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 세계, 기독교적 세계관 동시 진행 가능
가상공간에서 선교, 하나님 나라 실현 구조 구축
기독교 세계관 무지 MZ 위해, 적극 활용 필요성

한국실천신학회
▲제85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 기념사진. ⓒ한국실천신학회 제공
‘메타버스 환경에서 실천신학적 과제’라는 주제로 제85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민장배 교수) 정기학술대회가 17일 서울 관악구 시냇가푸른나무교회(담임 신용백 목사)에서 개최됐다.

학술대회에서는 신용백 목사의 ‘사역환경 변화와 목회’ 특강 후 주원규 박사(한양대)가 제1발표 ‘멀티버스 세계에서 기독교 정신 구현을 위한 제언: 문화예술 생태계 재편을 중심으로’, 조미나 박사(웨스트민스터대)가 제2발표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한 기독교 정체성 탐구활동 연구’를 주제로 각각 강의했다.

제1발표는 김상백 박사(순복음신학대)를 좌장으로 남기정(감신대)·안덕원(횃불트리니티대) 박사가 논찬을, 제2발표는 박기영 박사(성결대)를 좌장으로 김병석(숭실대)·김수환(총신대) 박사가 논찬을 각각 맡았다.

주원규 박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느 시대나 위협 내지 기회로 제공돼 왔다. 더욱이 기독교인에게도 이 변화를 대하는 위협과 기회의 장에 관한 성찰은 있어왔고, 세속적 담론보다도 더 치열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멀티버스 세계가 본래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관의 흔적이 다분히 세속적 흔적을 넘어서서 기독교적 흔적을 남기고 있음에 주목했다.

주 박사는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혹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높게 사회·경제·정치 활동까지 아우르는 온라인 공간”이라며 “메타버스 개념은 가상 공간에서도 생활의 모든 분야가 현실과 같이 구현되는 플랫폼을 의미하고, 이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단연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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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실천신학회
그는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는 시뮬레이션, 몰입감, 내부 지향, 외부 지향이다. 대표적 메타버스 서비스 유형으로는 증강현실, 라이프 로깅, 거울 세계, 가상 세계 등 4가지 스타일이 있다. 이 네 유형은 독립적으로도 존재하지만, 경계를 넘나들거나 융·복합된다”며 “메타버스의 스펙트럼과 발전속도는 다양하면서도 역동적이나, 공통분모는 바로 ‘재연힝위’에 있다. 현실 세계를 시간 박제 개념으로 역사화하고, 실시간으로 가상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멀티버스(Multiverse)에 대해선 “멀티는 ‘많은’을 의미하는 라틴어 ‘물투스(multus)’에서 온 말이고, ‘버스’는 ‘유티버스(universe)’에서 유래했는데 라틴어 ‘베르수스(versus)’는 ‘변화’를 뜻한다”며 “결국 ‘많은 것들로의 변화’는 창의적이고 동시적 역동성을 의미한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캐릭터들이 시공간을 마음껏 넘나들며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탈주해 도착하는 각 세계를 떠올리면 쉽다”고 말했다.

주원규 박사는 “멀티버스 세계관을 필연적으로 사유할 때 나타나는 동시 진행에서의 직관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세계관이 존재하는데, 바로 기독교 세계관의 동시 진행”이라며 “기독교 세계관과 멀티버스의 가교 역할을 하는 대표 작품이 바로 <나니아 연대기>”라고 주장했다.

주 박사는 “<나니아 연대기>가 추출하는 기독교적 단서는 성경 속 인물과 스토리텔링의 단순 소개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나니아 연대기>라는 스토리텔링에 참여하게 된 독자, 나아가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게임 스토리텔링으로 확장한다면, 이 기독교적 단서는 파편처럼 흩어지는 단서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지속 가능한 기독교 세계관을 파생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지속 가능에 있다. 종래 스토리텔링 재연 내지 설교와 선포로 대표되는 기독교 정신의 대표 행위는 과거 기념비적 사건의 현재 적용과 성찰에 집중돼 있었다”며 “이 기념비적 사건을 과거 고정된 시간을 넘어 동시 진행의 신비로서, 기독교 세계관이 지금도 상호 침투와 상호 보완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독교 세계관’이 출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메타버스와 멀티버스 세계관이 단순히 파편화되고 자본과 오락 유희에 소비되는 일회성 재연이 아닌, 실제 주어진 삶에서 예수 정신의 신비를 동시 진행할 수 있는 거룩한 신성의 근거가 되게 해야 한다”며 “이 맥락에서 기독교 정신은 메타버스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지향할 수밖에 없는 지속 가능한 동시 진행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지원 가능케 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론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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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실천신학회
주 박사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멀티버스 세계관은 두 세계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하나의 초점으로서 ‘예수 사랑’ 슬로건을 선포하는 케리그마, 살아있는 하나님 말씀 현존에 관한 자기 확증과 나눔을 토대로 상호 교류하는 두 세계의 건강한 공존을 지속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계관 출범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세계에서의 선교, 하나님 나라 실현의 유의미하고 지속 가능한 메커니즘 구축에도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원규 박사는 “아직 신학적으로 검토해야 할 수많은 논의가 있고,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비윤리성도 해결해야 할 성찰 과제다. 멀티버스가 무신론적 가치관이어서, 기독교 정신과 접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현 세계를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봐야 한다. 멀티버스 세계관에 익숙해진 MZ 세대가 기독교적 세계관에 무지한 만큼, 오히려 이곳을 복음의 전초기지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상공간 경험, 기독교 이야기도 삶 변화 스토리로
성경 이야기, 기독교 전통과 메타버스 효과적 연결
아바타 재해석 통해, 성경 구체적·생생한 경험으로

