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골품주의 버젓이 살아 있어… 뿌리 깊은 악습
교단 화합과 미래 위한 선관위원들 마음 알고 있어
선관위에서 어떤 결정 내리든 기꺼이 따를 것 다짐
총대들 투표 통한 객관적 선택에 모든 것 맡기겠다

한기승 합동 107회
▲한기승 목사(가운데)가 노회에서 추천을 받은 모습. ⓒ크투 DB
예장 합동 제107회 총회 목사부총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의 위법 논란과 관련해, 1일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소강석 목사, 이하 선관위)의 권면을 받아들인 한기승 목사(광주중앙교회)가 총대들을 향해 자신의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목사는 ‘존경하는 전국의 총대님들에게 중대한 저의 결단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오정호 목사를 상대 후보로 인정하기로 한 이유를 소개했다.

그가 소속된 전남제일노회에서는 오정호 목사의 선거법 위반 행위들을 선관위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오정호 목사가 소속된 대전서노회도 한 목사를 학력 기재 문제로 선관위에 고소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한 목사의 서류에 하자가 없다고 지난 8월 21일 확인해 후보로 확정했다. 오 목사에 대해서는 선관위원들의 찬반 논쟁이 이어졌고, 9월 1일 선관위 전체회의를 통해 결국 후보로 확정했다.

글에서 한기승 목사는 “특정인이 전단지를 만들어 저를 음해하는 내용을 전국에 뿌렸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선거자금으로 쓰려고 교회를 팔았다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총총’과 특정단체는 성골, 지방신학교 출신과 개혁 출신 등은 진골로 취급하는 등 세상에도 없는 골품주의가 교단에 버젓이 살아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악습이고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한기승 목사는 “이런 폐습의 프레임으로 개혁 출신은 총회장이 돼선 안 된다는 정치적 술수, 비방, 유언비어, 무고한 음해 등은 저 개인을 넘어 거룩한 총회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저는 6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처럼 심적 고통과 상처로 밤잠을 설치며 마음이 심히 아팠던 적이 없었다. 총회 선거가 왜 이래야 하는지 기도원에 가서 많은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상처와 갈등과 고민과 아픔이 3-4kg의 체중을 앗아갔다”고 토로했다.

한 목사는 “선관위 심의분과에서 저는 선거법 위반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하여 전체회의 결정으로 후보가 확정됐으나, 오정호 목사님은 명백히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심의분과위원에서 보고했으나 선관위원들 사이 의견이 나뉘었다”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오 목사님 후보 자격에 대해 투표한 결과 7대 7이 나와, 선관위에서는 선거규정과 회의절차 대로 하지 않고 결정을 미뤘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리적인 힘이 작동하는 세상에서도 유전무죄라는 말을 혐오한다. 하물며 그리스도의 몸인 거룩한 총회 안에서도 이런 말이 통용된다면 통곡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교회의 크기와 특정 단체의 힘이 작용해, 불법을 용인하려는 불공정에 하나님의 공의가 설 자리가 없음을 느끼며 매우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 개인만 생각하면 사법에 가처분을 제기할 수도 있고 선거를 거부할 수 있다. 저는 우리 총회가 법과 원칙에 의해 공의로운 총회가 되기를 열망하는 목사님·장로님들의 염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총회의 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고, 교단의 화합과 미래를 생각하여 고심 중인 선관위원장님과 선관위원들이 법보다는 정치적으로 후보를 결정하려는 마음을 알기에, 선관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정한 대로 기꺼이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존경하는 전국의 목사님·장로님 총대들의 투표를 통한 객관적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 그리고 그 선거 결과에 순복하겠다”며 “오직 주님께 영광을 돌리며 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