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자 측, “예술가 위한 공간” 약속하곤 파티 장소로 임대
방문자들 ‘인증’으로 일파만파… 기독교계 안팎 우려·조롱
교회 건물 매각 시 ‘이단’ ‘용도’ 단서조항으로 피해 막아야

해당 건물에서 열린 파티 참석자가 SNS에 게재한 ‘인증글’.
▲해당 건물에서 열린 파티 참석자가 SNS에 게재한 ‘인증글’.

서울 성수동에 소재한 한 교회 건물이 클럽으로 팔렸다는 소문이 최근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기독교계 안팎의 우려와 조롱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는 해당 건물 매입자 측의 용도 변경으로 인해 매각한 교회 측이 피해를 입게 된 사건으로 확인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약 40년 동안 지역사회를 조용히 섬겨 왔던 할렐루야선교교회는, 얼마 전 기존의 건물을 매각하고 광진구 구의동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1984년에 건축된 기존 성수동 소재 건물이 너무 노후돼, 매년 큰 보수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교회 측은 건물 매각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먼저 매입 희망자에게 ‘이단 여부’와 ‘건물 용도’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고, 그러자 매입자 측은 법인 서류와 함께 “가난한 젊은 예술 청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사용하되, 미술품 전시와 공연을 제공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는 계획서를 보내 왔다.

이에 교회 측은 해당 서류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매입자 측이 이단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또 해당 건물을 좋은 취지로 사용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매각을 결정했다.

그런데 매입자 측이 해당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당초 약속과 달리 이곳에서 ‘공간 대여’ 사업을 하게 됐고, 최근 이를 대여한 업체 측에서 이 공간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파티를 열고 있는 것.

이후 방문자들이 “교회 예배당이 클럽으로 개조됐다”며 온갖 조롱의 글들을 인증샷과 함께 SNS 등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이 사안이 이슈화됐다.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교회 측을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교회 측은 현재 해당 글들을 게재한 이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있으나,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게시물들로 인해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해당 건물이 잘못된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방법도 검토해 봤으나,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뒤라 아무 방법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교회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각·이전·건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로 인해 구 교회 건물에 많은 추억과 애착을 가진 성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분들로 인해 교회가 비난받게 돼 한국교회와 하나님 앞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 교회법 전문가는 이에 대해 “교회 건물을 매각할 경우 계약서에 ‘이단 여부를 속이거나 건물을 잘못된 용도로 사용할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명시해야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