이어 조미나 박사는 아바타를 활용한 기독교 정체성의 형성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10대 이용자들은 제페토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외면적으로 꾸미고 만족하기보다 ‘자신이 되고 싶은 나의 모습’으로서 아바타에 몰입하고 행동한다”며 “10대가 자신의 ‘부캐’로 생각하는 아바타에 관한 고찰은 교회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함의”라고 운을 뗐다.

조미나 박사는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의 몰입성 때문이다. 게임 참여자는 게임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서사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것”이라며 “오늘날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은 시뮬라크르 같은 거짓 공간 또는 세계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경험 세계로 인지된다”고 분석했다.

조 박사는 “가상공간을 경험 공간으로 정의한다면, 그 안에서 경험하는 기독교 이야기 역시 실제 이야기로서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아바타를 통해 경험되는 기독교의 스토리텔링은 기독교 이야기 안에서 경험되는 내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정립한다”며 “가상공간 안에서 경험하는 전통적 기독교의 이야기는 현재의 나를 성찰하게 하고, 미래의 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경 이야기는 인간의 자아 정체성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기준과 근거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기독교 전통과 메타버스 가상세계를 잇는 효과적인 매체가 될 수 있다. 메타버스 가상세계와 전통 교회교육이 공존하는 오늘날 가상공간은 현대인의 자아정체성 실현 욕구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공간”이라며 “교회는 아바타라는 가상 자아를 통해 정체성을 실현하려는 현대인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독교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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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나 박사가 메타버스 아바타를 소개하고 있다. ⓒ실천신학회
성경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바타 정체성’의 기독교적 효과로는 ①성경 속 인물과 시대적 동질감을 경험시켜, 이야기 속 주인공의 상황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한다 ②아바타 재해석 과정을 통해 성경 이야기를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내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③아바타를 통해 기독교가 지향하는 자기애를 경험할 수 있다 등을 꼽았다.

조미나 박사는 실제로 ‘물에 빠진 베드로(마 14:22-36)’와 ‘돌아온 탕자(눅 15:11-32)’를 제페토에서 아바타 모델로 구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재 학습자들에게 가장 성취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성경 전달 방법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가상공간 안에서의 성경 이야기”라며 “가상공간에서 구현할 성경 이야기는 주인공이 잘 알려지고 내용 역시 흥미진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가상공간에서도 베드로와 탕자 이야기의 줄거리는 변하지 않겠지만, 아바타 사용자의 상상력에 따라 베드로와 탕자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현실 주체의 독창성과 상상력, 자기만족에서 나타나는 자유로움까지, 아바타의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먼저 베드로 아바타를 위해 중동 전통 의상과 샌들을 구매하고, 어두운 바닷가에서 생각에 잠겨 있거나 파도를 보고 무서워 바닷속으로 빠져가는 베드로를 표현할 수 있다”며 “제페토에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제스처는 존재하지 않지만, ‘하품하는 모습’을 응용할 수도 있다. 여러 아바타 이미지를 연결시켜, ‘과거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건져준 예수님을 회상하는 현재 베드로의 모습’처럼 직접 짧은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탕자 이야기에 대해선 “황금궁전 월드에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중동 복장을 한 채 여유롭게 노는 모습, 모든 것을 잃고 후회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길 원하는 모습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제페토에서 성경 특정 주인공을 나타낼 수 있는 의상과 아이템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나만의 스튜디오 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다. ‘더럽고’, ‘낡은’ 의상은 가상공간에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바타 꾸미기를 보여준 뒤 그는 “다수 참여자의 다양성을 볼 수 없고, 그로 인해 다양한 피드백을 제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이미 활용되는 앱을 이용한 성경 이야기의 노출은 메타버스 부재를 경험한 다수 교회 공동체의 교회교육 방안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미나 박사는 “코로나 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듯 보이는 메타버스 가상공간은 전통 교회 공동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인류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일 뿐”이라며 “어떤 새로운 공간이라도, 그 안에서 실현되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구속 이야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상공간 역시 기독교적 정체성이 아바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