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진의 북한포커스] 통일부의 ‘담대한 계획’, 대북·통일정책 라인 개혁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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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진 연구교수(서울신학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정교진 연구교수(서울신학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담대한 계획’의 요지: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

지난 7월 22일, 통일부가 ‘담대한 계획’이라는 이름을 건 대북·통일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 방점은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방안이다. 대통령 보고 후에 기자들 앞에 선 권영세 장관의 일성을 들어보자. “북한이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난을 극복해서 핵을 더 이상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도록 담대한 내용을 구상하고 있다.”

“북한이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것에 대북정책 방향을 맞추었다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담대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권 장관의 다음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담대한 계획 안에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 및 요구 사항 등을 포함하여 경제적, 안보적 종합적 차원의 상호 단계적인 조치를 포괄적으로 담는 방안을 보고드렸다.”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 및 요구 사항”을 되도록 수용하는 것이 ‘담대한 계획’이며, 이것을 대북통일 정책의 key라고 한 것이다. 그는 이 ‘담대한 계획’을 중심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 ‘담대한 계획’은 ‘포용 정책’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하나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개발, 핵무장을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고 인정해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이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고, 정치적 공세도 더 강력해질 것이다. 특히,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을 가할 것이다. 권 장관의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는 바로 한미군사훈련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김정은은 7·27 북한의 전승절 연설에서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며 정치적 공세를 펼쳤다.

7·27 전승절 연설에서 ‘주한미군훈련’ 성토한 김정은

김정은은 연설에서 어느 때보다 핵무장이 방어용 차원이라고 힘주어 말했고,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 강력히 규탄했다.

적들의 발악적인 군비 확장 책동과 위험한 군사적 기도들을 더욱 철저히 제압 분쇄해야 할 우리 혁명의 정세는 우리 군사력의 더 빠른 변화를 필요로 제기하며 이 력사적 과업의 책임적인 실현을 위하여 우리 당중앙은 최근에 국가방위력의 발전전략에 관한 임무를 책정하고 정확한 집행에로 령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무력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을 도발로, 위협으로 오도하고 있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들을 뻐젓이 벌려놓고 있는 이중적 행태는 말 그대로 강도적인 것이며, 이는 조미관계를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든 한계점에로, 격돌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남조선은 이 시각도 우리에 비한 저들 군사력의 렬세를 조금이나마 만회해 보려고 무기 개발 및 방위 산업 강화 책동에 더욱 열을 올리고 미국의 핵전략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명목의 전쟁 연습들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위의 발언들은 한미군사훈련을 북한에 대한 “위험한 군사적 기도”, “국가의 안전을 엄정히 위협”, “전쟁 연습”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며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미 국방장관은 7월 29일, 후반기 연합 연습을 통합-확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한미 국방부는 북한의 7차 핵실험 도발에 대비하는 훈련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한미군사훈련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미 국방장관은 북한 정권이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북한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분명히 짚었다. 여기에서 한미군사훈련의 목적과 당위성이 분명해진다.

그런데, 통일부의 ‘담대한 계획’ 방안은 이 당위성을 무너뜨린다. 한미군사훈련을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로 수용해 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통일부는 ‘안보’를 책임지는 소관 부처가 아니다.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판단할 권한도 없다. 한미 당국이 조속히 재개할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한미 외교·국방당국 차관이 ‘2+2’ 형태로 회의하는 것으로, 통일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담대한 계획’은 통일부의 월권임에 틀림없고, 외교 국방 정책에 큰 혼선을 초래할 뿐이다. 윤 정부는 교통정리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역사를 반면교사로: 남북 대화는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빌미

