인들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보니 화가 나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

이번 책 <믿음에 대하여>를 읽으며 교회와 교인의 철저한 각성으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라고 하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드는 동시에, 세상의 비난에도 지킬 건 지키고 변하지 말아야 할 건 철저하게 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에서 철우 어머니의 신앙관은 외골수적 고집쟁이로 비춰지지만, 그건 분명 옳은 겁니다. 과학 위에 신앙이 있고,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 신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합니다.

주인공 철우는 사람에 대해 실망을 하고 믿음에 대해 배신을 경험하고 의문을 갖습니다. 당연합니다. 사람을 믿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어리석기까지 합니다. 믿음은 하나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배신당하고도 또 다른 사람(책에서는 동성)에게 찾으려 한다면 그의 주제인 ‘믿음에 대하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에 대하여’ 종결을 지으려면, 믿음을 하나님께 향하고 ‘덫’이라 여기며 ‘낙서’한 십자가와 예수님께로 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시선 옮김이 진정한 믿음을 가지게 할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많이 아프지만, 또한 그런 면에서 믿음을 묵상하며 견고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성구 부장(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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