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바라지 않고, 하나님 말씀 보전 목표 인생 바쳐
마소라 전통 보존, 벤 아셀 가문과 납달리 가문 유명
950-1,100년 만든 마소라 필사본, 정확성 최고 평가

루돌프 폰 엠스 Rudolf von Ems 서기관과 여인 A Scribe and a Woman
▲루돌프 폰 엠스(Rudolf von Ems)의 ‘서기관과 여인(A Scribe and a Woman, 1400), The J. Paul Getty Museum, Los Angeles
(2) 마소라 전통의 역사

탈무드에도 마소라 전통이 가지는 관심이 발견됩니다. 이는 성경 본문 확립이 마소라 특유의 과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유대 공동체에서 언급되어 왔던 과제였음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면 구약 39권 각각에 존재하는 문장과 단어 수, 잘못된 철자법으로 보이는 단어에 대한 언급, 그리고 큰 글자나 작은 글자 같이 본문에 나오는 비정상적 부분들에 대한 언급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소라의 관심이 탈무드에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마소라 전통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마소라 역사의 시작과 끝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들이 어떠한 활동을 하였는지 뚜렷한 기록들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성경 본문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어떤 특정한 학파의 설립으로 시작되었다고 보기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려는 유대교 전체의 노력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탈무드 시대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마소라 전통이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성경 역사에서 자음만 기록하는 전통은 기원후 100년 전후에 확립되었습니다. 그리고 필사본이 비싸고 귀한 관계로 성경을 암송하는 전통도 더불어 확립되었습니다.

마소라 전통을 이전 문서들과 명백하게 구분하여 주는 것은 ‘모음’과 ‘액센트’ 기호를 붙이기 시작하였다는 점입니다. 이때가 A.D. 600-700년경으로, 4세기 제롬 문서나 5-6세기 탈무드는 ‘모음’이나 ‘엑센트’에 대하여 단 한번도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마소라 전통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몇몇 예를 빼고는 대부분 익명으로 남아있지만, 이들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하나님 말씀 보전’이라는 목표에 전 생애를 바친 위대한 서기관들(성경 학자들)이었고 또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소라 전통을 보존해온 가문 중 가장 유명한 가문은 ‘벤 아셀 가문(ben Asher)’입니다. 8세기 후반 아셀에 의하여 시작된 이 가문은 마소라 전통을 대표하는 티베리아 방식을 확립한 가문으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 가문과 필적하던 가문이 비슷한 시기 ‘벤 납달리 가문(ben Naphtali)’입니다. 이 가문은 아셀 가문과 여러가지 면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나 아셀 가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10세기 중엽 마소라 전통이 끝나갈 무렵에는 히브리어 문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소라 전통과 히브리 문법이 서로 상관 관계가 있음은 명확한데, 모두 히브리어 본문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무렵에는 모음과 악센트를 사용하는 히브리어 성경의 티베리아 방식이 거의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은 논란거리들을 제외하면 더 이상 해결할 문제들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A.D. 950-1,100년 사이 만들어진 마소라 필사본은 정확성에 있어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히브리 원어 성경의 근간이 되는 레닌그라드 판본(Leningrad Codex)도 A.D. 1008년(혹은 1009년)에 쓰여진 것입니다. ‘모음’과 ‘엑센트’를 가진 티베리아 방식에 따라 쓰여진 이 필사본은 온전히 보존된 현존 구약성경 중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권위있는 필사본입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마소라 전통의 엄격함이 점점 사라지고, 여러 전통들이 서로 뒤섞이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후 많은 오류들이 히브리 성경 필사본에 다시 담기게 되고 따라서 필사본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소라 전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미흡하나마 소수의 서기관들에 의하여 꾸준히 보존되고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성경 코덱스 초기 두루마리 책
▲초대 기독교인들이 두루마리 대신 책으로 만들어 쓰던 성경.
서기관들 끈질긴 노력 덕분에 내용 왜곡 없이 전달돼
값싼 파피루스 대신 값비싼 동물 가죽에 대량 기록해
눈으로 보면서 큰 소리로 외치면서, 두루마리 형태로

5. 성경 보존에서 서기관의 역할

수천 년 필사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비교적 정확하게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서기관들의 끈질긴 노력 때문입니다. 특히 마소라 전통을 만든 서기관들은 ‘성경은 하나님 말씀’이라는 확신 하에 일점/일획도 잘못 기록되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한 글자씩 적어 나갔던 것입니다.

