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조례안, 재개발 시 교회는 ‘존치’ 원칙… 이전 시 ‘대토’
조합 측은 건축, 임시장소 마련, 이전 등의 비용 부담해야
전광훈 목사 “한국교회 전체의 나쁜 선례 막으려 한 것”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사랑제일교회 담임 전광훈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사랑제일교회(담임 전광훈 목사)에 재개발 보상금 500억 원을 주기로 결의했다. 조합원 423명 중 221명이 찬성, 127명이 반대했다. 이로써 사랑제일교회와 해당 조합 측의 오랜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여전히 사랑제일교회가 ‘알박기’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오해가 존재한다. 심지어 메이저 언론사들조차 많은 수가 ‘알박기’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이 사안을 보도하고, 기독교계 일각에서도 이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제일교회가 ‘알박기’를 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알박기’의 사전적 의미는 “재개발 예정 지역의 알짜배기 땅을 미리 조금 사 놓고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땅값을 많이 불러 개발을 방해하며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인데, 사랑제일교회의 사례는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사랑제일교회 건물은 무려 약 50년 전 세워진 것이다. 1958년 영락교회 선교부가 현 위치에 장석교회를 세웠고, 70년대에 지금의 본당을 건축했다. 장석교회 연혁에는 1954년 “서울 영락교회 여전도회 협력으로 김평 전도사가 석관리 소재 공청을 빌어 대한예수교장로회 석관리교회로 창립했다”며 이후 58년 현 사랑제일교회 대지를 매입해 이전한 후 교회 명칭을 장석교회로 개칭했다고 나와 있다. 장석교회는 1986년 현 노원구 부지를 매입해 성전을 건축, 1995년에 이전했고, 사랑제일교회는 같은 해인 1995년 장석교회와의 계약을 통해 지금의 건물로 성전을 이전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폐허처럼 노숙자만 있던 거리를 복음으로 변화시키고자 이 교회를 세운 것”이라며 “당시 이 일대에는 산 정상에 이 교회 건물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즉 이 일대에는 먼저 교회가 들어선 뒤 마을이 형성됐는데, 이를 교회가 수십 년 뒤에 있을 재개발을 미리 알고 알박기를 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건물 인도 소송 1심과 2심에서 패소했으나, 서울시 조례안에 따르면 재개발 시 교회는 존치가 원칙이다. 2009년에 제정된 서울시 재개발 조례안은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 방안’에서 “종교시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으로 촉진계획 수립 시에 기존 종교시설에 대한 ‘이전’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재정비 촉진계획 수립 시 △종교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가 되도록 검토할 것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존치’에 준하는 이전 계획을 수립할 것 △이전계획은 종교단체와 협의하되 기존부지와 이전 예정부지는 ‘대토’를 원칙으로 할 것 △현 종교시설 실제 건물 연면적이 상당하는 건축비용을 조합이 부담할 것 △사업기간 동안 종교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장소 마련, 이전 비용 등을 조합이 부담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사랑제일교회 측은 조합 측이 정당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이 교회 건물은 그 자리에 존치하고 이를 뺀 지역에 재개발을 진행하도록 하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사랑제일교회 철거 현장
▲과거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폭력적 강제 집행 시도가 벌어지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사랑제일교회
▲과거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폭력적 강제 철거 시도로 인한 처참한 피해 현장. ⓒ크리스천투데이 DB
또한 ‘부동산 등의 인도 집행절차 등에 있어서 업무처리지침 제정 예규’에 따르면 집행관은 채무자 등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하고, 아동 등 인도집행으로 인하여 인권침해를 받을 가능성이 큰 사람에 대해 그 특성에 따라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대법원 재판예규 제1773호 제3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폭력적 강제 철거 시도가 수 차례 있어 왔고, 이로 인해 많은 교인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유산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전광훈 목사는 앞서 “우리 교회 때문에 조합원들이 피해를 본다면 우리가 양보하겠지만, 우리 교회를 이용해서 엄청난 돈을 벌면서 우리를 헐값에 내쫓으려 하는가”라며 “이것은 우리 교회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이렇게 합의를 보면 이것이 한국교회 전체 재개발의 나쁜 선례가 되기에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