권 장관은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과 맞물려 정치·군사적 대결 관계를 해소한다고도 설명했는데, 여기서 ‘정치·군사적 대결 관계 해소’는 한미군사훈련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다시 한 번 지적하지만, 이는 권 장관의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심각한 오판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한미군사훈련이 언제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야 한다. 한미군사훈련은 주한미군의 존재와 직결된다. 과거 역사를 보면, 남북 대화를 내세우면서 일부 주한미군이 철수한 적이 있었다.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1970년 2월, 미 의회에서 선언된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 1969년 미국 대통령 닉슨이 밝힌 아시아에 대한 외교정책_편집자주)으로 미중관계가 ‘화해’라는 해빙무드를 타면서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주은래에게 중국이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의 입장은 첫째가 남한에서 미군 완전철수였고, 그 다음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였다. 그 외 6가지 요구 사항은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 미 국무장관에게 전달되었다. 이후,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은 모택동과 주은래를 만나면서 미국 측 반응을 들었다. 그리고 김일성과 주은래는 닉슨 독트린에 의한 미군 철수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라는 가시적인 긴장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미국도 남한정부에게 남북 대화를 제의했을 뿐 아니라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통보까지 했다. 당시 주한미군은 7사단과 2사단이 운영되었고, 병력은 6만 1000명 정도였다. 박정희 정부는 한미상호보호조약을 내세우며 반대했지만, 미국은 7사단을 철수(1971. 3. 27.)시키며 약 2만 명의 병력을 감축시켰다. 미국은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으면서 북한의 요구도 수용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다시 재현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결국, 1971년 11월 20일에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이 열렸고, 이후 1972년 1월 10일에는 김일성이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남북 평화 협정 체결, 불가침 조약 체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다. 이후, 남북한은 7월 4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조국 통일 원칙을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7·4 남북공동성명’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통일을 외세에 의존, 간섭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해결한다. 둘째, 통일은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한다. 셋째,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하나의 민족으로서 대단결을 도모한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한에는 유신헌법이, 북한에는 사회주의헌법, 수령제가 확립되었다. 통일이 더욱 멀어졌다.

대북·통일 정책 라인 물갈이부터

이번에 통일부는 1994년 김영삼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발전시킨다고 했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한 것으로, 3단계 통일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1) 화해·협력 단계, 2) 남북 연합 단계, 3) 통일 국가 완성 단계다. 이 3단계 통일 방안이 문제될 것은 없다. 이번에 통일부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추구하며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3대 원칙을 내놓았다. 그것은 1)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2) 호혜적 남북 관계 발전, 3) 평화적 통일 기반 구축이다. 5대 핵심과제 중에서는 가장 먼저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을, 그 다음으로 ‘상호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내세웠다.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비핵화를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핵을 만들고 핵무장하는 것을 ‘안보용’, ‘방어용’이라고 인정해 준 만큼, 앞으로 비핵화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일은 훨씬 어려워졌다.

왜 이런 좌충수를 두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통일부 장관 외에는 대북·통일 정책 라인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일부는 ‘평화 통일 기반 조성 기본법’ 제정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제도화된 통일 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하며, 민주평통(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유관기관과 함께 통일 공감대 및 준비 확산을 위해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평통은 지금도 여전히 ‘종전 선언 TF팀(한반도 종전 선언을 위한 특별 위원회)’을 가동시키고 있고, 각 지역 협의회에서는 종전 선언과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지역 협의회에서 가졌던 토론회의 주제가 “남북한 통일에 방해되는 요소들”로 그 수렴된 의견들을 보면, 1)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미국이 사라져야 함, 2) 북한을 악으로 규정하는 통일 교육 문제의 심각성, 3) 역대 보수 정권이 통일을 가로막음 등이다. 이전 정부 때 나타났던 양상이 새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평통 외에도 유관기관들인 ‘통일연구원’, ‘통일교육원’ 등도 전혀 개혁이 되지 않았다. 사법부를 포함한 군대, 경찰 등 안보, 치안 라인은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던 정부가 유독 대북통일 정책 라인은 전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새 정부에게 대북 정책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권 장관은 국내적으로 대북통일 정책 관련해 국민적 합의 기반을 넓혀갈 협의기구를 구성한다고도 했는데,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북통일 정책 라인의 개혁이라고 할 것이다.

* 이글은 WORLDVIEW 9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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