비록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인간인 이상 성경 필사에서 실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지만, 가능한 한 실수를 줄이기 위하여 이들은 모든 노력을 경주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그들은 많은 규칙들을 만들어 실천하였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록 준비

서기관들은 먼저 글을 쓸 재료 준비부터 만전을 기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종이가 아직 소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성경이 필사되는 재료는 파피루스와 동물 가죽이었습니다. 파피루스는 값이 싼 대신 보존 기한이 길어야 30여 년에 불과하였습니다. 반면 동물 가죽은 값은 비쌌지만 수백 년 이상 거의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동물 가죽이 선호되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가축들이 농장에서 대량 사육되기 때문에 동물 가죽을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고대와 중세시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양이나 소 한 마리는 모두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현존하는 성경 필사본은 대부분 4세기 이후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이유는 A.D. 313년 기독교가 로마 제국 국교가 되면서, 제국의 지원으로 비로소 하나님 말씀이 값비싼 동물 가죽에 대량으로 기록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마 제국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유대 서기관들은 동물 가죽 획득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던 것은 가죽 획득에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병에 걸리거나 흠이 있는 동물 가죽은 하나님 말씀을 기록하는 재료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님 말씀을 기록하는데 비싸다고 동물 가죽 조각을 짜깁기해서 사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양이나 소 한 마리에서 필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죽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오직 온전한 한 장으로 이루어진 가죽에만 기록을 하다 보니, 성경 필사에 사용할 수 있는 가죽의 양은 심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동물 가죽이 완벽히 준비되었다고 하여 하나님 말씀을 필사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필사에 사용할 잉크에도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기록할 잉크는 특수한 비법으로 만들어진 아주 진한 검은 색 잉크만이 허용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검은 색 이외의 컬러가 들어간 잉크는 하나님 말씀 필사에 금지되었습니다.

바빌로니아 탈무드 바벨론
▲율법 해석을 기록한 바빌로니아 탈무드 내지 모습.
필사 끝나면 30일 이내 리뷰, 3번 이상 리뷰해야 인정
여호와 ‘YHWH’ 나올 때마다 펜 닦고 목욕재계 거쳐야
폐기해야 할 필사본도 버리지 않고 창고에 잘 모아둬

2) 기록 방법

이렇게 흠이 없는 동물 가죽과 완벽한 검은 색 잉크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하나님 말씀을 검은 색 잉크로 깨끗한 동물 가죽에 조심조심 적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많은 규칙을 만들어 인간적인 실수를 줄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1) 반드시 눈으로 직접 확인

필사를 할 때 절대 남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써서는 안 되며 반드시 기존 필사본을 눈으로 보고 필사하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고만 기록해서는 안 되고, 한 글자씩 써내려갈 때마다 반드시 큰 소리로 읽으면서 써야 했습니다. 이는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하여 실수를 줄이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는 이제 막 글자 쓰기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를 연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아직 글자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는 글자를 하나씩 써내려갈 때마다 소리를 내며 빈칸을 채워 나갑니다. 그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더욱 집중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 개월 혹은 수 년에 걸쳐 성경을 필사하는 서기관은 아무리 노력해도 집중도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눈, 입, 귀를 적극 활용하여 오자나 탈자가 나오지 않도록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2) 두루마리 형태로

유대 전통에서 하나님 말씀을 기록할 때는 반드시 두루마리 형태(Scroll)로 써야 했으며, 책 형태(Codex)는 거부되었습니다.

성경을 책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 것은 기독교인들로 바이블(Bible)이라는 단어는 바로 헬라어 ‘비블로스(책; βίβλος)’에서 온 것입니다.

값비싼 가죽으로 책을 만드는 것은 성경밖에 없었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비블로스(책)가 성경이 된 것입니다. 어떤 영어 성경은 ‘Holy Bible’이라고 하여 ‘거룩한 책’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두루마리와 책의 장단점은 분명합니다. 두루마리 성경은 전통에 뿌리를 둔 것으로 하나님 말씀이 보존되어 왔던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책은 실용성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책을 사용하면 적은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어디든 원하는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책이 대세이며, 두루마리는 예식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레닌그라드 필사본 서기관
▲가장 오래된 현존 히브리 성경 레닌그라드 필사본. ⓒ위키
(3) ‘하나님’은 목욕재계 후

하나님의 고유명사인 ‘여호와(Yahweh)’를 의미하는 사자성어(Tetragrammaton; ‘YHWH’)를 쓸 때는, 펜을 깨끗이 닦고 목욕재계한 다음 다시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대인들은 여호와라는 이름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YHWH’라 쓰고 ‘아도나이(אֲדֹנָי‎, My Lord)’라고 읽었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 이름이 너무나 거룩하여, 감히 입에 올리는 것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향은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성경에서 ‘신적 수동태(Divine Passive)’가 자주 쓰이는데, 이는 능동태 문장에서는 하나님을 주어로 사용하여야 하지만 수동태가 되면 하나님을 주어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하나님을 영어로 ‘God’이라 쓰지 않고 ‘G-d’이라 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그 취지는 앞의 것들과 똑같습니다.

이처럼 ‘여호와’라는 이름을 쓸 때마다 펜을 다시 씻고 목욕재계를 해야 한다면, 구약 전체를 쓸 때 자그마치 6,828번 반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구약에 여호와라는 이름이 그 숫자만큼 나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창세기 2장 4-9절에는 5번이나 ‘여호와’라는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거의 매 절을 쓸 때 마다 이를 반복해야 합니다.

(4) 실수했을 때

단어를 쓰다가 알파벳을 실수로 빠뜨렸으면 그 글자 바로 상단 위에 올바른 단어를 써야 합니다. 또 실수로 불필요한 알파벳을 추가하였으면, 그 알파벳 위와 아래에 점으로 표시하고 본문 왼쪽 여백에 올바른 단어를 기록하여야 합니다.

이런 실수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한 글자씩 써내려 가는 것은 실로 대단한 집중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5) 30일 내 리뷰

필사가 끝나면 반드시 30일 이내에 리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세 번 이상 리뷰를 거쳐야 하며, 세 번 이상 리뷰하지 않은 필사본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이렇게 리뷰를 하는 동안 세 페이지 이상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그 필사본은 폐기되어야 하였습니다.

(6) 퇴고 및 수정

필사본 안에 들어있는 알파벳, 단어, 그리고 단락 수를 일일이 다 세어야 하며, 이 숫자가 필사한 원본의 것과 맞지 않으면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어 수정하여야 했습니다. 찾아내지 못하면 그 필사본 또한 폐기되어야 합니다. 또 알파벳이 조금이라도 서로 닿아 있으면, 그 필사본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7) 폐기 방법: 장례

이런 저런 이유로 폐기되어야 하는 필사본은 함부로 불에 태우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 되었습니다. 회당 혹은 공동묘지 ‘창고(Genizah; גניזה)’에 잘 모아 두었다가 사람의 장례식과 똑같이 관 속에 담아 땅에 묻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비록 폐기된 것이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하나님 말씀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것들만 예로 든 것으로, 서기관 학교나 시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서기관들이 하나님 말씀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입니다. 서기관들의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잘 보존된 성경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집트 애굽
▲당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알렉산드리아 항구 도서관.
폐기 필사본 카이로 회당 창고, 원본 연구 큰 도움 줘
오래 사용해 낡아진 필사본도 버리지 않고 창고 보관
국가 운영뿐 아니라 종교 분야도 ‘보이지 않는 손’ 역할

3) 잘못된 필사본 처리

이처럼 비록 잘못된 필사본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말씀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처리하지 않으려는 서기관들의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귀감입니다.

폐기된 필사본을 저장하는 현존 창고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카이로 유대 회당 창고(Cairo Genizah)’인데, 히브리어 성경은 물론 탈무드나 랍비 문서 또 세속 문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문서들이 여기서 발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1896년 루이스(Agnes S. Lewis)와 깁슨(Margaret D. Gibson)에 의하여 카이로에 있는 벤 에즈라 회당 창고에서, 또 이후에는 주변에 있는 여러 유대인 공동묘지에서 모두 40만여 개에 해당하는 문서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문서들은 기원후 6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1,300여 년에 걸쳐 모아 놓은 것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것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 문서들은 히브리어는 물론 아랍어나 아람어로 기록된 것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히브리어는 물론 아랍어나 아람어 연구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람어로 쓰여진 문서가 적지 않은데, 이는 히브리어를 ‘하나님의 언어’라 생각하여 신성한 히브리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대신 유사한 아람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서기관 실수로 폐기된 필사본뿐 아니라 오래 사용하여 낡아진 성경 필사본도 많이 발견되었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이 직접 쓰신 것이라 생각하여 글자가 흐려져 책의 수명이 다한 뒤에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여 두었던 것입니다.

히브리어 글자 자체도 신성시하는 유대인들의 태도를 보면, 그 글자가 쓰여진 필사본을 신성시하는 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 폐기된 필사본들을 비교하면 1천 년 넘는 기간 동안 히브리어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모든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철자나 의미 또 발음이나 문법 등이 조금씩 변해 갑니다. 이 방대한 문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 언어학적으로 히브리어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성경 본문에 대한 해석의 변화도 보여줍니다.

이처럼 서기관들은 필사본의 생산뿐 아니라 폐기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하나님 말씀을 다루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수천 년에 걸쳐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온 성경이 다양한 버전과 다양한 문구들로 혼란스럽지 않고 비교적 통일된 모습을 갖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서기관 애굽
▲카이로 유대 회당 창고 모습.
6. 결론

고대 시대에 있어 서기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 국가가 운영되는데 많은 역할들이 필요하지만, 특히 서기관들이 정보의 생산과 보관을 통하여 하였던 역할은 국가 운영의 핵심적인 요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가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고 따라서 어느 문명에서나 이들은 특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다 보니 서기관들에겐 많은 특권이 부여되었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꿈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기관의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분보다는 능력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일반 백성들이 상류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신분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서기관들은 국가 운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종교 분야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였습니다. 종교에 관한 모든 문서도 이들에 의하여 기록되고 보존되었으며,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종교의 내용을 주관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종교에서도 서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많은 제사장들이 서기관 훈련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유일신을 믿었던 이스라엘 서기관들은 하나님 말씀의 보존과 실천에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신·구약 성경이 기록된 지 2,000-3,5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100%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비교적 잘 보존된 원어 성경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들의 숨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벨론 포로 시대 이후 이스라엘에서 중앙집권의 핵심이 되는 왕이 없어진 다음부터, 서기관 제도는 시대 환경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보상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노력한 몇몇 헌신적인 서기관들 덕분에 원문과 큰 차이가 없는 성경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제일 먼저 하나님의 뜻을 깨닫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성경 보존을 위하여 바쳐진 ‘서기관들의 희생’에 대하여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서기관들의 정성과 노력을 알게 되면, 그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된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가치 있는 것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끝>

구약 문화 배경사 류관석
▲류관석 교수는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성경을 이해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오역이 나오고 성경의 내용에 공감하는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